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난데없이 48년 송전차단 美책임론 제기

북한의 평양방송은 미국이 1948년 5월14일 북측의 대남 송전을 차단했다고 주장해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평양방송은 25일 “미제는 1948년 5월부터 공화국 북반부로부터 전력공급을 완전히 차단했다”며 “그 후 북반부에서의 석탄공급도 거부함으로써 남조선(남한)의 산업계통은 동력 원천을 완전히 잃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한반도를 둘러싼 미.소 대결이 불거지고 남측의 단독선거가 결정되자 북측이 이에 반발, 일방적으로 송전을 차단했다는 남측의 주장과 완전히 상반되는 것이다.

광복 직후 대부분의 발전시설을 보유한 북측에서 넘어온 전력량이 남측의 전체 전력사용량의 60-70%에 이를 정도였음을 감안할 때, 미국이 ’식민지 예속화’를 위해 먼저 단전 조치를 취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적어 보인다.

당시 북측이 단전 이전부터 꾸준히 이 문제를 제기했다는 사실도 송전 문제를 당시 정치상황과 연계시키려 했음을 보여준다.

미국의 공문서보관소 자료를 바탕으로 한 통일부 북한연표(1980)에 따르면 1948년 5월 북조선인민위원회 리문환 산업국장은 ’대남 송전문제’에 관한 담화(5.6)를 발표했으며 김책 부수상도 7일과 10일 두 차례에 걸쳐 ’대남 전력공급 문제’에 관한 성명을 내놨다.

김 부수상은 또 ’5.14 단전’ 직후인 18일에도 조선통신사를 통해 ’대남 송전 중단 경위’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들 발표 전문은 남아 있지 않다.

북측이 57년 전 문제를 거론하면서 다소 무리한 주장을 펴는 이유에 대해 단순한 ’책임 떠넘기기’부터 대북 전력지원에 대한 ’자존심 지키기’ 등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26일 이항구 통일연구회장은 “북한이 단전했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북한은 분단의 책임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외세에 돌려왔다”며 “1948년 단전에 대해서도 민족공조를 가로막는 미국의 책임을 부각시키려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측의 전력공급을 앞두고 자기 논리를 개발하려는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남한 정부는 7월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200만㎾의 전력을 지원한다는 제안을 내놨으며 이번 4차 6자회담 공동성명에도 대북 전력지원 내용이 포함돼 있다.

통일연구원의 김영윤 북한경제연구센터 소장은 “북한이 남측의 전력 공급에 의존할 경우 갑작스런 단전에 대처할 방법이 없다”면서 “예전 ’외세’에 의한 단전을 내세워 향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약속받으려는 의도가 있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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