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 추대는 치명적 실수

김정은을 군대와 당의 최고직책에 이어 국가(기구)의 최고직책에 추대하기 위한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2기 제5차 회의가 4월 13일 평양에서 개최되었다. 북한은 이 회의에서 작년 12월 사망한 김정일을 ‘공화국의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내세우고 그의 후계자 김정은을 ‘공화국의 최고수위’인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직에 추대했다.


그런데 그 동안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김정일이 생시에 맡고 있었던 국가기구의 최고직책인 국방위원장직에 김정은이 이번 최고인민회의 회의에서 추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의 국방위원회가 ‘최고권력기구’이기 때문에 김정은이 이 기구의 위원장직을 맡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입장은 지난 4월 11일 개최된 제4차 당대표자회에서 김정은이 김정일을 ‘조선로동당의 영원한 총비서’로 추대하면서 더욱 힘을 받는 듯 했다. 김정은이 당규약을 개정해 김정일을 ‘조선로동당의 영원한 총비서’로 추대한 마당에 설마 헌법까지 개정해 김정일을 ‘공화국의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내세우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일반적 관측과는 어긋나게 북한은 최고인민회의 회의에서 김정일을 ‘공화국의 영원한 국방위원장’직에 추대했다.


김정일을 ‘공화국의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내세운 배경은 ‘후계자론’과 ‘영생론’  


필자는 오래전부터 ‘외롭게’ 김정일 사후 김정은이 국방위원회 위원장직을 맡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3월 26일 데일리NK에 기고한 칼럼에서도 필자는 과거 김일성 사망 후 김정일이 헌법을 개정하여 ‘주석’직과 주석의 국가관리기구인 ‘중앙인민위원회’를 폐지하고 김일성에 대한 충성심 과시 차원에서 김일성을 ‘공화국의 영원한 주석’으로 내세운 전례를 지적했다. 그리고 이 같은 전례를 고려하면 “김정은도 헌법을 개정하여 국방위원장직과 국방위원회를 폐지하고, 김정일에 대한 충성심 과시 차원에서 김정일을 ‘공화국의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필자가 이처럼 김정은이 국방위원장직에 취임하지 않고 김정일을 ‘공화국의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내세울 것이라고 전망한 것은 앞에서 언급한 전례뿐만 아니라 북한의 후계자론과 영생론도 고려했기 때문이었다.


북한의 후계자론은 ‘수령의 후계자’의 가장 중요한 자질과 덕목으로 ‘수령에 대한 충실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김정일은 1998년 최고인민회의 제10기 제1차 회의에서 김일성이 생시에 맡고 있었던 주석직에 취임하지 않고 그를 ‘공화국의 영원한 주석’으로 내세움으로써 김일성에 대한 변함없는 충성심과 경의를 표현했다. 그리고 김정은도 김정일이 맡았던 국방위원장직에 취임하지 않고 그를 ‘공화국의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내세움으로써 김정일에 대한 한없는 충성심과 경의를 표현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북한은 또한 김일성과 김정일이 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기독교적인 또는 사교(邪敎)적인 논리인 ‘영생론’을 주장하고 있다. 김정일에 대한 100일의 애도기간이 끝나는 지난 3월 25일 북한은 로동신문을 통해 ‘위대한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라고 새겨진 영생탑을 공개함으로써 영생론이 김일성뿐만 아니라 김정일에게도 적용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이처럼 김정일이 ‘영생’하고 있다고 간주한다면, 김정일이 맡았던 국방위원장직을 김정은이 승계하는 것이 아니라 ‘공화국의 영원한 국방위원장’이라는 명칭으로 명예직화해서 김정일에게 영원히 부여하고 김정은은 국가기구의 최고직책을 신설하여 그 자리에 취임하는 것이 북한의 통치논리에 부합하는 것이다.


김정은을 김정일의 ‘위원장’직보다 더 높은 ‘제1위원장’직 추대는 치명적 실수


앞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필자는 데일리NK에 기고한 칼럼에서 최고인민회의 제12기 제5차 회의가 개최되면, “김정은도 헌법을 개정하여 국방위원장직과 국방위원회를 폐지하고, 김정일에 대한 충성심 과시 차원에서 김정일을 ‘공화국의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런데 북한이 김정일을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추대하면서도 국방위원회는 그대로 존치시킴으로써 필자의 예상 중 절반만 맞게 되었다. 


