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군인징집, 지원제에서 의무제로 바꾼 이유

▲ 북한의 소년병사

1990년대 후반부터 북한의 국가운영 기본이념은 ‘선군(先軍)정치’다. ‘군대를 중시하고 군사력을 강화하는 데 선차적인 힘을 쏟는다’는 뜻이다.

원래 북한은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표방하여 왔다. 그러나 이제는 주체사상과도 인연이 없고, 사회주의, 공산주의 이론과도 인연이 없는 ‘선군정치’라는 엉뚱한 이론을 내놓고 주민들을 들볶고 있다.

오직 연관이 있다면 히틀러나 무솔리니, 일본 히로히트 천황 같은 사람들이 신봉했던 군국주의(軍國主義)하고나 비슷할까.

외아들이라도 군대에 보내야 한다

선군정치의 디딤돌은 군대다. 북한의 군사모집은 원래 ‘지원병역제도’였다. 형식상이긴 했지만 군대에 가고 싶은 사람만 갔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완전 의무병역제도로 바뀌었다. 군대에 가지 않으려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또 1994년부터 시작된 식량난으로 인해 수많은 어린이들이 굶어죽는 바람에 지금에 와서는 군대에 모집할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북한의 군 모집은 중학교 4학년(16세)부터 진행된다. 각 시, 군에 설치되어 있는 ‘군사동원부’에서는 이 시기에 각 학교를 돌아다니며 학부형들과 담화(상담)를 진행한다. 한마디로 “자녀를 군대에 보내겠는가 안 보내겠는가” 따지는 것이다.

어떤 부모인들 “자식을 군대에 보내지 않겠다”고 공공연히 말할 수가 없다. 만약 이런 말을 했다가는 정치적으로 걸려들게 된다. 군 기피는 곧 반역이기 때문이다.

설사 입대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는 외아들이라 할지라도 모두 군대에 보내겠다고 자청해야만 한다.

군사동원부 지도원들은 학부모의 사인을 받아내면 학생들을 군사동원부에 집합시켜 정식 예비신체검사를 진행한다. 남한이나 북한이나 신체검사 지표는 거의 비슷하리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합격기준은 키 148㎝, 체중 48㎏ 이상, 시력, 간염검사, 악취 상태, 탈항(치질) 상태, 기타 등등을 살핀다.

1년 후면 정식 초모생(招募生, 군입대예정자)으로 등록된다. 등록된 사람들은 군사동원부의 통지서에 따라 시, 군에서 신체검사를 받고 합격되면 도마다 설치된 초모소로 이동한다. 이곳에서 다시 신체검사를 마치면 정식 군복을 입고 인솔 군관을 따라 각 부대에 배치된다.

‘무늬만 군대’인 건설부대

군 병종(兵種) 배치는 철저히 토대(출신성분)에 따라 구분한다.

신병 모집은 주요단위부터 시작되는데, 예컨대 4월에는 호위국을 비롯한 평양시 인근 지역의 군부대, 기타 특수부대에 필요한 인원을 뽑아간다. 그리고 5월에는 일반 전투단위에서 모집을 진행한다. 여기까지는 토대가 그런대로 괜찮은 집안의 자녀들이라 할 수 있다. 6월 이후로 차출된 신병들은 도로건설, 탄광건설과 같은 건설부대에 배치된다. 출신성분이 좋지 못한 사람들이다.

1980년대 이전에는 출신성분이 나쁜 사람들, 즉 지주, 친일파의 자녀, 반당 반혁명분자로 분류된 가족의 자녀들은 군 입대 대상에서 아예 제외되었다. 대신 직장을 어렵고 힘든 탄광으로 배치하였다. 그러나 건설을 위주로 하는 부대들이 생겨나면서 출신성분에 관계없이 대거 모집하는 현상이 생겨났다.

출신성분이 좋지 않은 자들은 건설부대에서 일이나 하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군복을 입고 있긴 하지만 복무기간 내내 총 한번 제대로 쏴보지 못하고 삽이나 곡괭이만 들고 다녀야 한다. 완전히 ‘노역부대’나 다름이 없다. 건설부대 옷을 입고 있으면 사회에서도 천대받는다.

최근 인민무력부 총참모부 아래에는 대규모 주택공사를 담당하는 일반건설국, 도로 건설을 담담하는 도로국, 금강산발전소건설관리국, 간척지 동원부대 등 ‘전문건설부대’를 운용한다.

이런 부대에 소속된 인원이 30∼4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부대에는 식량을 비롯한 군수물자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데다 노동강도가 높아 영양실조 허약자들이 수 없이 발생하고 있다.

북한에도 군 기피를 위한 ‘자해현상’ 있다

그러자 북한 전역에 군 기피현상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최근에 남한의 한 국회의원이 군대를 가지않으려고 손가락을 잘랐던 사건이 화제가 되었는데 북한에도 이런 일이 있다. 신체검사 전에 간장물을 마시고 간염의 증상을 보이게 한다든지, 또는 팔을 부러뜨리는 방식 등이다. 또한 간질이나 뇌진탕 후유증과 같은 정신지체병이 있는 것처럼 속이기도 한다.

간부들은 자녀를 군대에 보내지 않으려고 대학에 보낸다. 1980년 초반부터 간부들이 자녀를 대학에 보내 군대를 기피하려는 현상이 만연하자 김정일은 “중앙당 간부의 자녀들은 대학에 재학중이라 하더라도 3년 이상 의무적으로 군 복무를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김정일의 지시를 거역할 수 없는 간부들은 자녀를 일단 군대에 입대시키고 3년 후 군에서 빼내 대학에 입학시키는 수법, 대학 재학 중에 3년 군복무를 하도록 하는 두 가지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래도 간부를 부모로 둔 덕에 3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군복무를 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은 13년이란 긴긴 세월을 마쳐야 하는데 말이다.

