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금강산 ‘1단계조치’…배경과 전망

북한이 8일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대변인 성명을 통해 금강산 관광과 관련한 강경 조치를 행동으로 옮겼다. 지난달 25일부터 31일까지 금강산 부동산 조사를 실시한지 8일 만에 나온 조치다.
천안함 침몰 사고와 관련해 ’북한 변수’가 등장하면서 남북관계에 미묘한 기류가 형성된 때 북한이 강경 조치를 취함에 따라 남북관계는 다시 요동칠 공산이 커졌다.


◇북 조치 내용과 파급효과는 = 북한이 이날 발표한 것들은 지난 달 4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 대변인 담화에서 예고한 금강산 내 남측 부동산 동결, 기존 계약 파기 등 이른바 ‘특단의 조치’의 1단계로 볼 수 있다.


일단 북측은 정부 자산인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와 소방서, 공기업인 한국관광공사 소유의 문화회관, 온천장, 면세점 등을 동결 대상으로 지정하는 한편 이 시설들의 관리 인력을 추방하겠다고 밝혔다.


또 부동산 조사에 입회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현대증권 등 3개사의 사업권을 박탈하고 그 관계자들의 금강산출입을 불허키로 했다. 아울러 ‘곧 새로운 사업자에 의한 국내 및 해외 금강산관광이 시작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언뜻 보기에 ‘초강경 조치’로 비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북한 특유의 ‘살라미 전술(하나의 카드를 여러개로 나눠 단계적으로 사용하는 전술)’을 활용한 우리 정부 압박의 성격이 짙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북한은 1차 부동산 동결 대상에서 순수 민간업체는 제외했다.


또 정부 및 관광공사 소유 일부 부동산에 대한 동결과 관리 인원 추방 역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상황에서 실질적인 의미가 크지 않은 상징적 조치로 보인다.


현재 이산가족 면회소에는 중국동포 출신 경비원 1명이 상주하고 있으며, 현대아산 금강산 사무소 소속 직원 4명이 면회소 관리 업무를 겸임하고 있다고 현대아산 관계자가 전했다.


또 관광공사 소유 건물과 소방서에는 아예 상주하는 관리 인원이 없는 것으로 전해져 북측 성명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자면 이번 조치에 따른 추방 대상은 1~5명에 그칠 전망이다.


또 지난 달 아태위 담화에서 ‘계약 파기’를 예고했지만 이날 성명은 ‘현대와의 계약이 더 이상 효력을 가질 수 없게 됐다’고 했을 뿐 엄밀히 말해 계약 파기를 선언한 것은 아니었다.
아울러 현대증권 등 3개 업체에 대한 사업권 박탈도 실질적인 의미가 크지 않다는게 정부 당국의 분석이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기 전 현대증권은 온정각 동관 로비 1층에 홍보관을 운영해왔고, 나머지 2개 업체는 온정각에서 등산용품과 기념품을 각각 판매했었다.


이번 부동산 조사 입회를 현대 측에 위임했다가 사업권 박탈 통보를 받게된 이 업체들은 관광 중단이 장기화되면서 사업을 계속할 동력을 상당 부분 상실했다고 봐야 한다는게 정부 당국자의 전언이다.


이와 함께 이날 성명에서 현대를 대체할 새로운 사업자를 물색했다는 뉘앙스를 풍겼지만 실제로는 중국측 여행사를 통해 금강산에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정도에 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결국 이번 1단계 조치가 우리 정부나 기업에게 줄 실질적인 타격은 그리 크지 않다는게 중론이다.


당장 금강산 사업을 접으려는 쪽이라기 보다는 1단계 조치를 내 놓고 남한 정부의 대응을 지켜 본 뒤 후속 대응을 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얘기다.


이날 성명에서 금강산 관광과 무관한 개성공단 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거론한 것 역시 대남 압박 의도에 무게를 싣는 대목이다.


◇대화 통한 반전 가능할까 = 일단 남북은 대화를 통해 사태를 봉합하는 수순으로 가느냐, ‘강 대 강’으로 맞서며 극한 상황까지 가느냐의 기로에 서게 됐다.


북한이 금강산 부동산 조사를 마친 지난 달 31일 정부는 북한에 강한 경고 메시지와 함께 대화로 문제를 풀자는 제안을 함께 던졌다. 북한도 압박을 통해 우리 정부가 유연한 태도로 관광 재개를 위한 대화에 나오도록 만들려는 의중이 엿보인다.


그러나 양측이 생각하는 대화의 ‘개념’이 다르다는게 문제다.
정부는 관광 중단의 계기가 된 박왕자씨 총격 피살사건의 진상규명, 재발방지책 마련, 관광객 신변안전 보장 등 3대 조건을 실질적으로 충족하기 위한 심도있는 대화를 원한다.


그러나 북한은 이미 ‘3대 조건’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보장 등으로 해결된 만큼 관광 재개를 결정하는형식적인 수순으로서의 대화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또한 천안함 사고 진상 규명에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그리고 어떤 결론으로 귀결될지 예단할 수 없다는 점도 대화 전망을 낙관하기 어렵게 만드는 대목이다.


우리 정부로서는 북한이 대화를 하자고 할 경우 거부는 하지 않겠지만 천안함 사건에서 북한의 혐의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기 전까지 적극적으로 관광 재개 문제를 논의할 여유가 없을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따라서 천안함 문제가 매듭지어지기 전까지 대화를 통한 반전을 기대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당분간 대화를 통해 상황의 추가적인 악화를 저지하는 정도의 시나리오가 예상가능한 최선의 상황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국내 대북 여론이 이번 북한의 조치를 계기로 어떻게 변할지도 관건이다.


최근 ‘어뢰 피격’ 가능성에 무게를 실은 김태영 국방장관의 발언을 계기로 북한이 천안함 사건의 용의선상에 오른 상황임을 감안할 때 한국사회의 대북 여론이 냉각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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