북한의 대남 간부들이 한국이나 국제사회의 전문가들 주장을 보고 이들이 예상한 바와는 다르게 북한이 행동함으로써 외부세계에서 당황해 하는 것을 보고 즐긴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북한이 필자의 예상과는 부분적으로 다르게 행동함으로써 필자를 당혹하게 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필자가 예상한대로 국방위원회를 폐지하지 않고 존치시키는 과정에서 그들의 의도와는 다르게 김정은을 김정일의 ‘위원장’직보다 더 높은 ‘제1위원장’직에 올리는 치명적 실수를 범하게 되었다.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김정은이 김정일을 ‘공화국의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추대하는 것은 북한의 통치논리를 면밀하게 분석해왔다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북한이 국방위원회를 존치시키면서 김정은을 명칭상 ‘위원장’보다 더 높은 ‘제1위원장’이라는 직책에 추대한 데 있다. 북한의 다른 직책들을 보면 ‘제1’이라는 표현이 붙는 직책은 그 표현이 붙지 않는 직책보다 더 상위의 직책이다. 예를 들어 당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에서 ‘제1부부장’직은 단순한 ‘부부장’직보다 상위의 직책이다. 국가안전보위부의 우동측은 2009년에 ‘부부장’에서 ‘제1부부장’으로 승진했다. 국방위원회에서도 과거 조명록이 맡았던 ‘제1부위원장’직은 현재 리용무나 오극렬 등이 맡고 있는 ‘부위원장’직보다 상위의 직책이다. 이 같은 직책 표기 관행을 고려하면 국방위원회의 ‘제1위원장’직이 ‘위원장’직보다 당연히 상위의 직책이라고 간주할 수 있는 것이다.


과거 김정일은 김일성이 맡았던 ‘주석’직과 주석의 국가관리기관인 ‘중앙인민위원회’를 폐지하고, ‘국방위원장’직을 국가의 최고직책으로 높여 그 자리에 취임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김정일은 형식적으로는 김일성을 계속 국가의 명예적인 최고직책에 올려놓고 자신은 국가의 실질적인 최고직책에 오름으로써 명분과 실리를 모두 가질 수 있었다. 그런데 김정은은 김정일의 국가관리기관인 국방위원회를 폐지하지 않고, 국방위원회에서 과거 김정일이 맡았던 위원장직과 유사한 최고직책을 억지로 만들어내려고 하면서 어처구니없게도 김정일보다 더 높은 ‘제1위원장’직을 만들어 그 자리에 오르는  ‘불효(不孝)’와 ‘불충(不忠)’을 범한 것이다.


북한은 지난 당대표자회에서 김정은을 조선로동당의 ‘제1비서’직에 추대한 것과 같은 형식으로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그를 국방위원회의 ‘제1위원장’직에 추대했다. 1974년에 김정일이 후계자로 결정된 후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중심의 권력체계는 당중앙위원회 비서국 중심의 권력체계로 바뀌었기 때문에 당중앙위원회의 비서들보다 상위에 있는 ‘제1비서’가 당의 실질적인 제1인자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마찬가지로 국방위원회에서도 ‘제1위원장’과 ‘위원장’이 있으면 당연히 ‘제1위원장’직이 ‘위원장’직보다 상위의 직책이 된다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김정은을 ‘제1위원장’직에 추대한 것이다.


북한의 이 같은 실수는 바로 체제의 경직성과 김정은의 국정경험 부족에서 비롯된다. 김일성과 김정일의 리더십을 타고 났다고는 하지만, 아직 조직관리 경험이 부족한 김정은의 결정에 북한의 모든 간부들이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의 10대 원칙」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그리고 ‘절대적으로’ 복종하지 않을 수 없다. 이 ’10대 원칙’이 북한의 최대 규범으로 남아있는 한 김정은이 치명적 실수를 범하더라도 아래에서 이의를 제기하기 힘든 것이 바로 현재 북한의 실정이다.


헌법 재개정 위해 최고인민회의 회의 조기 재소집 불가피


김정일에게 충성심을 과시하고자 그를 ‘공화국의 영원한 국방위원회 위원장’으로 내세우면서 김정은을 김정일보다 더 높은 ‘국방위원회의 제1위원장’직에 추대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기 때문에 북한은 가까운 미래에 다시 최고인민회의 회의를 재소집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만약 북한이 헌법을 개정해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최고인민회의 회의를 재소집하지 않으면 김정일이 사망한지 얼마 안 되어 김정일을 김정은의 하급자로 격하시킨 ‘불효’와 ‘불충’을 계속하게 되는 것이다.


북한이 최고인민회의 회의를 언제 재소집해 ‘공화국의 최고수위’ 직책을 어떻게 변경할지, 존치 필요성이 계속 감소하고 있는 국방위원회를 계속 유지 또는 폐지할지 주목된다. 그리고 만약 국방위원회를 여전히 존치시킨다면 당중앙위원회의 정치국 후보위원인 오극렬에게 국방위원회의 ‘부위원장’직을 부여하고 정치국에서 서열이 훨씬 높은 최룡해를 오극렬 밑의 국방위원회 ‘위원’직에 임명한 원칙 없는 아마추어적인 국방위원회 조직 개편도 시정할지 지켜볼 일이다(최고인민회의 제12기 제5차 회의에서 나타난 북한 국방위원회의 아마추어적 개편과 기형적 구성의 문제점은 다른 지면을 통해 지적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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