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남북합의 일방파기’ 효력 있나

북한이 30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성명을 통해 정치군사적 대결상태 해소와 관련한 남북간 합의의 무효와 남북기본합의서상 북방한계선(NLL) 관련 조항의 폐기를 선언하면서 이 같은 일방적 파기선언이 어떤 효력을 가지는지 관심이 쏠린다.

북한이 비록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이날 무효를 주장한 남북간 합의는 1992년 발효한 남북기본합의서와 그 부속합의서일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아이러니하지만 남북간 합의의 법적 효력을 유추할 수 있는 부분도 이 남북기본합의서에 담겨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남북기본합의서는 전문에서 남북관계에 대해 ‘나라와 나라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한 관계’라고 규정하고 있다. 남북관계는 국가간 관계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남북간 합의는 국가와 국가 사이에 문서화된 약속인 일반적인 조약과는 다르며 남북간 합의에 대한 사항 역시 국가간 합의와 관련된 제반 사항을 다루는 국제법으로는 다룰 수 없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도 판례를 통해 남북기본합의서는 국가간 조약이 아니며 공동성명 또는 신사협정에 준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남북간 합의를 규율하는 규범이 따로 존재하는 것도 아니므로 북한의 일방적 파기선언의 효력을 굳이 따지려 한다면 결국 ‘조약법에 관한 빈협약(조약법협약)’같이 국가간 합의를 규율하는 국제법을 준용할 수밖에 없게 된다.

조약법협약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조약이 종료나 폐기 또는 탈퇴에 관해 규정하고 있지 않다면 폐기 또는 탈퇴가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중과세방지협약’을 비롯해 별도로 폐기조항을 둔 경제분야의 남북간 합의와 달리 종료나 폐기 조항이 없는 남북기본합의서는 원칙적으로 북한의 일방적 파기선언으로 종료될 수 없다.

특히 남북기본합의서는 제24조에서 ‘이 합의서는 쌍방의 합의에 의하여 수정ㆍ보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이를 ‘종료나 폐기’의 경우에 원용하더라도 북측의 이번 일방적 주장은 효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또 하나 주목되는 부분은 ‘양자조약의 일방당사국에 의한 실질적 위반은 상대방이 조약의 종료사유로 원용할 수 있다’는 조약법협약 규정이다.

북한이 이날 성명에서 남측이 남북간 합의사항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도 이 같은 법리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의 주장대로 우리 정부가 남북간 합의를 실질적으로 위반한 사실이 없어 이 역시 남북간 합의의 종료사유가 될 수 없다는 게 우리 정부의 견해다.

정부 관계자는 “작년 7월 대통령이 국회에서 남북기본합의서를 비롯한 일련의 남북간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 조건 없이 전면적인 대화를 선언했던 점에 비춰볼 때 우리 정부가 합의를 위반했다는 북한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결국, 국가간 합의에 관한 일반국제법을 준용한다면 북한의 남북간 합의에 대한 일방적 파기선언은 법적으로 아무런 효력이 없게 된다.

그러나 이는 법적인 효력일 뿐 정치적 효력은 별개의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특히 국가간 관계가 아닌 특수한 남북 관계에서는 더더욱 정치적 요소가 개입될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정부 소식통은 “정치군사적 대결상태 해소와 관련한 남북간 합의라는 게 어차피 정치적이기 때문에 일방적인 폐기가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북한이 구체적으로 무효로 한다는 문건의 범위를 거론하지 않은 것은 약간의 회색지대를 남겨 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