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금융제재 확대 ‘반발’…6자회담 재개 ‘의지’

북한이 미국의 대북금융제재 확대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면서도 북핵문제를 풀기 위한 6자회담에 대해서는 강한 의지를 보여 주목된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26일 발표한 담화에서 “부시 행정부가 금융제재 확대를 통한 압력 도수를 높이는 조건에서 필요한 대응조치를 다 강구해 나갈 것”이라면서도 “9.19공동성명이 이행되면 우리가 얻을 것이 더 많으므로 (우리가) 6자회담을 더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는 미국의 금융제재 확대에 대해 ’대응조치’를 언급하며 미국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금융제재 해제를 통한 6자회담 재개에 대해 기대를 걸고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제재 확대에 반발= 북한은 스튜어트 레비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이 베트남 등을 방문한 이후 이들 국가의 은행이 북한 기업의 계좌를 잇달아 폐쇄하고 있는 등 금융제재가 확산되고 있는데 대해 우선 반발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미 재무성은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나라에 파견해 우리와의 일체 금융거래 중지를 호소하고, 몽골, 러시아 등 10여개 나라 은행들에 개설된 우리 계좌에 대한 추적놀음을 벌이고 있다”며 “우리 영상을 깎아내리고 대외경제거래를 차단하려는 것으로 대화 상대방의 자주권과 존엄을 침해하는 날강도적인 행위”라고 비난했다.

특히 북한은 이날 담화를 통해 위조화폐 제작과 돈세탁에 대한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결백’도 강조했다.

대변인은 “우리나라에는 금융분야에서 화폐위조와 돈세척과 같은 불법행위를 금지하는 법률적·제도적 장치가 완벽히 마련돼 있다”며 “미국이 떠드는 것처럼 위법국가도 화폐위조국도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북한은 화폐 위조혐의에 대해 완강하게 부인하는 모습을 견지해 왔다”며 “이번 북한의 언급은 금융제재가 확산되는 데 대한 위기의식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6자회담에 강한 의지= 북한은 작년 제4차 6자회담에서 합의한 9.19공동성명을 거론하면서 회담 재개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다.

특히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말했던 공동성명이 이행되면 북한이 얻을 것이 많다는 언급까지 인용해 가면서 회담 복귀에 적극성을 보였다.

외무성 대변인은 “9.19 공동성명에서 우리는 핵계획 포기를, 미국은 평화공존을 공약했다”며 “우리는 평등한 원칙에서 합의를 이행하자는 입장이고 이 합의가 이행되면 우리가 얻을 것이 더 많으므로 6자회담을 더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6자회담에 참가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 이유로 미국의 금융제재를 꼽으면서 “우리는 제재 모자를 쓰고는 절대로 6자회담에 나갈 수 없다는 입장이고 이 원칙적 입장에는 추호의 변화도 없다”고 말해 선(先) 제재해제-후(後) 회담 복귀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힐 차관보의 언급까지 인용해 6자회담 복귀에 대해 의지를 밝힌 것은 흥미로운 대목”이라며 “한국과 중국 등 국제사회에서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회담 공전의 책임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의도도 엿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모든 대응조치에 주목=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부시 행정부가 금융제재 확대를 통한 압력 도수를 더욱 높이는 조건에서 우리는 자기의 사상과 제도, 자주권과 존엄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대응조치를 다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6자회담에 나가고 싶지만 미국의 금융제재가 가로막고 있고 오히려 제재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앉아서 당하지만은 않겠다는 의지로 보여진다.

북한은 지난달 대포동 2호 미사일을 발사하기 앞서 금융제재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를 평양으로 초청하는 등 유화적 제스처를 보이면서 “미국이 우리를 계속 적대시하면서 압박 도수를 더욱더 높여 나간다면 우리는 생존권과 자주권을 지키기 위하여 부득불 초강경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선언했고 결국 미사일 발사로 이어졌었다.

이에 따라 최근 함경북도 길주군에서 핵실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북한의 이번 발언이 핵실험을 강행하겠다는 뉘앙스로도 해석돼 주목된다.

현재 북한이 미국에 취할 수 있는 압박조치는 미사일 추가발사와 핵실험 등이 가능한 상황에서 실패한 미사일을 재차 발사하기 보다는 핵실험을 통해 미국 부시 행정부를 압박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핵실험이 이뤄지면 핵문제 해결의 시급성이 제기되면서 부시 행정부에 대한 대북대화 재개 요구가 높아질 것이고 결국 미국도 6자회담 재개를 위해 금융제재를 풀 것이라는 단순한 도식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움직임을 종합적으로 보아야 할 것”이라며 “북한의 핵실험은 미사일보다 더 심각하고 남한이나 중국의 강한 반대에 직면할 것인 만큼 북한도 실험을 강행하기가 쉽지 만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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