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금강산 대변인 담화’에 4가지 목적 보인다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 사살사건과 관련, 북한의 태도가 더 거칠어지고 있다.

북한은 3일 ‘인민군 금강산지구 군부대 대변인의 특별담화’를 통해 “금강산관광지구에 체류 중인 불필요한 남측 인원들을 모두 추방하고, 금강산지구의 관광지와 군사 통제구역 안에서 나타나는 사소한 적대행위에 대해서도 강한 군사적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담화는 또 남한 정부의 대응조치를 “무분별한 반공화국(북한) 대결 소동”이라고 주장하며 “금강산지구에 들어오는 남측 인원과 차량들에 대한 군사분계선통과를 보다 엄격히 제한, 통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담화는 사건 발생 한 달 가까이 되면서 북측의 두번째 공식 반응인 셈이다. ‘인민군 금강산지구 군부대 대변인’으로 발표됐지만, 금강산 군부대에 ‘대변인’이란 것이 있을 수도 없고 또 있을 필요도 없기 때문에 이 담화는 금강산지구의 ‘명의’만 빌린 형태로 전적으로 ‘평양당국의 입장’이라고 보면 된다.

그럼에도 북한이 ‘금강산 지구대 대변인’ 명의로 담화를 낸 목적은 “이 사건은 남측 금강산 관광객이 북측의 군사지역을 무단히 침범함으로써 일어난 것”으로 재차 규정하면서, “북측은 잘못이 없다”는 점을 남한과 국제사회에 선전하려는 것이다.

담화는 “우리(북한) 군인이 군사 통제구역 안에 들어온 정체불명의 침입 대상을 발견한 것은 지난 7월 11일 새벽 4시 50분경 경계 울타리로부터 북쪽으로 약 800m 떨어진 지점이었다”며 북한당국이 이미 한차례 밝혔던 이른바 ‘사건 경위’를 되풀이 했다.   

또 “당시 전투 근무 중에 있던 우리(북) 군인은 날이 채 밝지 않은 이른 새벽의 시계상 제한으로 침입 대상이 어디서 나타났는지, 그가 남자인지 여자인지조차 식별할 수 없는 조건에서 그의 신분을 확인할 목적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서라고 규정대로 요구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남한 정부는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을 ‘북한군의 민간인 관광객 총격사건’으로 규정하면서, 북한에 진상조사단 파견을 요청했고, 공동으로 조사하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아울러 ARF에서 이 문제를 국제이슈화 하려고 했고, 미국과 공조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또 정부합동조사단이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고 박왕자씨가 서 있거나, 천천히 걸어가고 있을 때 100m 거리에서 조준 사격을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은 여기에 맞대응하면서 이명박 정부 길들이기를 계속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북한당국의 이번 ‘금강산지구 군부대 대변인 담화’에는 대략 네 가지 목적이 담겨 있는 것 같다.

첫째, 잘못이 있어도 변명을 하면서 국제여론을 그나마 자신에게 유리하게 돌려보려고 한다. 이번처럼 간혹 북한 내에도 발표하여 주민들에게 ‘우리는 잘못이 없다’는 점을 선전하려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사례는 매우 적다.

둘째, 자신이 잘못한 경우에도 남한 정부를 끝까지 공격하면서 국면을 유리하게 가져가려는 것이다. 김정일은 부하들에게 ‘한번 밀리면 끝까지 밀린다’며 무조건 처음부터 강경하게 대응할 것을 요구한다. 또 ‘강경에는 초강경’으로 가져가다 보면 남한 정부의 대응이 누그러진다는 점을 악용해보려는 목적도 있다.

셋째, 남한 내에 있는 친북단체들을 격려하면서, 이 사건을 둘러싸고 남한 내부에서 활용할 대응논리를 제공해주려는 목적이 있다. 이번 담화에서 남한정부의 조치들을 ‘이명박 패당의 반북 대결소동’으로 규정한 것도 그러한 목적이 있다. 다시 말해 남측이 남북합동 진상조사 등을 요구하는 이유는 이명박 정부의 반북대결이 목적이기 때문에, 남한내 친북단체들은 이러한 남측 정부의 논리에 휘둘리지 말고 맞대응하여 이 사건은 단순히 ‘남측 관광객의 금강산 군부대 침입사건’임을 강조하라는 것이다. 앞으로 얼마 지난 후 ‘광우병대책회의’ 소속 몇 개 단체들(진보연대, 민노총 등)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북측 담화와 비슷한 논리들, 예컨대 ‘금강산 사건을 악용하는 이명박 정부의 반북대결을 규탄한다’는 식의 글들이 등장해 있을 것이다.

아울러 북한당국은 이번 담화를 통해 현대아산을 압박하면서 ‘당신들이 관광으로 계속 돈 벌고 싶거든 적극적으로 남과 북을 오가면서 이 문제를 해결해보라’는 메시지도 담겨 있는 것 같다. ‘대변인 담화’의 네번째 목적이 이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 북측 담화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오히려 남측이 ARF 등에서 거론한 것이 북한당국을 일정하게 압박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이번 담화에 묻어있다. 사건의 진상이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국제사회가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질수록 북한당국은 더 불리해진다.

정부는 북한의 발표처럼 “군사 통제구역 안에 들어온 정체불명의 침입 대상을 발견한 것이 새벽 4시 50분경 경계 울타리로부터 북쪽으로 약 800m 떨어진 지점”이 맞고, 또 “당시 전투 근무 중에 있던 우리(북) 군인은 날이 채 밝지 않은 이른 새벽의 시계상 제한으로 침입 대상이 어디서 나타났는지, 그가 남자인지 여자인지조차 식별할 수 없는 조건에서 그의 신분을 확인할 목적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서라고 규정대로 요구했다”는 것이 정말 사실이라면, 북한은 더욱더 당당히 합동진상조사에 나서는 것이 유리하며, 이는 국제사회도 바라는 사실을 계속 강조할 필요가 있다. 북한주장이 사실이라면, 남북합동조사를 통해 과학적으로 규명하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합동진상조사 요구와 국제공조를 통한 압박 등 원칙적 태도를 계속 견지하는 것이 옳고, 동시에 북한당국이 매우 아파할 부분을 점잖게 사전 경고를 주면서 조용히 건드려가는 방법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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