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기회’놓치면 ‘지도부 유고’ 올수도”

피터 브룩스(47) 미국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센터소장은 조지 W 부시 1기 행정부 때 국방부의 동아태담당 부차관보를 지낸 안보전문가다. 2002년 4월 국방부에서 미 보수주의 핵심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으로 옮겨 아시아 안보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해 정주영 펠로로 선발됐다. 서울포럼 강연차 방한한 그를 지난 9일 만나 최근 부시 행정부 및 워싱턴의 분위기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헤리티지 재단의 정주영 펠로로 선발된 후 첫 한국방문인데 요즘 한국 분위기를 어떻게 보나.

“이번 방한 때 느낀 것은 노무현정부 출범초 중국에 대한 호감이 강했던 것과 달리 중국에 대한 우려가 늘었다는 점이다. 노무현정부 출범초 워싱턴을 방문한 한국측 인사들은 대부분 중국에 낙관적인 입장을 피력했으나 이번에 서울 와서 그 사람들을 만나 보니 인식이 확 바뀌었더라. 중국기대론이 중국우려론으로 변화한 느낌이다. 중국은 매년 18%씩 국방비를 증가하면서 군사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과는 발해, 한반도 동북부지역 등을 둘러싸고 과거사 문제를 일으키면서 역사를 다시 쓰려하고 있다. 요즘 들어 워싱턴에서도 중국우려론을 얘기하는 이들이 많다. 동북아의 역학은 세계에 아주 중요하다. 한국은 세계 11위 경제국가이고, 대만은 14위, 중국은 4위 일본은 2위다. 그런데 군사적인 면에서 중국의 위상은 점점 위협적이 되고 있다. 이 지역에서 미국의 역할, 균형자 역할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최근 미국의 대북접근법은 압박에서 협상으로 전환된 듯한데 부시 대통령이 그렇게 입장을 바꾸게 된 계기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미국은 6자회담을 통한 북핵문제해결을 추구해 왔는데 과거의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자각을 한 듯하다. 10·9 북핵실험은 그런 자각을 더욱 굳게 해준 것 같다. 핵실험이 그런 정책전환의 결정적 역할을 했다. 북한의 핵실험 후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이 되자 접근법을 바꾸게 됐다. 그래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가장 최우선에 놓으면서 새로운 접근을 해보는 것이다. 뭐가 북한 핵문제를 푸는 방법이냐고 생각한 끝에 그런 시도가 나온 것이다.”

―북·미협상이 본격화하고 있는 요즘 백악관 분위기는 어떤가.

“나는 백악관이 아직도 북한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조심스럽다. 나는 온건보수주의자여서 비교적 회의가 적은 편이지만, 보수파들은 더욱 더 회의적이다.”

―부시 대통령이 대북정책을 바꾼 것은 확실한가.

“부시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기본적으로 회의적이지만 기회를 주면 성공할 수도 있다고 보는 것 같다. 반면 북한이 이런 기회에 응하지 않을 경우 다시 북한고립정책으로 가겠다는 메시지를 내심 갖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 이전에 부시 대통령과 만나 북한문제에 대해 협의를 한 적이 있는데, 대북문제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이해가 아주 깊으며 대북정책결정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부시 대통령이 대북정책결정에 있어 강력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솔직히 아주 놀랐다.”

―그럼 이번의 정책전환이 부시행정부가 북한에 제시하는 마지막 기회라고 볼 수 있는가.

“글쎄 그렇게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이번에 부시행정부가 북한에 완전한 기회를 주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 하지만 어떤 결과로 귀결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잘 안될 경우 북한은 더욱더 고립상태로 빠질 수도 있고, 갑작스럽게 북한 지도부에 유고사태가 생길 수도 있다. 누구도 역사를 예측하기 어렵다.”

―2·13합의에 따라 개최된 하노이 북·일실무협상은 결렬됐는데….

“일본에서 납북자문제가 차지하는 위상은 알고 있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대북접근법이나, 군위안부 문제처리는 아주 실망스럽다. 지도자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대목이다.”

―이 대목에서 미국이 일본측에 조언한다면.

