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북한 내에서 지속적으로 추진돼온 김정운 후계자 추대 선전 사업이 김정일의 지시로 일시 중단된 것으로 확인돼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8월 들어 북한 3대 세습 작업에 이상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소식이 곳곳에서 탐지됐다.
이달 20일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오가며 무역업에 종사해 온 김길명(가명) 씨는 데일리NK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김정운에 대한) 후계자 추대 작업이 완전히 중단된 상태이다”며 “공장 강연에서 김대장(김정운)에 대한 내용은 8월 들어 한 번도 듣지 못했다. 간부들도 위에서 내려온 지시라고만 할 뿐 그 이유를 정확히 말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22일 함경북도 소식통도 데일리NK와의 전화통화에서 “김정운을 칭송하는 노래 ‘발걸음’을 부르지 말데 대한 내부적 지시가 내려왔다”며 “공장, 기업소들마다 속보(게시)판에 붙여놓았던 ‘발걸음’ 노래 가사를 소리 없이 모두 내렸다”고 확인했다.
북한 당국은 지난 5월 ‘150일 전투’를 시작하면서 김정운에 대한 위대성 선전을 대대적으로 전개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까지 김정운의 공로로 추켜세웠다. 그리고 북한 내부 유선방송 채널인 ‘제3방송’에서 ‘발걸음’을 집중적으로 편집해 내보냈다. 그러나 이러한 선전도 8월 들어 갑자기 중단됐다.
김정운 선전 작업 중단에 대해 북한 내부 채널을 동원해본 결과 24일에서야 함경북도 00시 선전비서의 말을 통해 증언으로나마 그 배경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 선전비서에 따르면, 김정운 후계 선전에 첫 제동이 걸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7월 9일로 관측된다. 이날 김정일은 ‘후계자에 대한 선전사업을 내부적으로 조용히 진행하라’는 지시문을 각 도당과 시당 책임비서에게 내려보냈다.
하지만 이 지시문은 외부의 3대 세습에 대한 비난을 의식한 김정일의 집안 단속이지 후계작업의 중단은 아니었다는 것이 이 선전 비서의 설명이다.
북한 당국이 김정운에 대한 선전을 전면 중단시킨 것은 지난 7월 28일부터다.
노동당 중앙위 선전선동부가 각 도와 시당 선전선동부들에 내려 보낸 ‘8월 선전선동 방향’ 지시문에서 “강연회, 3방송을 통한 김대장(김정운)과 관련한 선전을 내보내지 말며 ‘백두의 청년장군 김대장’이라는 표현도 쓰지 말라”고 명기했다.
또한 보도 부문에도 관련 지시가 직접 내려갔다고 이 선전비서는 전했다.
또한 이 선전비서는 “이 것(지시문)은 김대장에 대한 내부적인 선전마저도 모두 중단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양강도 소식통도 “공장 속보(게시)판에 붙였던 ‘발걸음’노래도 모두 내렸고 학생들도 대열을 지어 집단 등교할 때 ‘발걸음’을 부르지 않는다”며 “시당에 관련 지시가 내려온 것으로 안다”고 확인했다.
뚜렷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갑자기 후계자 선전 작업이 중단되자 간부들 사이에서도 그 배경을 놓고 의문이 증폭됐다.
이와 관련 이 선전비서는 “김정운이 간부문서를 위조해 김정일의 노여움을 샀다”며 “성실한 간부들을 누명을 씌워 쫒아내고 그 자리에 자기 세력을 심자 벌써부터 분파주의를 한다며 김정일이 화를 냈다고 한다”고 말했다.
간부 임명 권한이 없는 김정운이 비위에 거슬리는 간부들을 모해해 자기의 측근들로 물갈이를 시도했다는 의미이다.
실제 북한에서는 지난 5월과 6월 초에 걸쳐 인민보안성(경찰) 정치국과 국가보위부 핵심 간부들에 대한 물갈이가 있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 과정에 김정운이 개입됐다는 증언도 있었다.
그러나 아직 김정운 후계 선전 작업 중단의 정확한 배경은 분명하지 않다. 이는 00시 선전 비서의 증언이 유일하고, 간부들 사이에서도 소문 형태로 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북 정보 사업을 하고 있는 한 NGO 관계자도 전화통화에서 “김정운에 대한 선전은 5월경에 집중적으로 벌어졌고 지금은 중단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그 원인에 대해서는 더 정확한 정보들을 수집해 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운 후계자 찬양과 선전 작업은 25일 현재까지 재개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