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당국간 회담을 줄기차게 요구해온 북한이 이번엔 국회간 협상을 제안하고 나섰다.
28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대남기구인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조국전선) 중앙위원회는 ‘전체 조선민족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통해 “북남 사이 조성된 엄중한 사태를 극복하고 민족이 나아갈 길을 모색하기 위해 우리의 최고인민회의와 남조선 국회 사이의 의원 접촉과 협상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조국전선은 노동당을 비롯한 24개 정당(우당) 및 사회단체로 구성돼 있다. 조국전선의 의장은 강연학 등 5명이 맡고 있다.
조국전선은 또 “민족의 운명이 엄중한 위협을 받는 오늘 북과 남의 정치인들의 책임은 매우 크다”면서 “북과 남의 정치인들이 시대와 민족 앞에 지닌 사명과 임무를 다하기 위해 쌍무적, 다무적 협상을 진행할 것을 정중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조국전선을 통해 국회간 협상을 제의한 것은 대화공세 방향을 다양화하면서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대한 사과와 비핵화 협의라는 우리 측의 주장을 희석화하는 동시에 남북간 대화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로 읽혀진다.
북한은 지난 1일 신년공동사설에서 남북간 대화재개 입장을 표명한 이후 정부·정당·단체 연합성명(5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담화(8일), 국장급 실무접촉과 적십자회담 개최(10일), 남북고위급 군사회담 및 예비회담 제의(20일) 등 일방적 대화구애를 이어가고 있다.
호소문은 “남조선 당국이 불필요한 의구심과 편견을 버리고 이미 제기된 북남 대화들에 무조건 지체없이 성근히(성실히) 응할 것을 호소한다”면서 “금강산과 개성관광의 길을 다시 이으며 다방면의 교류협력사업을 활성화할 때 평화와 통일이 그만큼 다가올 것”이라고 밝혀 남북간 교류협력사업 재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북한의 대화공세에 대해 우리 정부는 진정성 있는 대화제의가 아닌 상투적인 대남공세라는 평가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정부가 남북대화, 민간인들의 접촉과 교류를 막고 있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하면서, 북측의 최고인민회의와 우리측 국회 사이의 의원 접촉과 협상을 제기했다”며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대한) 아무런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주한미군 철수, 반미 투쟁 등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하는 것은 남북관계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천 대변인은 이어 “더욱이 지금은 남북이 고위급 군사회담을 위한 실무회담 개최 문제를 협의 중이고, 우리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 확인을 위한 당국간 회담을 제안한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이와 같은 상투적인 대남공세를 계속하는 것은 진정성 있는 태도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2008년 7월17일 ‘제헌 60주년 경축사’를 통해 남북 국회회담을 열기 위한 준비접촉을 갖자고 북측에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