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군부, 주요정책에 영향력 행사 못해”

북한 군부가 핵 신고 및 남북대화 관련 정책 결정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해 강경노선을 취하도록하고 있다는 일부의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는 전문가의 진단이 나왔다.

박영택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15일 발간된 ‘국방정책연구 2007 겨울’ 호에 게재한 ‘북한 군부의 위상 강화와 정책결정 영향력’이란 주제의 논문에서 “군부는 핵심정책에서 군 전문분야에 대한 역할 수행에 충실하며, 김정일이 체제 또는 군사 관련 사안과 관련하여 측근으로서 의견 제시를 요구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타 업무 관여가 사실상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국내외에는 북한 군부가 국가 주요 정책에 개입해 강경론을 주도하고 있다는 인식이 퍼져 있었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지난해 평양 방문에 앞서 북한의 핵 포기를 설득시키기 위해 북한 군부 고위인사를 직접 만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박 연구위원은 “군부가 기존의 당우위 체제에서 탈피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거나, 마치 강경집단인 군부가 체제의 생사가 달린 주요 정책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처럼 보는 시각은 잘못되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남북대화에서 군부의 반대를 운운하는 것은 당 차원에서 판을 짜고, 해당 부서에서 역할을 분담하여 시나리오대로 흘리는 것으로 판단되며, 군부(총 정치국)에서 독자적으로 대남사업을 반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북한의 핵실험은 군수공업담당비서인 전병호가, 대외 발표 등은 강석주가, 대남 사업은 통전 부장인 김양건이 직보 체제를 형성하여 정책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정일은 유일 체제 확립과 유지에 절대적으로 충성하는 군부에 대한 보상으로 일정범위 내에서 군부의 정책결정 영향력을 보장하고 있다고 보여진다”고 지적했다.

“군부는 정책 결정 조율 과정에서 전문적 의견을 개진하고, 군 중시환경 하에서 권력 엘리트층, 중간 지도층, 하층부에서 김정일 체제를 옹호하는 오피니언 리더역할을 수행하는 선에서 정책결정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으나 타 분야에서의 역할은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김정일은 대(對)군부 친정체제를 강화함으로써 체제유지에 가장 위협이 될 수 있는 군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기능도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연구위원은 북한의 정책결정에 있어 “상부구조에서는 김정일이 핵심 권력 엘리트와 개별적으로 업무를 조율하는 직보 체계를 중심으로 정책을 결정하는데, 모든 정책결정의 중심과 최종 결재선상에 김정일이 위치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김정일은 정책을 가장 빈번히 발의하는 정책개발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김정일이 발의한 정책은 곧 지상명령이자 법으로 작용한다”며 “하부에서 발의한 정책은 실패할 경우 책임 추궁이 뒤따르므로 해당 부서의 권력 실세가 김정일의 의중을 파악해 안전장치를 취한 다음 건의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설명했다.

하부 구조에서는 “비록 부서가 다르더라도 실무자들간에 관련 업무를 협의하고 사전에 정책의 문제점을 해소하면서 책임을 공유하는 바, 부서 간에 상무조(Task Force) 등을 결정하여 정책을 추진한다”며 “이와 같은 이중적 구조는 김정일이 측근을 활용하고, 관련 인원의 최소화, 업무절차의 간소화를 선호하기 때문이며, 실무 계층에서는 정책 실패 시의 엄중한 책임 추궁을 의식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김정일의 통치스타일 모델은 소위 권력엘리트나 측근 등의 비선라인을 활용한 정책 결정이 가능한 상황을 설명해주고 있다”면서 “북한 군부를 비롯한 권력 집단에 대한 조직적인 통제가 이루어지고, 김정일에 대한 도전이나 어느 집단이 단합하여 정책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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