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도시남성들 정년퇴직 후 일자리 없어 방황”

북한 주민들의 평균수명이 70대 초반대로 늘어나면서 정년퇴직을 한 북한 남성들의 일자리 문제가 사회문제로 떠오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기업소나 협동농장에서는 보통 남자는 60세, 여자는 55세가 되면 연로보장(정년퇴직)을 받게 된다. 북한의 사회주의 노동법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일정한 근속노동을 마치면 연로연금을 탈 수 있게 되어 있지만, 유명무실화된 상태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정년퇴직한 북한 남성들 상당수가 재취업을 희망하고 있지만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평양 소식통은 14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2000년대에 비해 지금은 평균수명이 70세가 넘는 (주민들이 많은) 상태여서 전국적으로 집에서 허송세월하는 노인들이 많다”며 “농촌의 경우 연로보장자들은 농사를 짓는 일을 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지만, 도시에서는 딱히 할 일이 없어서 공원에서 장기 두기나 주패놀이(카드놀이)로 하루를 보내는 노인들을 흔히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여성들은 나이가 70세가 돼도 장마당을 다니거나 아니면 집 근처에서 장사하는 것이 일상인데 남성 노인들에게 장사는 어색한 직업”이라며 “열쇠를 고쳐주거나 신발 수리(수선) 등 기술적인 일을 하는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연로보장 남성들은 손자 손녀를 보거나 무료하게 공원 등을 배회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나마 농촌에서는 염소나 돼지 사료를 마련하기도 하고 농사일도 거들어주지만, 도시의 노인들은 기껏 찾아야 담배꽁초 줍기나 건설장과 아파트 경비가 고작”이라며 “자녀들에게 아무 도움을 줄 수 없다는 미안함에 일부 주민들은 협동하여 건설장의 자재경비를 자처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세계은행이 2018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의 평균 수명은 2010년 68.9세였고, 2016년은 71.6세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평안남도 주민이 마을을 배회하며 담배꽁초를 줍고 있다. /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평양의 주민들이 공원에 앉아 있다. /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강미진 기자
경제학 전공 mjkang@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