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9일 우리측이 제안한 남북 국회의장 회담과 9월 서울안보대화(SDD) 제의를 모두 거절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이날 서기국 성명을 통해 “남한측의 대화 제의는 남북대화를 추악한 정치적 농락물로 이용하려는 남한의 음흉한 기도”라고 비난했다.
성명은 또 “북남대화가 열리고 북남관계가 진전되자면 무엇보다 마주 앉을 수 있는 분위기부터 조성돼야 한다”면서 “그러나 오늘 북남관계는 도저히 마주앉을 수도 없고 한 치도 전진할 수 없는 상태”라고 주장했다.
조평통 성명은 남북 국회의장 회담을 제의한 우리 국회를 향해 “민족 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몸가짐부터 갖추라”고 조언했다.
또 서울안보대화 초청에 대해서는 “역겹다”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미국과 결탁해 대결과 북침 핵전쟁 책동으로 평화를 엄중히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와 마주앉을 초보적인 자격을 갖추자면 이제라도 대결정책을 버리고 이미 북과 남이 합의한 북남 공동선언들을 인정하고 이행하겠다는 입장부터 표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북 국회의장 회담은 지난 17일 정의화 국회의장이 제헌절 경축사에서 제안했고 같은 날 국방부도 오는 9월 서울에서 개최하는 제4회 서울안보대화에 북한 인민무력부 부부장급 인사를 초청하겠다는 통지문을 북한 측에 전달한 바 있다.
북한의 이번 회담제의 거절한 이유에 대해 김진무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데일리NK에 “북한으로서는 와서 할 수 있는 게 없지 않나. 특히 서울안보대화는 한반도 안보 상황을 공유하고 북핵 문제를 이야기하는 건데 거기 와서 뭘 할 수 있겠나”라면서 “북한은 자신들이 주도권을 갖는 남북관계를 원한다. 주도권이 없는 남북 대화에는 절대 호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연구위원은 “게다가 많은 국가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 들러리로 가는 건 더 원치 않을 것”이라면서 “북한이 원하는 건 남북관계에 있어서 우리의 기를 꺾는 것인데 안보대화나 국회의장 회담은 그렇지 않지 않나. 자신들의 생각대로 대화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WINK) 소장도 “서울안보대화에서는 북핵 문제 등이 논의될 텐데 여기에 북한 인민무력부 부부장급이 참석할 리가 없지 않은가”라며 “북한이 여기에 참석해 자신들의 주장도 하고 대화의 기회로 삼으면 더 좋겠지만, 권력 구도에서 밀리고 있는 북한군으로서는 남북대화보다는 권력 투쟁에 더 신경을 기울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