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북 군사실무회담을 갖자고 먼저 제의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측은 지금까지 자신들에게 화급한 현안이 발생하지 않는 한 우리측에 먼저 군사실무회담을 제의한 경우가 거의 없었던 만큼 이번 북측의 제안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정부 관계자는 26일 “북한이 25일 오전 남북 군사실무회담 수석 대표 박림수 대좌 명의로 된 전통문을 통해 30일 군사실무회담을 열자고 제의해왔다”면서 “정부 관련부처가 북측의 회담제의 배경을 분석하는 한편 회담 개최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남북 군사당국은 지난 1월 25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군사실무회담을 개최한 이후 8개월간 대화가 중단되고 있기 때문에 이번 회담에서 북측이 어떤 의제를 들고 나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도 “북측이 보낸 전통문에는 ‘지금까지 합의한 사항을 이행하는 문제를 논의하자’며 구체적인 의제는 밝히지 않은 만큼 그들의 진의가 무엇인지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국군의 날(10월 1일)을 넘기고 2∼3일쯤 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군사실무회담 외에 고위급회담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선 이번 전통문이 군사채널을 통해 전달됐다는 점에서 회담 의제는 남북간 군사 당국간 합의사항 이행문제가 예상돼고 있다.
지난 1월 25일 판문점에서 열렸던 군사실무회담 이후 현재 남북간 추가 협의가 필요한 사안으로는 ▲문산~봉동간 화물열차 운행횟수와 열차 량수 ▲동해선 남북고나리구역의 군사통신망 정비 ▲서해 공동어로수역 설정을 위한 장성급회담 일정과 제2차 국방장관회담에서 합의한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가동 문제 등이 꼽히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경색된 남북관계 분위기를 고려해볼 때 ‘실무적인 사항’에 대한 점검을 위해 북측이 먼저 군사실무회담을 제안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정부 내부에서는 북한이 이번 회담을 통해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 이후 경색된 남북관계의 책임을 우리 정부에 떠넘기며, 10·4선언의 조속한 이행 등 자신들의 일방적인 입장만 통보하려는 것이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김정일의 건강이상설에 관한 우리 정부의 언급과 북한 급변사태를 가정한 ‘개념계획 5029’의 작전계획화 등에 대한 북한의 ‘경고성 발언’이 등장해 군사실무회담 자리에서 남북관계가 더욱 격앙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당장 군사실무회담에서 시급히 다루어야 할 의제가 뚜렷치 않은 상황에서 북측이 먼저 회담을 제의한 것은 대남 비난공세를 위한 의도 일 수도 있다”며 “정부는 일단 만나서 북측의 반응을 살펴야 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