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남북관계 사안별로 대응하나

차기 정부가 2007남북정상회담 합의사항 이행에 대한 속도조절 방침을 천명한 가운데 북한도 새해 들어 사안 별로 ‘실리적으로’ 대응하는 양상을 보여 주목된다.

북측은 지난해 12월 남북경제협력공동위에서 개최 일정에 합의, 22일부터 이틀간 개성에서 열기로 했던 철도협력분과위원회를 하루 전인 21일 전격 연기했던 것과는 달리 오는 25일 남북 군사실무회담 개최안은 관철시켰다.

문산-봉동 간 철도화물 수송 등 제2차 국방장관회담 합의사항 이행과 관련한 실무적인 문제들을 협의할 이번 군사실무회담은 지난주 북측이 먼저 요청해 성사된 것이라고 정부 당국자가 전했다.

북 측은 철도협력분과위원회 연기와 관련, 판문점 연락관을 통해 “연초이고 준비할 사항이 있어 회담을 좀 미루자”며 그 이유를 밝혔지만 그 보다는 다른 고려사항들이 더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관측됐다.

즉 대통령직 인수위 측이 철도 개보수 사업을 ‘타당성 확인후 추진’할 사업으로 분류함으로써 당장 이 사업에서 구체적 진전을 보기 어렵게 된 상황을 감안, 북측이 ‘회의를 위한 회의’를 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측에서 군사실무회담을 먼저 제안했고 우리 측에서는 철도분과위를 개최한 직후인 이달 25일 회담을 하자고 답신했다”면서 “그 후 북측에서 철도분과위를 연기하자는 요청을 해왔다”고 말했다.

따라서 북측이 성과를 점치기 힘든 철도분과위를 열기보다는 군사실무회담을 먼저 열어 ‘실질적으로’ 얻을 것은 얻자는 계산을 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정부 소식통은 “문산-봉동 간 열차를 운행한 지 한달이 넘었지만 아직 운송 화물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북측이 이러한 철도 운행과 관련해 우리 측에 주문할 내용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 22일에는 대북 경공업 원자재 제공과 관련된 후속조치 협의 및 기술지원을 위한 방북단이 베이징을 통해 평양을 방문했다.

방북단은 지난해 ‘경공업 및 지하자원개발 협력’ 사업에 대한 남북간 합의에 따라 남측의 경공업 원자재를 지원받은 평양과 근교의 섬유.신발.비누 공장을 둘러보고 기술지도와 향후 지원할 품목에 대한 협의를 벌이고 있다.

이 같은 북측의 대응은 철저히 실용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차기 정부의 대북정책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대형 신규 사업에 매달리기 보다는 우선 실질적인 이해관계가 걸린 사업들을 계속하면서 남북관계의 끈을 유지한다는 기조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은 “대통령 당선인 측에서 (남북관계와 관련) 여러가지 신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북측에서도 일관된 정책을 펴기 힘든 상황”이라면서 “사업별로 이해관계를 따지거나 사업 효과의 단기성 또는 장기성 등을 분석해 대응 수준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분야에서도 이런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 한달가량 중단됐던 대북 민간 지원단체들의 평양 방문이 23일 재개됐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과 나눔인터내셔날, 어린이어깨동무 등 대북 민간지원단체들은 이날 중국 선양(瀋陽)을 거쳐 평양에 들어가 의료 부문 등의 지원과 협력 문제를 논의한다.

그러나 6.15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가 오는 26∼27일 금강산에서 남북 공동행사로 추진해온 ’10 .4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새해맞이 행사는 북측의 거부로 남측 단독으로 치르게 됐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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