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군부대에서 김정은의 행적을 미화한 ‘영장의 기치 따라 1년’이라는 제목의 기록영화를 군인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당대표자회 이후 권력기반을 빠르게 구축하고 있는 김정은의 위대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우상화’ 선전의 일환으로 보인다.
평안남도 남포 인근에서 군복무 중인 김영철(가명) 씨는 28일 데일리NK와 통화에서 “9월 초부터 부대에 있는 회관에서 기록영화 ‘영장의 기치 따라 1년’을 보여 주었다”고 전했다.
김정은이 공식 등장한지 1년도 안 된 시기에 기록영화가 만들어진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또한 ‘영장’ 등의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볼 때 김정은의 군(軍)권력 장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김정일은 1991년 12월 24일 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추대되면서 ‘위대한 영장’이라고 칭해졌다. 이 시기 ‘위대한 영장을 모시여’라는 5부작 기록영화가 만들어져 김정일의 위대성을 선전했다.
김 씨에 따르면 ‘영장의 기치 따라 1년’이라는 영화는 지난해 당대표자회 모습을 담은 영상과 더불어 ‘장군님의 발자취를 따라 군부대를 현지지도 하시고 천리혜안의 지략으로 적들에게 큰 타격을 안기시는 김정은 대장동지’라는 해설원의 말로 시작된다.
이후 김정은이 포부대를 현지지도 하고 군인들의 포 사격 정형을 지도해주는 영상이 이어진다.
김 씨는 “기록영화에는 혼자 군부대를 방문하는 모습과 주로 포 부대를 찾는 영상을 보여줘 포에 정통하고 있는 것으로 교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하기 직전인 지난해 11월 22일 경 김정은이 황해도 4군단 해안포 부대를 방문한 것으로 군 당국은 관측하고 있다.
그는 “또한 ‘전군의 현대화와 지휘자동화를 본보기로 보여주실 위대한 영장’이라며 컴퓨터에 능하다고 선전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2009년부터 컴퓨터수치제어를 의미하는 CNC를 등장시켜 김정은을 ‘기술혁신의 상징’으로 내세워 왔다.
영화에서는 또한 군인들이 포사격을 하는 장면과 함께 ‘두 분의 위대한 영장을 모시고 있기에 우리는 이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다’는 해설원의 설명이 이어진다. 이 장면은 연평도 포사격 도발을 형상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연평도 도발’이 군대 내 김정은의 위대성을 선전하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된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김 씨는 “최근에는 김정일 장군이라는 말보다 김정은 대장이라는 말을 더 많이 들을 정도로 위대성 선전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영화는 ‘강성대국의 돌파구를 앞장에 서서 헤쳐 나가시는 김정은 대장동지’ ‘천리 혜안의 지략을 지니신 위대한 대장 동지를 모시여 조선인민군은 필승불패다’라는 내용의 해설원 선전선동으로 마무리된다. 영화 마지막에 등장하는 자막을 통해서 ‘2011년 8월’이라는 영상제작일도 공개하고 있다.
한편 김 씨에 따르면 북한에선 올해 4월부터 군인들에게 ‘포병의 심오한 철학을 심어주시며’라는 김정은의 위대성을 선전하는 덕성실기(수령의 덕성에 대해 사실 그대로 적은 기록. 우상화 선전물) 책을 매일 아침마다 독보(讀報)하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