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한국 방문 이후 국경지역에 통제와 감시를 대폭 강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핵화 및 남북 교류 협력 증진이 포함된 ‘판문점 선언’에 따라 자칫 발생할 수 있는 체제 이완 현상을 차단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9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대다수의 주민이 (남북) 수뇌 상봉(정상회담) 소식에 열광하고 있는데, 당국에서는 (갑자기) 비상경계근무에 들어갔다”면서 “특별경비 기간 선포로 보안서(경찰)은 물론 국경경비대까지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내일(30일)까지만 특별경비를 선다고는 하는데, 이후에도 계속될지 아무도 알 수 없다”면서 “노동신문에 (회담 결과가) 전부 공개되면서 온 나라가 교류 활성화 분위기에 들떠 있는데, 갑자기 감시가 강화되면서 걱정을 표하는 주민들이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28일자 노동신문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남측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회담을 한 소식, 그리고 두 정상의 부인도 동행한 소식까지 60여 장의 사진과 기사를 통해 상세히 전했다. 때문에 주민들은 최고지도자의 첫 방남에 대해 놀라워하면서 관련 소식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당국은) 분위기에 휩쓸려 탈북이 늘거나 정보가 유입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면서 “이 때문에 국경을 중심으로 주민들에 대한 단속과 통제를 강화하고 나선 셈”이라고 지적했다.
외부적으로는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면서도 내부에서는 통제를 강화하자, 이에 적극 반발하는 주민들도 나온다고 한다.
소식통은 “회령시의 한 주민은 농쟁기를 씻느라 (두만)강가에 나갔다가 경비를 서는 군인에게 험한 말까지 들었다고 한다”며 “그러자 이 주민은 ‘내부에서 군대와 인민이 통일되지 못했는데 통일은 무슨 통일’이라는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해당 지역을 담당하고 경계근무를 서는 군인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지만 그렇다고 어른에게 반말을 하는 건 교양 없는 행동이라는 지적도 나온다”며 “주민들은 통일을 대비해서라도 군대들에게 사상교양만 할 것이 아니라 도덕교양을 해야한다고 말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이 같은 모습을 볼 때 향후 관계 개선 및 통일을 갈망하는 주민들과 속도 조절을 하고 싶은 당국 사이에서 미묘한 균열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한국을 체제의 가장 큰 위협으로 인지하고 있는 북한이 관계 개선에 나서면서도 한류(韓流) 통제는 지속 강화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