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군축’ 주장 철회 없이 대화 동력 유지 어려워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주변국의 외교 행보가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관련국들의 입장 차는 여전해 국면전환이 가능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미중을 중심으로 한 북한 문제 협의가 이어지는 4월 말과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5월 초가 지나면 대화 국면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지만 여전히 미사일 발사가 변수가 되고 있다.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 특별대표가 22일 미국 워싱턴에 도착, 북핵 및 한반도 긴장과 관련 미국과 본격적인 협의에 들어갔다. 우 대표는 25일까지 글린 데이비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등 오바마 행정부의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협의할 계획이다.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5개국을 방문하는 윌리엄 번즈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25일 베이징을 찾을 예정이다.


과거에도 북한문제가 교착상황에 빠졌을 때 중국이 중재자로 나서 ‘미중 대화→북미 대화→6자회담’의 수순을 밟았던 전례가 있었던 만큼 이와 같은 패턴이 재연될지도 관심사다. 핵·미사일 시험 유예 조건으로 미국이 북한에 24만 톤의 영양지원을 약속했던 지난해 2·29합의도 중국의 중재로 만들어진 것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24일 중국을 방문,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왕자루이(王家瑞) 당 대외연락부장을 잇따라 만나 대북 정책을 협의할 예정이다.


북한의 각종 협박성 성명이나 군사적 도발 움직임이 줄어든 것도 대화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한미가 수용하기 어려운 대화 조건을 내걸고 있는 것도 이후 대화의 주도권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북한은 외교적 출구라 할 수 있는 비핵화 회담과는 선을 긋고 있다. 노동신문은 지난 20일 군축회담은 있어도 비핵화 회담에는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고 나섰다. 이보다 앞선 18일에는 국방위원회 정책국 성명을 통해 대화조건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를 철회하고, 핵전쟁 연습을 중단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북한이 먼저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중·일 3국 방문을 마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북한의 대화 조건에 대한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면서 미국은 과거의 실패한 대북정책을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결국 대화 분위기는 조성되고 있지만 남북 및 주변국의 입장 차이가 너무 커 대화 테이블에 앉기까지는 몇 차례 고비를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막상 대화 테이블에 앉아도 한미의 ‘비핵화’와 북한의 ‘군축’이라는 상반된 견해가 확인될 경우 대화의 동력이 유지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반도의 긴장상태가 소강된 건 맞지만, 서로의 입장 차가 너무 커서 의안을 정해 협상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면서 “결국 실질적 대화를 위해서는 북한 입장 변화가 필요한데, 북한이 그런 명분을 만들지는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평가했다.


박 연구위원은 “중국이 북한을 더 이상 말썽 피우지 않도록 말리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북한의 팔을 거세게 비틀 수 있을지는 미지수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상진 광운대 교수도 최근 미중 간 협력 상황에 대해 “중국이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긴장완화에 협조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미국이나 한국이 요구하는 강한 압박에 동참할 경우 북중 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동시에 염려하고 있다”며 중국이 김정은 체제를 위협하는 수준의 제재에 동참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