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일 경기관람 보도 ‘왜?’

건강이상설 속에 은둔하던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일성종합대학 창립 62주년을 맞아 김일성종합대학과 평양철도대학팀간 축구경기를 관람했다고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이 은둔 51일째인 4일 보도했다.

북한의 ‘관람’ 보도 내용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일단 건강이 좋지 않았던 김 위원장이 수술 후 요양을 통해 축구경기 정도는 관람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을 회복해 공개행보를 한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하다.

은둔 51일은 김일성 주석 사망 직후 87일간의 은둔 이래 2번째 장기은둔 기록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경기 관람 보도는 북한 대내외적으로 굳어지고 있는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을 잠재우고 건재를 과시하는 한편 더 나아가 업무 본격 복귀가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우선 대외적으로,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불거지면서 북한 붕괴론이 급속히 퍼지고 북한의 급변사태 대비까지 거론되는 상황을 벗어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의 건강 이상징후가 포착되면서 남쪽에서는 급변사태 대비 계획과 개념계획 5029의 작전개념화 등 북한 붕괴를 염두에 둔 각종 자극적인 대비론이 무성해졌고, 미국과 중국, 일본 등에서도 북한의 비상사태를 염두에 둔 대비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제기됐다.

북한이 상대해야 하는 각국 정부가 북한 정세에 대해 이런 인식을 갖게 되면 북한이 이들 정부와 정상적인 협상이나 협의를 하는 게 어려워질 수 있다.

북한의 안경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장은 지난달 개성에서 열린 6.15공동선언실천 남북위원장 회의에서 “최근 남쪽 기관이 언론 등을 통해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을 흘리는 게 도를 넘었다”며 “심지어 ‘작전계획 5029’로 급변사태 대응책을 내놓고 있는 것은 6.15정신에 입각하자는 것이 아니고 도발 아니냐. 매우 불쾌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날 중앙통신의 보도는 `우리 체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강한 메시지를 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교롭게도 이 보도가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방북 후 교착상태이던 핵검증 문제에서 변화 움직임이 일고 있는 상황과 시점상 일치하는 점도 눈길을 끈다.

또 북한 내부적으로도, 정권 수립 60주년 열병식 행사에 김 위원장이 불참함으로써 북한 주민들 사이에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적잖은 민심동요가 발생하고 있을 가능성 있다.

북한 당국으로선 이러한 내부 동요가 더 악화되는 것을 막을 필요성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북한은 과거 김일성 주석 시절부터 최고 지도자가 장기적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후에는 여러가지 계기를 통해 모습을 드러내 왔다”며 “이번에도 김 위원장이 일상적인 활동은 할 수 있다,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번 중앙통신의 보도만으로는 김 위원장의 건재, 혹은 건강회복을 확인하기는 미흡하다.

우선 김 위원장이 경기를 관람했다고 했지만 이 경기가 북한의 TV방송을 통해 중계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관람한 구체적인 일시와 장소를 전혀 밝히지 않았다.

지난 2006년 10월에는 김일성대 창립 60주년을 맞아 열린 이 대학의 축구와 농구 등의 경기가 TV를 통해 중계됐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이 참관한 경기는 더욱 방송할 만 했는데, 4일 밤 늦게까지 아직 방송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김정일 위원장이 병색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일반 관람객에겐 공개되지 않는 귀빈실 같은 곳에 잠시 등장했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지어는 요양중인 병상에서 경기 녹화물을 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김 위원장의 경기관람 보도 후에도 관련 사진이나 동영상의 공개, 그리고 후속 공개행보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을 도리어 굳히는 결과를 빚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북한 당국이 김 위원장의 건재를 과시하는 다른 어떤 물증을 내놓지 주목된다.

한 대북전문가는 “북한 당국이 김 위원장의 건재를 대내외에 확인시키려면 관람 동영상 등을 공개해야 할 것”이라며 “이번 경기관람에 이어 군부대 시찰이나 현지지도 등이 이어지면 김 위원장의 회복을 과시할 수 있을 것이되, 공개활동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거꾸로 김 위원장의 신병설이 더 힘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어느 경우든 그동안 나온 국가정보원과 미국과 일본, 중국 등의 정보를 종합하면 김 위원장은 건강에 이상이 수술을 받고 요양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