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에 대한 초청을 갑작스럽게 철회한 것은 북한에 억류 중인 케네스 배 씨의 석방 문제를 미북대화와 연계하지 않겠다는 미국 정부에 대한 반발로 해석된다.
북한은 초청 철회의 이유로 미국이 최근 한미군사연습 기간 “전례없이 연속적으로 B-52H 전략폭격기를 조선반도 상공에 들이밀어 핵폭격 훈련을 벌이는 엄중한 군사적 도발을 감행”한 것을 들었지만 설득력이 낮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당초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탐색 목적으로 배 씨의 석방과 미 고위급 인사의 방북을 연계 추진했다. 이를 위해 배 씨가 북한 내 특별교화소(교도소)에서 수용 생활을 하는 모습이나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모습까지도 공개하며 미국 측의 반응을 유도했다.
따라서 이번 킹 특사에 대한 방북 초청은 최근의 남북대화 진전과 중국과의 6자회담 재개 논의 등 유화 국면의 연장선에서 미북대화 재개를 모색하기 위해 이뤄진 것으로 해석됐었다.
그러나 미 국무부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배 씨의 석방과 북핵을 둘러싼 북미 대화 또는 6자회담의 재개를 서로 연계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히며 북측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배 씨 석방은 인도적인 문제이고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의 의무 이행이 전제돼야 하는 별개 문제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북측이 뉴욕채널을 통해 배 씨의 석방과 함께 미북대화 재개 의사를 타진했지만 미국 측이 이를 거절해 킹 특사 방북 초청마저 번복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최근 미국이 시리아 공습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북한에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미북대화 재개를 위한 계기를 만들기 어렵다면 당분간 긴장 국면을 유지하며 유리한 정세를 조성하기 위해 도발 및 위협을 이어갈 수 있다.
한편 북한은 당분간 남북 간 대화, 관계 진전에 집중하며 이를 바탕으로 미국을 견제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지난달 31일 남북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미국의 적대정책에 동조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북한으로서는 남북관계가 본격적으로 무르익으면 자연스럽게 미북관계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앞으로 정세를 관찰하며 미북대화 재개의 타이밍을 찾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