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심 권력층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와병으로 인해, 극심한 불안 상태에 빠져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조지워싱턴 대학교의 정치심리학과장인 제럴드 포스트 박사는 16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일이 전권을 장악하는 북한에서는 김정일이 병이 들어 제대로 통치를 못한다 해도 김정일을 떠받드는 ‘갇힌 왕(王) 현상’이 나타난다”며 “이는 김정일이 없으면, 자신들도 없는 것과 같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권력핵심계층 안에서도 김정일 위원장을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세력과 그렇지 않은 세력 간에 권력투쟁(struggle)이 일어나고, 이 과정에서 혼란스럽고 상반된(mixed and contradictory) 정보가 북한으로부터 흘러나오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포스트 박사는 21년 동안 미국 중앙정보국(CIA)에서 전 세계 독재자들과 지도자들의 심리분석을 제공해온 정치심리학 전문가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김정일이 지난 달 중순께 뇌 이상으로 쓰러진 뒤, 북한의 권력 엘리트들은 김정일을 기반으로 권력과 부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임에 따라 극심한 불안과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당과 군의 권력핵심들은 김정일의 ‘건강이상’을 숨기기 위해 온갖 연막전술을 펼치면서, 김 위원장의 건강에 아무런 이상이 없고 북한을 예전처럼 잘 통치하고 있음을 보여주려고 애쓰고 있다는 것.
포스트 박사는 김정일의 병세가 호전되고 있다는 언론보도와 관련해, 김정일의 건강이상은 호전된다 해도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의 아이젠하워 대통령도 재임 시 뇌졸중을 겪었지만 나중에 건강이 회복되어 비교적 효과적으로 통치했다”며 “하지만, 김정일은 복부가 비만에 당뇨병과 심장병도 앓고 있어서 건강관련 문제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지적했다.
한편, 포스트 박사는 최근 언론보도처럼 김정일의 병세가 완연히 회복될 경우, 자신의 와병 중에 진행된 핵불능화 중단선언을 뒤집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그는 “북한이 핵 불능화 작업을 중단했다고 밝힌 때가 8월 26일이고, 미국은 김 위원장이 쓰러진 시점이 22일 이전으로 주목하고 있다”며 “김정일은 군부의 강한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핵불능화에 합의 결정을 내렸지만 김정일이 아파서 무능력해진 상태에서 군부가 핵불능화 중단선언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포스트 박사는 과거 이란의 호메이니와 권력핵심들의 움직임을 유사한 예로 들었다.
이란의 독재자 호메이니가 잠시 병이 들어 제대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없게 되자, 일부 측근들은 마치 호메이니가 결정한 것처럼 정책결정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호메이니가 건강을 회복해 의사결정에 다시 참여하자, 자신의 집무 공백동안 측근들이 내린 대부분의 결정을 뒤집었고, 일부 측근들에게는 크게 화를 냈던 일이 있었다고 포스트 박사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