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권력분점’ 경험 無 ‘집단지도체제’ 못 한다

김정일 사망 후 북한이 향후 어떤 통치체제를 선택할 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김정일에 이어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 오른 김정은의 경험이 일천하다는 이유로 ‘집단지도체제’와 ‘섭정’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김정은의 후계지명 시기는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직후인 2008년부터 2009년 사이로 파악된다. 이후 2010년 9월 열린 당대표자회의를 통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선출되면서 공식적인 후계자로 대내외에 알려졌다.


김정일은 1974년 ‘당중앙’이라는 호칭을 받고 후계자로 지명이 될 때까지 10여년의 준비 기간을 가졌던 것에 비해 김정은의 후계자 준비 기간은 길게 봐도 3년에 불과하다. 김정일은 후계자로 공식화 된 이후에도 김일성과 공동경영 형식으로 내치 경험을 쌓아 왔다는 점에서 김정은의 경험 부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김정은 일인지도체제의 불안정성을 제기하며 향후 북한 내 ‘집단지도체제’가 들어서거나 장성택 등 친인척을 중심으로 한 ‘섭정’ 가능성까지도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김정은은 후계자 등극 이후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당 중앙위 위원 등 직책을 바탕으로 군과 당에서의 영향력을 순조롭게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의 검열기관 장악을 통해 내부 통제를 확고히 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처럼 김정일이 빠른 시간 내 후계자로써의 지위를 다져왔고 김정일 생전 구(舊) 간부 숙청을 통한 권력 엘리트 교체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김정은을 중심으로 한 통치체제가 예상보다 안정적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김정일 시대보다 ‘측근’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완화된 유일지도체계 형식을 띄게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연수 국방대 교수는 20일 데일리NK와 통화에서 북한 내에서 집단지도체제가 선택될 가능성은 낮다고 선을 그으면서 “수령의 영도나 혈족 측근정치가 김정일 시대보다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북한의 통치체제 특성상 집단지도체제 구축은 불가능하다. 김정일 후계통치는 혁명의 계승성과 백두혈통 계승성이라는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면서 “다만 김정은의 관록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키는 통치 형태보다는 측근들의 도움을 받는 형태의 국정 운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겉 모양은 유일지배체제로 갈테지만 김정은을 보좌하는 측근들의 발언·지분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완화된 일인지배체제로 가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오경섭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또한 집단지도체제 가능성에 대해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일축했다. 그는 “북한은 수직적 지도 체제다. 집단지도체제가 등장한다는 것은 김정은에 필적할 만한 세력이 존재한다는 의미인데,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서는 김정은 중심의 일인지배체제로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일성 중심의 지배체제가 구축된 이후 권력을 분점해 국정을 운영해본 경험이 없는 북한 지도부에게 집단지도체제는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최고 지도자 1인이 권력을 독점하고 휘두르는 북한의 경우 김정은의 일인지도체제를 측근들이 보좌하는 형식으로 국정운영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김정은이 김정일과 같은 강력한 통제력을 바탕으로 권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때문에 김정일 시대보다 국정운영에 ‘측근’들의 입김이 반영될 빈도가 높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한편, 김연수 교수는 장성택·김경희 등 친족 ‘섭정’의 가능성도 낮다고 주장했다. 그는 “장성택의 역할은 김정은 후계 구도 안착과 보완 역할에 국한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김정일 장의위원회 서열에서 김경희는 14위, 장성택은 19위로 어느정도 밀려나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김경희와 장성택의 장의위원회 서열은 섭정 가능성이 상당히 낮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지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