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기관지 “核시설 불능화 속도 늦췄다”

▲ 영변 핵시설 위성사진 ⓒ연합뉴스

북한의 내각 기관지인 민주조선은 4일, 6자회담 참여국들의 의무사항 이행이 지연되고 있어 북한 핵시설의 불능화 작업 속도를 늦췄다고 밝혔다.

민주조선은 이날 ‘문제를 해결하자는 입장인가’라는 개인 필명의 논평을 통해 “최근에 6자회담 유관국들이 우리의 무력화(불능화) 이행에 따라 ‘행동 대 행동’ 원칙에서 하게 돼 있는 의무사항 이행이 지연되고 있는데 대처하여 우리는 부득불 무력화 작업속도를 조절하는 조치를 취하였을 뿐이다”고 주장했다.

이는 북한 현학봉 외무성 미국국 부국장은 지난달 25~26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한 및 중국의 3자 북핵 대북설비지원 협의를 마친 뒤 밝힌 발언과 연결된다. 때문에 실제 불능화 작업과 관련한 지연 조치가 취해졌을 가능성이 커졌다.

현 부국장은 당시 “6자회담 참가국들이 맡은 경제적 보상의무의 이행이 늦어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불능화 속도를 “조정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고 말 했었다.

이와 관련, 지난달 31일 일본의 교도통신은 외교소식통의 말을 인용, 북한이 영변 핵시설 불능화 작업에 투입됐던 4개조 총 400명의 인력을 1개조로만 줄이고 이를 미국측에 통보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만약 이 같은 보도가 사실일 경우 2월 중순에서 3월 초쯤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됐던 불능화 조치도 상당 기간 지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조선은 미국의 일부 “강경 세력들”을 직접 지목하며 “최근 미국내에서 조(북)미사이의 현안 문제 해결 과정을 놓고 이러쿵저러쿵 시비하는 논조들이 울려나오고 있다”며 “말하자면 ‘선 핵포기론’을 다시 들고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어 “미국내 일부 강경세력들은 우리가 완전한 핵포기를 하기 전에는 미국이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드니, 일본이 ‘납치문제’ 해결 정도를 봐가며 조미관계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드니 뭐니 하고 목에 핏대줄을 돋구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조선의 이 같은 보도는 비핵화 협상과 관련, 미국을 직접 겨냥한 북한 매체의 보도가 한동안 없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조선중앙통신이 지난해 11월30일 6자회담 참여국들의 불능화 작업 현장 점검과 관련, “우리는 미국과 각측의 움직임을 주시할 것이다”고 말한 것이 전부다.

특히 “미국내 강경세력들이 주장하는 조미사이의 현안 문제 해결 방식이 미국의 소위 자존심을 만족시켜주는 데 적합한 것일지는 모르나, 조선반도 비핵화 과정을 완전히 파탄시키고 조미관계를 최대로 악화시키는 결과밖에 가져올 것이 없다는 데 대해 주의를 환기시키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어 ‘선 핵포기론’을 주장하는 것은 “조선반도 비핵화 과정을 파탄시키려 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미국내 강경세력들은 예민한 시기에 경솔하게 논 데 대해 얼마나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되겠는가를 따져보고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민주조선은 주장했다.

또한 “조선반도 비핵화 과정을 추진시키는 데서 철저히 ‘행동 대 행동’ 원칙에 입각한다는 것은 6자가 이미 합의한 내용”이라며 “일이 뒤틀려지는 경우, 책임은 약속을 빈 종이장처럼 만든 측이 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핵신고와 관련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이처럼 북측이 미국을 비난하고 나선 것과 관련, 향후 한반도 비핵화 로드맵의 진전을 한동안 기대하기 힘든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10.3 합의’ 이후 미북 관계가 한동안 우호적 분위기가 연출됐지만, 북한이 핵 폐기의 중대 관문인 핵 신고 이행을 늦추면서 당분간 경색 국면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편,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2일 북한의 핵신고와 관련, “아직까지 북한으로부터 들은 게 없다”면서 “시간이 많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는 ‘회의적'”이라며 “(과거부터) 진행 중인 비밀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 북한은 아주 폐쇄적인 사회”라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