어떻게든 청년들을 군대에 보내기 위해 북한에서는 간부를 선발할 때에도 제대군인을 우선으로 한다. 심지어 결혼 배우자를 선택할 때에도 제대군인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사회적 기풍을 세우도록 선전했다.

그래서 처녀들 사이에는 ‘군 당 대 기 실’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등장했다. 1등 신랑감이 갖춰야 할 다섯 가지 요소를 일컫는 말이다. ‘군’이란 제대군인을 의미하고, ‘당’은 노동당원, ‘대’는 대학졸업생, ‘기’는 혼수품인 5장 6기(5장 : 이불장, 양복장, 책장, 찬장, 신발장 / 6기 텔레비전수상기, 냉동기, 세탁기, 선풍기, 재봉기, 사진기)를 일컫는 말이며, ‘실’은 집을 가리킨다. 북한에서 제대군인이 얼마나 대우를 받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의무병 제도는 개혁조치 아닌 ‘어쩔 수 없는 조치’

북한은 최근 지원병역제도를 완전한 의무병역제도로 바꾸면서 남한과 같이 대학 재학중 군에 입대하여 3년 이상 군복무를 하도록 조치하고 있다. 얼마 전 한국의 한 일간지에 공개된 인민군 내부 강연자료에는 “당중앙군사위원회 명령에 따라 국가적으로 취한 조치”라며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모든 남자들은 초모 나이가 되면 무조건 군대에 나가야 한다. △고등중학교 졸업생들이 학교를 졸업한 후에 대학이나 양성기관, 노동현장에 직접 가는 경우에도 재학기간이나 근무기간 그리고 그것이 끝난 다음에 반드시 군사복무를 하도록 한다. △감정 제대(의가사 제대), 처벌 제대(징계로 인한 강제 제대) 등 만기 전 제대자들은 병을 고치거나 결함을 고친 다음 반드시 이미 복무하던 부대에 다시 가서 만기를 채워야 한다. △ 미복무자들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제한조건을 만들어 군사복무를 하지 않고서는 배겨 내지 못하도록 강한 대책을 세운다.

이러한 조치의 배경은 여러 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그 주요한 원인 중 하나가 ‘초모 인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1990년대 중반 북한의 아사자 수는 많게는 350만 명에서 적게는 150만 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노인들과 10살 전후의 어린이들이었다. 10살이 안된 유아들이 최소한 수십 만명 정도 굶어죽었을 것이다. 결국 북한은 현재 한 세대가 비어있는 상태이다.

2000년대 중반인 지금 그들의 연령은 이제 18∼19세에 이르렀다. 그들만 가지고 170만 명에 달하는 군대와 사회보안성 경비대, 비전투 군인들까지 거의 200만 명의 군대를 유지하기 어렵다. 따라서 20세∼30세의 청년들을 대상으로 초모 연령을 높이는 강제적 방법을 동원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남한의 일부 북한전문가 중에는 북한의 군대 모집에서 출신성분을 따지지 않고 모두 징집하게 된 것을 ‘출신성분을 따지지 않게 된 개혁 조치’라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천만의 말씀이다. 또 “복무기간이 줄어들어 실질적인 병력감축”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 무슨 평화적이고 전향적인 발상에서 나온 감축이 아니라 숱한 사람들이 죽어서 어쩔 수 없이 그 길로 가게된 것일 뿐이다.

총으로 흥한 자, 총으로 망한다

그렇다면 김정일은 왜 이렇게 많은 군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일까?

선군정치는 외부적인 이유도 있지만 내부적인 목적도 있다. 심각한 경제난에 따른 주민 불만이나 동요를 막고 체제를 단속하는 방법으로 군사주의를 이용하는 것이다.

새것에 민감하고 진취성이 강한 북한의 젊은이들을 군대라는 틀 안에 가둬 놓고 생각을 마비시킨다. 한참 활발한 두뇌활동을 할 나이에, 단순한 생활의 반복인 군대에서 청춘을 다 보내니 모두 바보가 되어 사회에 나온다. 또한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노동력을 손쉽게 짜내자면 젊은층을 대대적으로 징집하여 이용하는 것이 잉여가치를 보다 많이 창출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김정일은 오판하고 있다. 지금 북한의 인민군대는 이미 마적단과 같이 되어 부족한 물자를 얻기 위해 인민들의 재산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 건설부대의 인근 마을에는 군인들의 도둑질과 강도행위가 끊이지 않는다. 북한 주민이라면 누구나 인민군대를 무서워하고 지겨워한다. 사람들은 “도둑질도 군대에서 배우고, 사람을 때리는 폭력도 군대에서 배운다”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질서 붕괴로 인해 결국은 김정일 체제도 붕괴될 것이다. 마치 쇠가 녹슬어가다 어느 날 갑자기 건물이 무너지듯 순식단에 무너질 것이다. 총으로 흥한 자, 총으로 망한다. 청춘을 빼앗기고 노예적인 삶을 살아야만 하는 북한의 청년들이 각성되어, 인민군이 김정일을 체포해 법정에 회부할 날이 곧 올 것이다.

이주일 논설위원 (평남 출신, 2000년 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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