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명길, 오바마 측근 만나…“양자회담 하자”

김명길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공사가 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측근인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와 19일(현시시간) 회동을 갖고 미국과의 직접대화를 희망한다는 점을 재차 밝혔다.

이번 만남은 북측의 요청으로 성사됐다. 회동의 공식 주제는 뉴멕시코 주의 ‘청정에너지 기술’이었지만, 현안인 북핵문제에 대해 대화가 오갔다.

리처드슨 주지사는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유엔주재 미국대사를 지낸바 있고, 90년대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석방 교섭을 위해 2차례 방북한 바 있으며, 오바마 행정부의 첫 상무장관으로도 지명되기도 했다. 미국내 영향력을 갖고 있으면서 북한에 유화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그의 입을 통해 다시한번 북한의 입장을 전달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는 김 공사와의 면담 뒤 기자들과 만나 이번 회동을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희망적 신호”라고 평가했다.

리처드슨 주지사는 CNN방송에 출연해서 “그들(북한)은 새로운 포맷을 원하고 있다”면서 “그들이 원하는 포맷은 미국과의 직접 대화”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6자회담 내의 직접대화와 같은 절충이 있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이는 외교관들이 협상해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또 “그들은(북한관리는) 이제 공이 우리(미국) 코트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미 국무부는 이번 김 공사 일행과 리처드슨 주지사와의 만남에 대해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눈치다.

이언 켈리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외교관 2명의 뉴멕시코 여행을 반드시 (북한의) 긍정적 신호라고 보지는 않는다”면서 리처드슨 주지사를 통해 김 공사에 전하는 메시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일축했다.

켈리 대변인은 “우리의 목표는 한반도 비핵화로 매우 명확하고 분명하다”면서 “공은 지금 북측 코트에 넘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그들이 6자회담의 틀로 돌아와 우리 및 다른 4개국들과 마주 앉아 한반도 비핵화 논의를 계속하길 원한다”면서 북한 외교관의 뉴멕시코 방문을 이런 움직임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켈리 대변인은 “이번 방문을 6자회담 복귀 신호라고 표현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6자회담 복귀를 결정했다면) 북한은 복귀할 것이라고 우리에게 말을 할 필요가 있다”고 못박았다.

한편, 북한 외교관들은 뉴욕시 반경 25마일 밖을 벗어날 경우 미 국무부의 승인이 필요한 상태로 김 공사 일행의 이번 뉴멕시코 방문은 국무부의 승인을 거쳐 이뤄졌다.

김 공사 일행이 라스베이거스와 로스앤젤레스도 방문할 계획이라는 얘기가 나왔으나 국무부는 뉴멕시코 외의 다른 방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