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일, 中 왕자루이 만날까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함경남도 함흥시 소재 2.8비날론연합기업소를 현지지도한 것으로 8일 확인됨에 따라 현재 방북중인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면담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작년 10월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방북을 계기로 북중관계가 매우 우호적이었고 북한 노동당과 중국 공산당의 관계나 김위원장과 왕 부장간의 개인적 친분관계로 볼 때, 왕 부장의 면담은 거의 당연시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현재 평양에서 승용차로 5시간 이상 걸리는 곳에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면담 불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4일부터 중국의 춘절이 시작되는 만큼 왕 부장이 북한 체류기간을 연장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며, 일각에서 왕 부장이 김 위원장이 체류하는 지방으로 이동해 면담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하고 있지만 `외교적 관례’ 등을 감안할 때 개연성이 낮은 상황이다.


만약 면담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관심은 왕 부장을 북한이 초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김 위원장이 왜 피했느냐는 점으로 모아진다.


중국이 북한에게 6자회담에 대한 조속한 복귀를 촉구할 것이 뻔한 가운데 북한으로서는 회담 복귀에 대해 확답을 하기 어려워 김 위원장이 일부러 왕 부장의 면담을 피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일 위원장이 작년 10월 방북한 원 총리에게 “미국과의 협상 진행에 따라 6자회담을 포함한 다자회담에 참여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상황에서 왕 부장과의 면담을 피함으로써 미국의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메시지를 중.미 양측에 전달하려는 것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북한은 미국에 대해 6자회담 복귀에 앞서 평화협정 회담 논의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으며 대북제재 해제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긍정적인 답변을 중국측에 `선물’로 주기 어려운 현재의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일부러 왕 부장을 피하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김정일 위원장은 고농축우라늄(HEU) 문제가 불거진 이후인 2003년에도 김대중 당시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방북한 임동원 청와대 통일외교안보특보를 지방시찰을 핑계로 만나지 않았었다.


만약 이같은 상황이라면 애당초 왕 부장의 평양행을 북한측이 요청했다는 보도가 와전된 것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김 위원장과 왕 부장간의 면담 불발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서도 전격적인 회동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고립무원한 상황인데다 섣부른 화폐개혁과 시장폐쇄조치 등으로 주민들의 생활이 더욱 궁핍해져 중국의 지원이 절실한 북한 입장에서는 중국의 영향력을 무시하기 어려운 만큼 김정일 위원장이 지방시찰 후 곧바로 평양으로 복귀해 왕 부장을 만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함흥에서 평양까지 승용차로는 5시간 정도이고 기차로는 7시간 이상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김 위원장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함흥에서 평양으로 귀환해 왕 부장을 면담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03년 현직을 맡은 왕 부장은 그동안 2004년 1월, 2005년 2월, 2008년 1월, 2009년 1월까지 모두 네 차례 북한을 방문했는데 한 번도 빠짐없이 김 위원장을 면담하고 귀국했다.


특히 북한 매체들이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강행군’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2.8비날론연합기업소 현지지도 이후 곧바로 평양에서 왕 부장을 만남으로써 주민생활 향상과 국제관계에 동분서주하는 김 위원장의 모습을 대내외적으로 선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김 위원장이 왕 부장과 만나게 된다면 평화협정회담 등을 놓고 교착국면에 빠진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모종의 진전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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