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치 ‘움’에 보관?…“간부들은 南김치냉장고도 사용”



▲김치를 담그고 있는 북한 가정의 모습./사진=조선중앙통신 캡쳐

진행 : 북한 주민들의 김장 문화에서도 빈부격차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간부·돈주(신흥부유층)들은 소량 담그지만, 가난한 백성들에게는 아직도 김장은 ‘반년 식량 마련’입니다. 또한 계층에 따라 김치 재료도 국내산과 수입산을 사는 차이가 있고요, 북한 당국은 이런 사회 현상을 이용해 돈벌이를 하고 있습니다. 설송아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설 기자 관련소식 전해주시죠.

기자 : 김치는 남북 어디서나 사랑받는 반찬인데요. 북한 주민들에게 김치는 단순한 전통음식보다는 ‘반년 식량’으로, 정말 중요했었습니다. 하지만 시장화가 진전되면서 소비수준이 올라간 주민들은 김치를 소량 담그거나 시장에서 구매하기도 합니다. 또 도시 주민들의 김치 보관방식도 달라졌습니다.

특히 김장 재료를 마련하는 데도 차이가 발견됩니다. 간부·돈주들은 국산을, 일반 주민들은 수입산을 구매한다는 얘깁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이런 빈부격차 해소에 관심을 두기 보다는 김치 시장을 국영 시스템으로 흡수합니다. 이 시간에는 김치 시장을 중심으로 한 북한의 변화를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진행 : 그럼 한 가지씩 이야기 해보죠. 그동안 북한 주민들에게 겨울 김치가 ‘반년 식량’으로 취급됐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하셨는데,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기자 : 지역별, 그리고 소득별로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단 지역별 차이를 짚어 보자면요. 물류 중심지이거나 평안북도 신의주, 함경북도 청진 등 대도시의 경우 겨울 김치는 반년 식량이 아니라고 봐야 될 것 같습니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27일 데일리NK에 “평성 사람들은 대부분 겨울김치를 100키로(kg) 정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북한에서 일반적으로 수백키로 정도 하는 것에 비하면 적은 양입니다. 또한 소식통은 “간부들과 돈주들은 이보다 더 작은 양의 김치를 하거나 시장에서 사먹는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소득별 차이입니다. 일반 주민들은 수백키로, 혹은 한 톤 정도를 담급니다. 이를 식량 대용으로 먹는 경우가 있는 것이죠. 김치찌개라도 한 냄비 끓이면 허기는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농촌 주민들은 그나마 낫습니다. 텃밭이 있어 겨울 김치는 해결할 수 있거든요. 문제는 돈벌이가 시원찮은 도시 주민들입니다. 이들은 비싼 배추‧무값을 감당하지 못해 김치를 많이 담그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행 : 네, 가장 안타까운 건 시장화에 제대로 편승하지 못한 일부 도시 주민들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럼 이제 김장 재료 준비에 대한 차이점을 이야기 해볼까요?

기자 : 간부‧돈주들과 중산층들은 김장 재료를 국산 제품으로 마련합니다. 고춧가루, 마늘, 깨, 생강 등은 주민들의 텃밭에서 경작돼 시장에 나오는데요. 향기도 맛도 좋아 양념 맛 또한 일품이라고 합니다. 당연히 국산재료 양념으로 김장을 하면 김치 또한 향긋하고 맛있겠죠.

하지만 중국에서 고춧가루, 마늘, 생강 등이 수입되는데요. 확실히 북한산보다는 맛과 향기가 떨어져 2등 제품으로 분류된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가격 또한 두 배 차이인데요.

이에 대해 평안북도 소식통은 “중국 고춧가루는 다른 첨가물을 섞기 때문에 김치 맛이 떨어진다”면서 “올해 시장에서 판매되는 고춧가루는 북한산이 1만 5천 원, 중국산이 7천 원으로 두 배 차이나지만 웬만한 사람들은 모두 북한산을 산다”고 말했습니다. 마늘, 생강 등도 북한산이 중국산에 비해 배로 비쌌습니다. 

