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급변사태 南은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2·13합의 이후 미북관계가 급진전되면서 북핵 타결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기대는 북한이 체제보장 같은 폐기에 따른 대가만 충분하다면 전략적으로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가정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북한이 명시적으로 이미 보유한 핵무기까지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적은 없다.

북한 핵문제 크게 두 가지 해결방법이 있을 수 있다.

하나는 북한 김정일 정권이 스스로 핵을 포기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김정일 정권이 핵을 부둥켜 안고 함께 몰락하는 것이다.

햇볕정책을 추진하는 정부 당국자들은 김정일이 결국 핵을 포기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체제방어용으로 핵을 개발했는데 미국과 관계가 개선되면 보유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김정일이 개혁개방을 거부하고 오로지 핵개발에만 집착해온 점을 볼 때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본다. 김정일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면 북핵문제의 근본 해결은 결국 북한 체제의 전환에 의지할 수 밖에 없어진다.

북핵을 둘러싸고 세계 각국의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21세기국가발전연구원(NDI·이사장 박관용)이 최근 정치·외교·군사분야에서의 북한 급변사태 전망과 이에 대한 대응책을 모색하는 내용의 『북한의 급변사태와 우리의 대응』을 출간해 주목된다.

이 책은 북한에서 가능할 수 있는 급변사태의 유형을 제시하고, 이에 따른 군 차원, 경제·사회·문화 차원의 효율적 대응책을 제시하고 있다.

책은 우선 북한 급변사태 가능성을 지도자 신상의 변화, 쿠데타 발생, 주민봉기의 세가지 유형으로 나눴다. 특히 “북한에서 김정일에 대항하는 세력이 존재한다면 이는 가장 강력한 집단인 군부 세력이 될 것”이라며 군부세력에 의한 쿠데타 발생 가능성을 예측한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체제개혁을 단행할 경우 군부 강경파가 김정일을 제거하고 좌경 군사정부를 구축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군부 쿠데타 시나리오다. 또한 김정일이 핵을 고집하고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지속할 경우 김정일과 강경파에 대항하는 온건 군부세력에 의한 쿠데타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고 책은 전망했다.

책은 “(북한이)체제존망의 기로에서 엘리트들의 패배주의적 신심 이반이 속속 드러나고, 탈북자와 같은 일반 주민들의 체제 이탈 현상도 속출하고 있다”며 “북한 주민에게 외부와의 접촉이 증대되고 체제의 모순이 누적된다면 동유럽에서와 같은 다양한 형태의 반체제 지하조직이 형성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책은 또 급변사태 발생 시 우리는 일차적으로 내정불간섭 원칙을 준수하면서도, 민족문제나 인권 차원에서의 적극적 지원, 유엔 등 국제사회의 관여, 무력개입이 불가피할 경우 다국적군 구성 등의 조치를 취할 필요도 있다고 말한다.

또 군사적 차원의 대응에 있어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의 팽팽한 이해관계나 복잡한 법률관계로 인해 국제법의 역할이 중요시된다”며 국제적 현실을 도외시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어 이러한 견지에서 한미동맹은 북한 급변사태 시 한반도 공조를 위해 존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남한 입장에서 한미공조가 중국 등 외부세력의 개입을 줄일 수 있는 역할로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남한사회가 막대한 통일비용이나 급변사태 수습비용에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과 관련, 북한 급변사태는 한국경제에 위험을 가져다줄 수 있지만 동시에 기회가 되기도 한다고 지적한다.

또 향후 남북통합 과정에서 소요되는 천문학적 비용을 남한 단독으로 조달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국제사회 통합차원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본다. 이와 함께 북한 경제의 재건 방향에 대해서도 구체적이면서 현실적인 방안을 곁들였다.

현재의 북한체제가 오랫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특히 핵문제와 관련 북한이 어떤 선택을 하든 급변사태 가능성이 그대로 남아있다면, 이는 곧 체제변화와도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다.

다행히도 최근 북한 급변사태 및 민주화 과정을 전망하고 이에 대한 전략을 수립하려는 노력이 조금씩 시작되고 있다. 이 책은 북한 급변사태 시 한반도 위기를 해쳐나가기 위한 기본 원칙과 방향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윤주용/북한인권 청년학생연대 조직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