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남북관계에 `입체적’ 위기고조 전략

북한이 9일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보도’를 동시에 발표해 한미 합동 키 리졸브 군사연습 등으로 인한 한반도 긴장의 수위를 한층 높였다.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은 남북간 “유일하게 존재해온 마지막 통로인” 군통신을 차단한다고 밝힘으로써 남북간 우발적 군사충돌의 위험을 부각시켰다.

남북간 군통신 차단은 또한 개성공단을 포함한 남북간 민간 경협과 대북 협력사업도 상황에 따라 일시적으로 중단시킬 수 있는 사안이다.

지난 6일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키 리졸브’ 연습 기간에 북한 영공 주변에서 남한 민항기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발표한 데 이은 추가 조치이다.

또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의 “만단의 전투준비 명령” 발표는 아직 냉전이 한창이던 70,80년대 실시됐던 팀스피리트 훈련 때 북한의 대응 방식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북한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도 한미간 합동군사연습에 말로는 격렬하게 반발했으나, 북한군 최고사령부의 `전시준비 태세 명령’을 발표하는 것과 같은 조치는 취하지 않았었다.

북한의 이러한 조치들은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 상황을 입체적으로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북한이 주장하는 대로 남북간 우발적 충돌의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으나, 한반도 안팎의 정치.군사적 상황과 북한의 대미 전략목표 등을 감안할 때 북한이 실질적으로 전면전 위험을 무릅쓸 정도의 도발을 감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북한의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이 자신들의 ‘광명성 2호’에 대한 요격에 “가장 위력한 군사적 수단”으로 즉각 대응타격을 가하겠다며 “요격은 곧 전쟁을 의미한다”고 호언한 대목에 대해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미국 등이 요격에 나설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평소 북한이 해오던 방식의 주장이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도 ‘가장 위력한 군사적 수단’에 대해 “예컨대 서해상에서 해안포나 단거리 미사일을 북방한계선 안쪽으로 발사할 가능성이 있으나, 2002년이나 1999년처럼 인명이 살상되는 도발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북한이 키 리졸브 연습이 끝난 후엔 다시 대미 대화를 적극 추진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북한도 이를 위한 정치적인 고려를 할 것이기 때문에, 도발할 가능성은 높지만 우리가 우려하는 전면전이나 대규모 충돌 가능성보다는 제한적이면서도 최대의 정치적 효과를 줄 수 있는 방법을 쓸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북한은 대외적인 강경 성명 발표나 내부 준전시상태 선포 등과 같은 조치 자체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영도력에 의한 승리라는 주장을 펴왔다.

북한의 조선중앙방송은 지난달 27일 ‘위인을 모시어 존엄 떨치는 선군조선’이라는 제목의 방송에서 “사느냐 죽느냐, 승리냐 패배냐 하는 오늘의 첨예한 대결전에서 승리의 근본비결은 혁명을 이끄는 영도자의 담력과 배짱, 비범한 정치실력에 있다”며 “정일봉의 뇌성인 양 폭탄같은 성명으로 적들을 타격하시고, 준전시상태의 선포와 인공지구위성의 발사로 미제의 면상을 쳐갈기시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북한의 이번 발표는 일시적으론 현재 남아있는 남북관계조차 전면차단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나 군사연습 기간이 끝나면 풀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이 남북간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은 늘 그렇듯 내부 체제 단속용의 성격도 강하다.

북한은 ‘김정일 3기’ 체제를 준비하는 제12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8일 치렀고, 이를 통해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목표로 권력 엘리트 교체를 추진 중인 상황이다.

여기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와병설 이후 후계구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시점이어서 내부 결속을 다지는 계기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김용현 교수는 “과거 북한은 대남 부문에서 뭔가 빌미를 찾아 내부 결속에 활용하는 이른바 ‘적대적 의존관계’의 행동을 보여왔다”며 “이번에도 키 리졸브 훈련을 북한 내부 결속에 최대한 활용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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