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남북정상회담 수용할까

국내적으로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되면서 북측이 회담을 수용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어떤 회담이든 상대가 있는 만큼 제안자의 의도도 중요하지만 회담 상대방의 의지가 성사의 중요변수라는 점에서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북한의 입장은 절대적인 변수일 수 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북측이 남측에서 들끓고 있는 남북정상회담을 받을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우선 북한의 입장에서 남북관계를 돌아볼 여력이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이 회담의 성사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북한은 올해를 ‘미국과의 대결전’으로 설정하고 있는 만큼 대미 외교협상에 주력할 것으로 보이고 이 같은 자세는 ‘통미봉남'(通美封南)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조선신보는 지난 1일 “조선은 (올해) 대담무쌍하게 미국에 대한 외교적 공세를 강화해 나갈 공산이 높다”며 “핵시험을 실시한 시점에서 조선은 미국의 위협과 간섭에 종지부를 찍는 노정도(로드맵)를 마련해 놓았다고 보는 관점이 타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직후 남북은 장관급회담을 개최하고 남북간 교류협력사업에 합의했지만 북한이 북.미 미사일 회담,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방미 등 대미관계에 집중하면서 남북관계는 정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를 풀면 남북관계는 자연스럽게 풀려나갈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만큼 남북관계를 좌우하는 상위변수인 북미관계에 더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북한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얻을 이익이 크지 않고 남한 입장에서는 줄만한 카드가 없다는 점도 정상회담을 회의적으로 전망케 한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식량과 비료 지원을 중단했으며 심지어 세계식량계획(WFP) 같은 국제기구를 통한 인도적 지원까지 묶어 놓음으로써 북한이 남북관계에 큰 매력을 갖기 어려운 상황이다.

해마다 지원해온 식량과 비료까지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하기 위한 ‘플러스 알파’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상황이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이 화해.협력의 필요성을 공감한 남북 정상의 합의에 따른 것이기는 하지만 금강산 관광사업과 이를 매개로 한 현대그룹 대북송금의 역할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대북송금에 대해 특검까지 실시한 현 정부가 북한을 유인할 카드를 제시하기 어렵고 이런 상황은 북측이 정상회담에 나올 가능성을 더 낮추고 있다.

참여정부의 외교력의 한계도 정상회담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만들고 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간의 결단으로 이뤄진 것이기는 하지만 대북포용정책을 지지하는 클린턴 행정부가 측면에서 분위기를 조성해 이뤄질 수 있었다.

클린턴 행정부가 임명한 윌리엄 페리 대북정책 조정관이 방북하고 포용정책에 기초한 한.미.일 3국의 포괄적 대북조치를 담은 ‘페리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한국 정부는 북한이 핵실험 등을 통해 만들어 놓은 위기국면 속에서 미국 주도의 대북외교에 주도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한반도 평화와 정상회담 정례화를 위해 현정권 아래서 남북정상회담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주변 환경으로 볼 때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진보여당의 재집권을 지원하기 위해 남북정상회담을 전격 수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1년 남은 정권과 회담하는 것이 북한에도 어렵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여당에 도움이 된다면 북한은 얻을 것은 없지만 서울과 대화를 가져서 대선을 전쟁과 평화 구도로 몰아가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그동안 북한이 겉으로 진보세력을 지원하는 의사를 보이면서도 실제 이들에게 불리하고 보수세력에게 유리한 행동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대선을 염두에 두고 정상회담에 응할지 주목된다.

2002년에는 대선을 앞두고 북한이 오히려 한.일 월드컵이 열리고 있는 와중에 6월 서해교전을 일으켜 당시 여당이던 국민의 정부를 곤혹스럽게 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잇단 6.15공동선언 이행과 김정일 위원장 답방 촉구에도 불구하고 꼼짝하지 않았다.

현성일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선군정치가 남한을 지켜준다는 주장에서 보듯이 북한은 남한 정세와 민심을 잘못 읽는 경우가 많다”며 “언론과 대남기구 등을 통해 반 보수 투쟁을 촉구하고 남한 진보단체를 활용하면 대선에 충분히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고 이 같은 오판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진보여당의 재집권을 위해 남북정상회담을 수용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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