“일본인 납치문제가 풀려야 한다는 것은 대전제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군위안부문제는 아시아인들뿐 아니라 미국사람들에게도 중요한 문제다. 보편적인 인권의 문제다. 미국은 일본정부의 대응에 아주 실망했다. 그간 미국은 일본에 아주 솔직하게 과거사 정리의 필요성을 얘기해왔다. 그러나 일본은 주권국가이다. 우리가 그러한 조언 이상의 얘기는 하기 어렵다. 최근 딕 체니 부통령이 일본을 방문한 것도 그같은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미국정부의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미국이 은근히 일본편을 들고 있는 게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군위안부문제는 일본정부가 어떻게 해명한다 해도 미국이 납득하기 어렵다. 미국인들은 역사왜곡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이같은 행위가 절대 공정한 것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나는 해군시절 일본에 3년 살았고, 일본을 좋아하고 한국과 일본이 중요한 동맹국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선 일본이 잘못하고 있다. 일본은 이 문제에 대해 최소한 솔직한 사과를 정부의 최고위 레벨에서 해야 한다. 풀어야 한다. 독일은 과거사에 대해 반성을 하고 사과를 했는데 일본은 거부하고 있어 아주 유감스럽다. 특히 군위안부문제는 심각하다. 요즘 미국에는 일본에 대해 심각히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본을 좋아하는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나오고 있다. 역사문제는 아주 유감스럽다. 수십년 전에 이뤄졌던 문제에 대해 그대로 있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아베 총리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일본에 그런 얘기를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나라는 바로 미국이 아닐까.

“그것이 바로 동북아에 미국이 계속 존속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은 동북아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나는 총리에 의해 사과가 이뤄져야 하고 이런 것이 일본의회에 의해 승인돼야 한다고 본다.”

―북·미뉴욕실무협상 이후 관계정상화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는데 수교시기를 어떻게 보나. 부시 대통령 임기내 혹은 노무현 대통령 임기내 가능할까.

“북한의 핵문제 해결 의지에 달려 있다. 북한이 60일내 준수해야 할 의무를 이행하면 다음 단계로 진전할 것이고 테러지원국 명단에서도 빠질 것이다. 북한에 있는 일본적군파 문제도 해소돼야 한다. 그런 문제는 북한에 달려 있고 북한의 의사결정은 아주 느리다. 북한이 비핵화를 진정 원하고 빠른 속도로 폐기하고 증명한다면, 부시행정부 임기내 그런 프로세스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 제재는 아주 빠르게 진전될 것이다. 재무부가 고시하고 의회가 청문회 열고 법안 통과시키면 된다. 그것은 북한에 달려 있다.”

―미·베트남 관계정상화는 1994년에 시작해 2년이 걸렸는데.

“미·베트남 관계정상화에 많은 전상자들이 반대했지만 그런 정서적 거부감을 극복하고 했다. 2년 정도면 될 것이다 부시대통령 임기내 가능할 것이다. 2년이면 진전될 수 있다.”

―북·미정상화가 급진전되면 한국의 12월 대통령선거에 즈음해 이뤄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데 한국의 대선 전에 가능할 것으로 보는가.

“미국은 한국의 국내정치에 개입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어떤 경우에도 미국은 한국의 국내정치문제에 말려들지 않을 것이다. 북·미관계 정상화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한국의 대선 전에 이뤄질 가능성은 작다. 나는 개인적으로 북한이 정말 평양에 미국대사관을 열지 좀 의구심을 갖고 있다. 북한체제에는 공적이 필요한데 미국이라는 적이 사라지는 것을 과연 원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속도가 아주 빨라질 수 있지만 연내에는 좀 어려울 것 같다. 만약 남·북관계나 북·일관계가 진전이 안되면 북·미관계만 어떻게 정상화할 수 있을까. 또한 북한의 재래무기, 인권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북·미수교가 이뤄질 수 있을까. 나는 좀 회의적이다.”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손을 맞잡고 평화협정에 조인하는 장면을 상상할 수 있는가.

“남북한이 통일되는 것도 상정할 수 있는 거 아니냐(웃음). 그런 조건을 만들기 위해선 한반도에서 남북화해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북·미수교는 부시행정부 임기내 가능할 듯하다고 했는데 한반도 평화협정은 어떤가.

“북·미수교 전에 평화협정이 돼야 한다. 전쟁상태에 있는 나라와는 수교가 안된다. 베트남의 경우 1975년 평화협정을 맺었고 수교협상은 1994년 시작했다. 외교관계 수립을 위해서는 우선 평화상태로 전환돼야 한다. 아주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우리가 언젠가 평화협정을 하겠지만 나는 아직도 북한이 정말 미국과 수교를 하려 하는지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는다.”

인터뷰 = 이미숙 정치부 차장 / 문화일보

-약력-

▲47세. 뉴욕 생 ▲해군사관학교 졸업. 미 해군으로 일본, 중동, 라틴아메리카 지역 근무 ▲존스홉킨스대 행정학 석사 조지타운대 박사과정 ▲중앙정보국(CIA) 정보분석관 ▲군합동정보대학 교수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전문위원 ▲국방부 동아태담당 부차관보 ▲미 하원 미·중경제 및 안보재검토위원회 위원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센터소장, 정주영 펠로 ▲미 5대일간지 뉴욕포스트 고정 칼럼니스트 ▲저서로 ‘마의 3각관계:테러리즘, 대량살상무기, 깡패국가’ 등 다수.

기사 게재 일자 2007-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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