北 “남조선 타도” 구호 여전…군중대회서 적개심 불붙여

최근 탈북자들이 모인 한 술자리에서 6·25전쟁의 발발원인을 두고 “남침이다” “무슨 소리냐, 북침이다”는 케케묵은 설전이 벌어졌다. 한국에 정착한 지 한참이 지났지만 탈북자들은 아직도 남북사(史)에서 가장 납득하기 어려운 문제로 전쟁발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를 꼽는다.


길게는 수십 년 가까이 6·25전쟁의 원흉인 ‘미국과 남조선괴뢰’에 대한 적개심을 교육 받아 온 이들로써는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국의 일부 대학생들과 전교조 교사들의 영향을 받은 청소년들이 ‘북침’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선 이해하기 힘들다.


심지어 종북(從北)세력까지 있다는 사실엔 적지 않은 충격을 받는다. 이들은 마치 김정일 정권이 ‘평화세력’인 것처럼 포장까지 한다.


이들의 속내야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현재도 대결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한 ‘세뇌교육’에 ‘무력통일’까지 주장하며, 수시로 전쟁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김정일 정권에 대한 한국 사람의 무지(無知)가 심각하다는 점이다.


단적으로 6·25전쟁 발발일, 북한에서 진행되는 행사를 짚어보면 김정일 정권의 대남 인식을 가늠할 수 있다.


북한은 해마다 이날(6·25)이 되면 학생들을 비롯해 근로자, 군인, 여맹 등 각계각층을 동원해 일명 ‘미찐구’라 불리는 군중집회를 개최한다. 또 지역에 따라 다양한 성토대회를 통해 남조선과 미제에 대한 적개심을 강요하고 있다.


군중집회의 경우엔 각 기관과 기업소, 대학, 인민반 별로 미국과 남조선괴뢰를 타도하는 내용이 담긴 포스터와 플래카드를 들고 도 소재 경기장이나 광장에 집결한다. 행사 전날 동사무소에 일정이 내려오면 인민반장들이 집집마다 방문해 행사 참여를 독려한다. 


행사가 시작되면 집회 중 유동인원을 단속하기 위해 대학생 규찰대가 줄지어 늘어선 가운데 남녀로 구성된 합창단이 마이크를 통해 선창으로 “미제는 남조선에서 당장 물러가라” “미제는 조선인민의 철천지 원수다” “미제와 남조선 괴뢰도당을 타도하자”는 구호를 외치며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후 도당 선전선동부 부장이나 부부장이 집회 개최를 선언하고 노동자 대표, 학생대표, 여맹대표 순서로 결의문을 낭독한다.


결의문에는 ‘미제와 그 앞잡이인 남조선괴뢰 도당들이 전쟁을 일으킨 지 OO년이 되었다. 짐승도 낯을 붉힐 천인공노한 만행으로 수많은 어린이와 죄 없는 인민들을 살육한 미제와 그 앞잡이 놈들에 천백 배 복수하자. 최고사령관 김정일 장군님 두리에 전군, 전민이 뭉쳐 한번은 해야 할 성스러운 조국통일 성전에서 한목숨 바쳐 싸우자’는 내용이 담겨있다.


행사가 끝나면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 전쟁의식과 적개심을 심어주기 위해 곳곳에 세운 전쟁관련 참관지를 견학한다.


성토대회의 경우도 이와 유사하게 진행된다. 실례로 여성동맹 차원의 대회 참가자들은 미제와 남조선괴뢰의 침략을 폭로·규탄하는 내용의 플래카드 등을 시·군별로 준비해 행사장에 미리 배치한다.


행사가 시작하기 전에는 그날 외칠 구호와 토론자들의 발언 중에 박수 칠 대목들을 미리 연습한다. 이후 사회자의 개회선언에 이어 김정일을 찬양하는 노래가 이어진 후 토론자들의 연설이 진행된다.


연설자들은 6·25전쟁 당시 김일성의 주체적인 군사전략과 영도를 찬양하고, 미군과 한국군의 만행 등을 고발하거나 김정일과 당으로의 단결을 호소한다. 이후 각 시·군별로 토론이 진행된다.


토론에서는 전쟁 참전용사나 전적지를 답사한 참가자들의 체험도 소개되는데 주로 토론 참가자들의 복수심을 한층 높이려는데 목적을 둔다. 토론 중에는 수시로 “미제침략자들에게 죽음을 주라” “철천지원수 미제 승냥이들을 타도하자”는 구호를 합창한다. 


대회 마지막에는 성토문이 낭독되는 데 “미제가 지구상에 남아 있는 한 평화는 깃들지 않는다”는 주장과 함께 “우리의 총창 우에 평화가 있다” “사탕이 없으면 살 수 있어도 총알이 없으면 살 수 없다” 등의 선군(先軍)의 정당성이 주장된다.


당일 저녁에는 조선중앙TV가 방영되는 오후 5시, 8시(1시간)에 ‘OO도에서 6.25관련 OO 을 진행했다’는 내용의 소식을 집중 방영한다. 이후 9시부터 11시경까지는 ‘붉은 봉선화’ ‘적후에서’ ‘명령 027호’ 등의 전쟁영화를 방영한다. 


이처럼 현재도 북한은 반미(反美)와 대남 적개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주민들을 동원, 6·25전쟁 왜곡에 나서고 있다. ‘북한이 평화를 원한다’는 것은 결국 환상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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