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남북철도 연결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 간부들도 남북철도 연결 사업에 긍정적인 생각을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측의 자본과 기술로 노후화된 철도를 현대화할 수 있다면 경제적 이득이라는 관점에서다.
여기서 동해북부선 건설은 남북철도 연결의 일환으로, 강릉에서 고성 제진역을 잇는 사업이다. 문재인 정부는 부산에서 북한을 관통해 러시아와 유럽까지 연결되는 철도를 건설하겠다는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구상을 밝히고 있다.
통일부는 지난달 23일 동해북부선을 남북교류협력 사업으로 인정하고 사전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 조치를 취했고,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같은날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를 주재한 자리에서 “남북교류협력 동력을 유지하고 관계 개선을 위한 계기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와 관련해 평양 내부 소식통은 5일 데일리NK에 “남측이 우리의 노후화된 철도를 현대화해주고 이를 통해 로씨야(러시아)까지 인적, 물적 이동에 대한 수익도 창출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북한)로서는 철도협력 사업을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게 간부들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내부 고위 소식통도 “북남 철도가 연결된다면 외화 취득에 이익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말은 북남 협동 철길 건설이라지만 우리는 인력만 동원해주면 남조선(한국)이 알아서 놓을 것이기 때문에 조선(북한)에선 손해볼 것이 없다”고 말했다.
남북 교류협력의 의미보다 치밀한 경제적 손익계산을 바탕으로 남북철도 협력 사업을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더욱이 남북철도 협력사업은 향후 남측의 정권이 교체되거나 남북 간 정치적 갈등이 발생해서 중간에 사업이 중단되더라도 손해볼 게 없다는 북한 간부들의 생각이다. 소식통은 “개성공단처럼 남조선이 향후 갑자기 협력을 절단한다 해도 철길을 해체할 수는 없다”며 “(사업이 중단되더라도) 수송 운수 전선에서 우리의 일방적 이득이 될 뿐”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남북철도협력 사업이 시작된다 해도 동해안에 위치한 군시설로 인해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심에 따라 군시설 이전도 가능하지만 군시설을 핑계로 동해안이 아닌 내륙으로 돌아가는 구간을 요구할 수 있다.
소식통은 “군집합병영지구나 공군비행장 등 군 위수구역들을 모두 에돌아가는 철길 지형을 제공할 것”이라며 “내륙으로 돌거나 산 밑으로 장거리 굴을 파는 것은 남조선 몫 아니겠냐”라고 말했다.
다만 간부들은 정치적, 경제적 판단하에 남북 간 철도 협력을 시작할 수 있지만 현 시점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모든 결정은 원수님(김 위원장)의 판단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간부들의 판단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북한) 내부에서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현재 북한 당국은 철도연결 사업을 포함해 남측과의 협력에 대해 선을 긋고 있으며, 북미 관계에서도 제재 해제를 위한 협상이 아닌 자력갱생으로 노선을 확정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김 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문 대통령과 남북철도 연결 및 현대화에 합의한 이유가 무엇일까. 소식통은 “미국과 협상을 통해 제재를 풀어내기 위해서는 북남 화해 분위기가 필요하다는 내부 판단이 있었다”는 답했다. 당시 철도사업에 대한 합의는 남북협력에 초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으로 가는 징검다리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아울러 내부에서는 남북 간 철도연결 사업이 시작될 경우 북한 내부 동요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철도 협력이 시작된다면 자연스럽게 남조선의 기술과 자본을 주민들이 목격하게 될 것”이라며 “지금껏 조선의 기술이 최고라고 믿어왔던 주민들에게 미칠 사상적 파장이 매우 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