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영남 상봉결정…뭘 노리나

북한이 요코타 메구미씨의 남편인 납북 김영남씨가 이산가족행사 때 남쪽의 가족과 만날 수 있도록 함에 따라 납치문제에 대한 북한의 향후 정책방향에 관심이 모아진다.

일단 이번 상봉을 통해 북한은 김영남씨의 입을 통해 요코타 메구미씨와 관련된 각종 의혹에 대해 나름대로의 해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메구미씨가 김씨의 처였던 만큼 김영남씨가 그동안의 생활에 대해 가장 잘 알 것이기 때문에 상봉과정에서 북한에서 함께 보냈던 시간들에 대해 증언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를 통해 그동안 일본에서 제기됐던 메구미 유골 가짜설 등에 대해 반박하면서 “북한은 납치문제에 대해 최대한의 성의를 보였으나 일본이 말도 안되는 주장을 계속 내놓고 있다”는 식의 논리를 펼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북한이 시인하기 껄끄러운 김영남씨 문제를 공개하고 나섬으로써 그동안 자신들이 일본에 대해 보여준 입장도 이 같은 연장선에 있음을 분명히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김영남씨의 입을 빌어 일본에 대해 역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일본과 수교협상에서 “일본이 가짜라고 단정한 이상 유골을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고 반환되어야 한다”며 “우리는 평양에 있는 유가족들에게 유골을 돌려주어야 한다”고 밝힌 만큼 이 같은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다 북한은 이번 김영남씨의 상봉을 계기로 인권문제에 대한 접근법에 대해 가이드 라인을 분명히 하는 효과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일본은 북한의 인권문제를 거론하면서 북일관계를 이어가기 보다는 압박의 수위를 높여온 반면 남한 정부는 일본의 비난 등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를 이어가면서 대화채널을 이용해 끊임 없이 납북자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실질적 진전에 무게를 두는 입장을 취해왔다.

대북압박에 무게를 둔 일본에서는 납치문제에 대한 사회적 여론은 높은 반면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방북을 제외하고는 북한의 무시전략 속에서 납치문제가 답보상태에 빠져 있다.

반면 남한은 각종 대화채널과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통해 납북자의 상봉을 성사시킴으로써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두고 있을 뿐 아니라 평양에서 열린 제16차 장관급회담에서는 ’전쟁시기와 그 이후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사람들의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합의를 이끌어내 납북자 문제 해결의 물꼬를 트기도 했다.

결국 북한은 일본과 남한의 상이한 대북접근법중 유효성을 가진 정책이 어느 것인지를 이번 상봉을 통해 우회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일본의 정책전환을 촉구하고 있는 셈이다.

또 북한이 김영남씨의 상봉을 전격적으로 결정한 것은 남북관계를 이어가겠다는 의도도 내포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5일 열차시험운행 전격 중단 이후 남북관계 경색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를 예정대로 개최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 문제를 협의하는 등 남북관계는 비교적 순항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김영남씨의 상봉을 결정한 것은 남북관계는 종전과 마찬가지로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은 지난 장관급회담에서 남측의 김영남씨 문제에 대해 상당히 신중하게 청취하는 모습을 보였고 조사중이라는 답변도 내놓았다”며 “이같은 태도로 미뤄 북측의 이번 결정은 다양한 결과들에 대해 분석한 뒤 내린 결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김씨의 상봉은 대화채널이 열려 있어야만 어떠한 문제든 풀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북한도 남쪽의 입장 등을 감안해 어려운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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