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일 건강, 은둔통치 고착화할 듯”

북한의 권력구조 변화를 주제로 27일 열린 한 세미나에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상태가 나빠서 김 위원장의 권력 장악과 국정운영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과 북핵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계획된 은둔”이라는 분석이 엇갈렸다.

평화문제연구소가 이날 `북한의 권력구조 변화와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여는 세미나에 앞서 미리 내놓은 발문에서 현성일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현재 국제사회는 김정일의 건강 문제가 권력 장악과 국정운영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고 보고 있으나 “지나치게 낙관적 평가”라며 “정말 문제가 없다면 (북한이) 와병설을 불식시킬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고 지적했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그는 `김정일 건강이상과 북한의 권력구조 변화’라는 제목의 발표문에서 “김정일의 건강 악화가 당장 권력 장악력과 통치력의 약화나 공백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해도 신체적, 정신적 장애로 인한 권력 장악 및 국정운영 방식의 변화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김정일의 건강상태는 현지지도나 시찰, 외빈접견, 공식행사와 같은 공개활동이 어렵거나 당분간 불가능할 것”이라며 “이는 김정일의 고유한 통치행태로 정착된 은둔통치를 더욱 고착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그는 “건강 악화는 비공식 연회나 행사와 같은 측근정치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당분간 김정일이 직접 참석하는 측근 행사들이 중단되거나 건강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규모와 횟수가 축소되고 과도한 음주 관례나 심야행사가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김정일의 건강상태에 대해 “병상에서 주요 사안을 직접 지시하거나 비준할 수 있는 상태일 가능성” 외에 “업무를 전혀 혹은 거의 감당할 수 없는 상태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은 채 앞으로 예상 가능한 네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우선 `최측근에 의한 대리 혹은 위임통치’의 경우로, 현 위원은 “권력층에서 자질과 능력을 갖춘 가장 유력한 인물”이자 “김정일이 쓰러졌다고 가정할 때 가장 먼저 다가갈 수 있는 실세”로 노동당 중앙위원회 행정부장인 장성택이 그 역할을 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현 위원은 이외에 ▲핵심측근들 혹은 당 정치국이나 국방위원회에 의한 집단지도체제 ▲세습이나 제3자의 후계자 내정을 통한 후계체제 조기 구축 ▲후계자를 내세우되 유일지배가 배제되거나 약화된 집단지도체제의 시나리오도 있을 수 있으나 “김정일의 와병이 장기화되거나 악화돼도 북한이 건강이상을 공개하고 집단지도체제나 후계체제로 이행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김정일이 생존해 있는 한 북한은 ‘믿거나 말거나’ 식의 건강정상설을 고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김정일의 신변 이상을 체제변화로 이끌 열쇠는 권력엘리트들이 쥐고 있지만 이들은 김정일과 운명공동체로, 현 시점에서 바라는 건 안정”이라며 “김정일의 건강 이상이 권력층의 동요나 권력투쟁, 급격한 노선.정책의 변화, 쿠데타와 같은 급변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반면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신안보연구실장은 ‘북한의 권력구조 변화와 남북관계 전망’이라는 발표문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은둔 기간이 북핵문제로 북.미간 긴장이 고조됐던 기간과 일치한다며 “계획된 은둔”의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조 실장은 지난 8월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가 이뤄지지 않고 한.중 정상회담이 열린 점 등을 들어 “남북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출구가 모두 막힌 상태에서 북한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벼랑끝 전술’뿐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마땅한 보복수단”을 갖고 있지 못했고, 미국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핵시설 불능화의 원상복구와 영변원자로 재가동과 같은 ‘벼랑끝 전술’의 효과도 미지수였기 때문에 “북한으로선 후퇴의 명분을 준비해둘 필요”가 있었다는 것.

북한은 “벼랑끝 전술을 사용해 보되, 실패에 대비해 국면전환의 카드를 비축하려 최종 정책결정자를 숨기는 전술을 사용한 것”이라고 조 실장은 주장하고 “김 위원장이 은둔에 들어간 채 누군가의 결정에 의해 벼랑끝 전술을 구사하는 형식을 취했다가 만약 이 전술이 통하지 않을 경우에는 하위자에 책임을 전가하면서 김 위원장이 전면에 나서 새로운 협상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실장은 고 김일성 주석이 1968년 무장공비의 청와대 습격사건의 책임을 ‘일부 맹동주의자’에 지우고, 김정일 위원장도 2002년 연평해전의 책임을 ‘현지 해군사령부의 단독 결정’으로 돌렸던 전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 실장은 또 김 위원장의 유고와 같은 위기시 “북한은 우선 국방위원회가 단기적인 위기관리를 담당하면서 점차 새로운 후계정권의 창출에 힘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며 “그 과정은 ‘유일성 집단지도체제’를 거쳐 ‘새로운 실력자의 부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유일성 집단지도체제’란 “김정일의 아들 가운데 한 사람이 정권의 계승자가 되고 당과 군의 중견간부들이 뒷받침하는 형태”라고 조 실장은 설명하고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과도기 체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내부의 권력투쟁을 통해 부상하는 독재자를 중심으로 북한의 후계정권은 또 다시 유일체제의 모습을 띠게 될 것”이라며 노동당 작전부장인 오극렬 대장, 김명국 총참모부 작전국장, 김영춘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같은 군부 인물 가운데 차기 독재자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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