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일 방중’ 소문 퍼져…”中 따라 개방했으면”

북한 김정일이 중국을 방문한 지 나흘째다. 경호상의 문제 등으로 새벽 시간을 이용해 은밀히 움직였지만 북한 전역엔 이미 그의 방중(訪中) 소식이 파다하게 퍼져있다는 내부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23일 평양 소식통은 “이틀 전에 화교를 통해 (김정일의) 중국 방문 소식을 전해 들었다”고 말했고, 신의주 소식통도 “단둥(丹東)을 통해 이틀 전에 소식을 들었다. 주민들도 많이 들어 알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20일 경 중앙당으로부터 북부선로 재정비 지시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진 청진의 경우엔 주민 대다수가 방중 사실을 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당국의 공식 발표가 있기 전까지 혹시 모를 단속 때문에 입조심을 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중국과 접경지역에선 관련 소식이 다른 지역보다 빨리 확산되고 있다. 탈북한 가족들과의 통화나 중국 밀수꾼을 통해 관련 정보가 방중 당일부터 전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창바이(長白) 소식통은 “국경연선 사람들을 통해 북한에 김정일 소식이 들어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함경북도 무산 소식통은 22일 “밀수를 하는 친구 집에 갔다가 (김정일의) 중국 방문 소식을 들었다”고 했고, 양강도 소식통도 “어제부터 어디서 들었는지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중국을 방문한 것이 전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그동안 김정일의 중국 방문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던 주민들이 이번 방중에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주민들은 중국의 ‘대규모 경제지원’을 기대하는 눈치라는 설명이다.


평양 소식통은 “그전에는 방문에 무관심하던 사람들이 최근에는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며 “왜 그런지 몰라도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방문의 목적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양강도 소식통은 “장마당 상인들은 ‘많은 것을 보고 와 중국처럼 개혁개방을 했으면 좋겠다’고 수군대고, 다른 사람들은 ‘쌀이라도 많이 지원해주겠지’라며 중국에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무산 소식통은 “(김정일의 방중)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이번에는 뭣 때문에 갔나?’ ‘또 무얼 주고 사람먹지 못할 걸 가져오나?’ 등 사람들의 반응이 좋질 않다”는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 소식통은 “김정일이 중국 방문 때마다 나라의 귀중한 재산들을 주고 먹지 못할 짐승사료를 구해온다”면서 “나이 많은 늙은이들은 모여앉아 ‘가져오려면 제대로 된 것을 가져올 것이지’라면서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린다”고 덧붙였다.


‘김정일 특별열차’가 통과한 남양의 경우엔 불만의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갈 때면 다른 곳으로 가면 좋겠다. 그날(19일)은 하루 종일 보안원들이 사람들을 단속하고 거리에서 (판)매대를 하는 사람들을 강제로 철수시켰다”며 단속·통제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처럼 김정일 방중 소식은 빠르게 북한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다만 입소문으로 관련 사실이 확산되고 있고, 북한 매체 등이 철저히 침묵을 지키고 있기 때문에 교통이 불편한 오지의 경우엔 아직 김정일 방중 소식을 접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