진행 : 김장 양념재료까지 중국에서 수입하는군요. 배추와 무는 북한에서 재배한 걸 쓰고 있는 건가요? 

기자 : 함경북도 국경지역에서는 겨울 김장철이 다가오면 중국에서 배추, 무가 수입되곤 합니다. 그러나 올해 대북 제재로 대중(對中) 밀수가 통제됐기 때문에 채소를 밀수로 들여오는 건 좀 힘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평안도 내륙지역에서는 모두 국영 농장, 개인 텃밭에서 경작된 채소가 시장으로 유통되어 김치재료로 판매되죠. 배추종류도 대청방, 소청방, 알배추 등 맛과 종류에 따라 가격이 다른데요. 크지 않으면서 노란 속이 가득 찬 소청방이 가장 비싸고 수요가 많다고 합니다.

최근 국영농장에서는 양배추와 접목해 경작한 배추가 나온다고 하는데요. 자름자름하고 달고 만문한(연한) 것이 특징이어서 알배추로 불리는데, 이 배추는 중산층들이 그때그때 담가서 먹기 때문에 판매가 잘 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 : 중산층들이 김치를 구매하거나 조금씩 담근다면 겨울에 따로 보관할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요.

기자 : 2000년대만 해도 지방도시 아파트 주민들은 현관 입구 앞에 위치한 창고 안에 땅을 파고 김치 움을 만들었습니다. 두세 개 독을 묻고 김치를 보관했죠. 원래 김치는 땅속에서 익혀야 쩡한(시원한) 맛이 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중산층이 아니라도 대도시 주민들은 김치를 많이 하지 않아 아파트 베란다에 보관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김치 맛을 보존하기 위해 오지독을 사용한다고 하는데요. 이와 관련 몇 년 전부터 국영 도자기공장에서는 100키로 이하의 김치를 담을 수 있는 오지독을 생산해 시장에 판매하며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5년 전부터 순천시 직동 도자기공장에서는 김치를 담을 수 있는 일반 독과 오지독을 크지 않게 만들어 시장에 판매하고 있다”며 “김치 100키로 정도 담글 수 있는 일반 독은 2만 원, 오지독은 4만 원에 판매된다”고 전했습니다.

진행 : 땅 움에서 실내 오지독으로 김치보관 방법이 달라졌군요. 또 다른 방법도 있는지 설명해주세요.

기자 : 이어서 말씀 드리면요. 간부들과 돈주들은 김치 냉장기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북한에서 전기가 아무리 긴장해도 중간급 간부들까지 별도로 공급되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인데요. 중국에서 들어온 김치 냉장기를 주방에 들여놓고 일년 내내 김치를 보관해 먹는다고 합니다. 여기서 김치 냉장고는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과 한국산이 들어오고 있다고 하네요.

주방에 김치냉장기가 들어서면서 당연히 주택설계 주방구조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도심일수록 김칫독 문화가 없어지고 시장에서 김치를 구매합니다. 평양시에는 중앙급 간부들과 중산층이 많기 때문에 김치 구매가 더 많습니다. 급증한 시장수요에 따라 평양시에 김치공장이 건설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대규모로 개건된 류경김치공장이 그 사례입니다.

진행 : 김정은이 류경김치공장을 시찰했다고 북한 매체가 선전했었는데 결국 시장수요를 반영한 것이군요.

기자: 네. 북한 매체는 평양 류경김치공장 생산능력은 연간 2천여 톤의 김치, 2천여 톤의 장절임, 200여 톤의 버섯가공품이라고 선전했습니다. 지난 1월 이 공장을 시찰한 김정은은 “류경김치공장을 본보기, 표준으로 하여 각 도들에도 현대적인 김치공장들을 일떠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지방도시에 김치공장이 들어섰다는 소식은 없지만, 김치시장에 대처해 시장수익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