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일 답방, 안전보장 안돼 곤란”

‘6.15남북공동선언’에서 김정일의 서울답방을 합의한 것과 관련, 북측 관계자들은 김정일의 신변안전 보장이 안돼 서울 답방을 건의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밝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11일(현지시각)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장관급회담을 하면서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을 촉구했다”면서 “북한 실무자들은 ‘남쪽 사회의 다양성 때문에 신변안전이 보장안돼서 김 위원장에게 서울 답방을 건의하기 어렵다’고 말해 김 위원장의 서울답방이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의 이 같은 언급은 그동안 정부에서 ‘북측이 김정일의 서울 답방 약속 이행을 확인했다’고 누차에 걸쳐 밝힌 바 있어, 그동안 정부의 주장이 사실과 다른 것 아니었느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김대중 정부 마지막 통일부 장관과 노무현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을 역임한 정 전 장관은 이날 워싱턴에서 주미한국대사관과 조지워싱턴대학이 공동으로 개최한 제2차 남북정상회담 관련 세미나에 참석해 이 같이 밝혔다.

정 전 장관은 또 김정일이 6.15공동선언에서 서울답방에 합의하게 된 비사(秘史)도 공개했다. 그는 “그(답방) 약속은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김 위원장 대화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흔쾌히 수락했다기보다는 김 전 대통령이 강력히 요구하자 김 위원장이 마지못해 일단 공동선언에 넣고보자는 식으로 합의가 됐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 때(1차 정상회담 때)도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남한을 방문하고 나서 김 위원장의 답방을 검토하자고 모호하게 합의됐다”고 덧붙였다.

김정일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도 노무현 대통령이 답방을 요청하자 ‘우선 김영남 상임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제안하면서 본인의 방문은 여건이 성숙할 때까지 미루는 게 좋겠다고’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지난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정부 출범 초기 때 북한이 제3국에서의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제안했지만 당시 남북간에 긴급한 사안이 없어서 이를 거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 전 장관은 “남북회담에선 형식보다 실질이 중요하며 북미, 북일관계가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남북관계가 1인치라도 개선될 수 있다면 장소문제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면서 “2003년 현 정권 초기에도 북한이 제3국에서 만나자고 정상회담을 제안했으나 긴급사안이 없어서 거부했다”고 를 소개했다.

그는 또 “북한은 미국과의 수교와 경제지원을 바라므로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고 적성국 교역금지법 적용을 해제하며 세계은행(WB)나 ADB(아시아개발은행) 등에서 장기저리로 북한에 자금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해주면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지난 1992년 1월 20일 미국을 방문했던 김용순 노동당 비서는 아널드 캔터 당시 미 국무부 차관에게 북미수교를 요구하면서 ‘북미수교가 되면 주한미군 주둔도 용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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