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권력누수 빠진 부시 협박 더 많은 양보 얻으려”

북한이 미국의 테러지원국 지연 해제 연기를 이유로 ‘핵불능화 조치 중단과 핵시설 원상복구 고려’를 선언한 것은 임기말 외교 성과에 집착하고 있는 부시 행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협박성 조치라고 국내외 북한 전문가들이 주장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인 존 볼튼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28일 RF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위협은 북한이 진정으로 핵무기 능력을 포기할 의사가 없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준 것”이라며 “북한은 결코 (처음부터) 검증계획서에 동의할 의사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부시 행정부와 상징적인 차원의 협상에 임할 준비는 됐지만 막상 검증계획서처럼 구체적인 문제에 부딪치자 이것이 자신들의 핵 활동에 진짜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북한의 이번 위협은 임기말 권력누수에 빠진 부시 행정부를 협박해 더 많은 양보를 끌어내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이 굳이 이 시점에 불능화 중단 선언을 한 것은 부시 행정부가 대북 협상을 외교 유산으로 남기기 위해 집착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은 바로 이 시점에 미국에 대한 지렛대가 크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북한은 부시 행정부가 양보를 하지 않더라도 미국 대선 이후 차기 행정부, 특히 오바마 후보가 당선되면 양보를 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며 “다시 말해 북한은 미국의 정치 환경을 주목하고 있고, 지금이 강력한 입장을 취할 수 있는 적기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대성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이날 발표한 ‘세종논평’을 통해 북한의 핵불능화 조치 중단 선언은 “임기를 5개월 정도로 남겨두고 있는 미국의 부시 행정부를 상대로 임기가 끝나기 전에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라는 카드를 선택하든가 아니면 ‘6자회담 공중분해’라는 카드를 선택하든가 어느 하나를 선택하라는 협박성 거래 카드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공화당과 대결하고 있는 민주당에게 ‘부시 행정부의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 지연 등 잘못된 대북정책이 북핵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공화당 행정부를 공격할 수 있는 ‘공격카드’를 제공키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 외에도 “북한이 미국이 자신들의 ‘통미봉남’ 정책을 거부하고 지난 8월 6일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통남압북(通南壓北)’성 한미공동선언을 천명한 것에 대한 일종의 불만 표출로 북핵 불능화 조치 중단이라는 카드를 빼들었다고 볼 수도 있다”고 송 연구위원은 덧붙였다.

한편, 볼튼 전 대사는 북한이 원상복구 위협을 행동에 옮길 경우 미국의 대응에 대해 “부시 행정부는 북한이 원상복구를 시작하는 시점에 2·13합의가 위반됐고, 6자회담도 종착에 이르렀으며, 성공적인 완결에 이를 수 없다고 선언해야 한다”며 “미국은 중국에 좀 더 압력을 가해서 북한으로 하여금 핵 프로그램을 중단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정일은 핵무기를 미국은 물론 한국, 일본을 쥐고 흔들 수 있는 도박 카드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자발적으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하는 유일한 방법은 중국이 북한 정권에 압력을 가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중국이 지금껏 여러 가지 이유로 그런 압력을 가하지 못했고, 그 때문에 북한도 6자회담 참가국과 맺은 협정을 제대로 실천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미국이 북한에 제시한 검증초안은 아주 취약한 것”이라며 “때문에 미국이 여기서 더 양보한다는 것은 검증안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으로 이미 많은 것을 북한에 양보한 부시 행정부에게는 테러 해제 여부가 유일한 지렛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철저한 검증체계는 북한정권처럼 억압적인 성격과는 본질적으로 모순되는 것”이라며 “북한은 자신들의 전체주의 정권에 위협이 된다고 보기 때문에 결코 검증체계를 받아들일 의도가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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