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군대, 실탄장전 군량미 지키기 10년째

▲ 근무중인 북한군 검열관

지금 북한의 농촌지역은 추수한 알곡을 지키기 위해 군인들이 동원돼 있다. 매년 가을이면 추수한 알곡을 군량미로 걷어가는데, 식량 도둑을 막기 위해 군대를 동원하고 있는 것.

지난 2일 중국을 방문한 화교출신 쉬쟈민(許家民)씨는 “가을철만 되면 군대들이 군량미를 거두기 위해 농촌에 내려오는데, 이들은 낟알을 감시하기 위해 동원된 군인들”이라고 말했다.

창바이(長白)에서 만난 쉬씨는 “식량 검열대로 나온 군대가 도로에 오가는 차를 세우고 주민들의 짐을 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쉬씨의 이러한 증언은 90년대 중반부터 실시해온 군 감시하의 가을걷이 통제가 10년째 계속되고 있다는 뜻이다.

‘선군노선’이 발표된 95년 이후 군대는 전 사회영역에서 권한이 상당히 커졌다. 국가안전보위부(남한 국정원 해당)가 담당해온 ‘반동숙청’도 군 보위사령부(남한 기무사 해당)가 맡았고, 사회안전부(보안성-경찰)가 하던 非사회주의 검열도 군 보위사령부 임무로 넘어갔다.

이후 북한의 군대는 주민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됐다. 여기에 낟알을 걷어들이는 일도 군대가 맡게 된 것이다.

쉬씨가 살고 있는 고향에도 9월부터 소좌(소령급)가 검열대장이 되어 10~20명의 무장 군인들이 농장 밭과 마을을 돌며 낟알의 부정유실을 감시한다고 한다.

“군량미 도둑질은 사회주의 무너뜨리는 원수”

군대가 직접 농촌에 나와 군량미를 걷어가기 시작한 것은 식량난이 시작된 95년부터다. 이전에는 당 ‘2호 관리부'(군량미 비축부서)에서 관리했다.

식량공급대상 1순위는 군량미, 그 다음에 남는 식량으로 주민들에게 공급했다. 90년대 중반 이른바 ‘고난의 행군’ 때 굶주린 주민들은 옥수수가 여물기도 전에 훔쳐가자 군량미도 건질 게 없게 되었다.

그러자 당국은 ‘2호 관리부’를 통해 걷어들이던 군량미를 각 군부대에 해당 농장을 떼주고, 자기 부대가 먹을 군량미를 자기들이 걷어들이도록 했다. 민간인들을 거치면 없어질 수 있으니 군량미 직접공급 체계를 만든 것이다.

농장일꾼은 특별 감시대상이다. 이 때문에 한해 농사를 직접 관리해온 작업반장, 분조장들은 “농사는 누가 지어놓고, 누가 통제를 하느냐”며 불평이 대단하다.

군인들은 농장원들이 볏단과 옥수수 마대를 집으로 날라가지 못하게 감시하고, 기습검열까지 단행해 몰수한다. 심지어 농촌에 지원 나온 사람들에게 식사 접대도 하지 못하게 한다.

식량 단속반으로 나온 군대는 ‘지방 계엄군’처럼 특권을 행사한다. 팔에 ‘검열관’ 완장을 두른 군인들은 마을 인근의 도로에 나가 지나가는 차를 세우고 짐 검사를 하고 출처를 묻고 알곡 짐은 철저히 감시한다. 이 때문에 주민들의 원성이 대단하다.

경비 군인들은 밤에 밭에 나갈 때는 공탄(空彈) 한 발, 실탄 두 발을 장전하고 나간다. 지휘관은 “첫발은 위협사격하고, 그래도 도둑이 서지 않으면 쏴도 무방하다”는 명령을 내린다. 군인들은 “군량미를 도둑질 하는 자는 사회주의를 무너뜨리는 원쑤”라고 말한다.

식량난 시기에는 발포(發砲)명령을 받은 군인들에 의해 밭에서 강냉이를 따다 죽은 주민들이 한둘이 아니다. 배가 고파 토끼풀 바구니 밑에 옥수수 몇 개를 따서 돌아오던 30대 여성이 공탄을 맞아 얼굴에 화상을 당한 일, 20대 남자가 옥수수 밭에 뛰어들었다가 실탄을 맞고 그 자리에서 숨진 사건은 먼 옛날의 이야기가 아니다.

주민은 좀도둑, 군대는 큰 도둑

주민들은 “우리가 좀도둑이면, 군대는 큰 도적들”이라고 한다. 군대가 장사꾼을 끼고 회수한 낟알을 빼돌리고, 도둑질을 눈감아주는 대신 돈으로 받는 등 부정행위를 도맡아 놓고 저지르기 때문이다.

검열대 군인들이 내려오면 각자 아지트(단골집)를 따로 정한다. 아지트 주인과 짜고 돈벌이를 하기 위해서다. 주인은 군인들이 주둔하는 동안 술과 고기를 제공하고 그 값은 회수한 낟알로 되받는다. 군관(장교)들도 융숭한 대접을 받고 나면 ‘아무개가 군-민관계를 잘 한다’고 눈감아 준다.

이를테면 도둑질한 곡식을 군인이 적발, 회수할 경우 곡식을 아지트에 팔고 5 : 5 비율로 나누는 방법이 있다. 또 “오늘 내가 이쪽에서 보초를 서니, 와서 일하라(도둑질하라)”고 알려주고 아지트 주인이 도둑질할 동안 망을 봐주는 방법도 있다. 그것도 팔아 5 : 5로 나누어 먹는 식으로 돈벌이를 한다. 만약 당장 팔리지 않는 낟알이라면 주인에게 주고 대충 절반 값을 받는 식이다.

식량난에 시달려온 주민들은 “가을에 하루 놀면 봄에 열흘 굶는다”며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한 알이라도 집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밤잠을 자지 않는다. 97년에는 낟알이 여물기도 전에 곡식을 훔치기 시작해 가을철에는 반 이상을 도둑 맞았다. 김정일 체제 때문에 빚어지는 구조적인 악순환이다.

당국은 “도둑들 때문에 군량미도 건지지 못한다”고 군대를 풀어놓았지만, 군인들은 검열 나온 기회를 이용해 일부 주민들과 짜고 도적질을 조장한다. 결국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격’이다.

올해도 군량미 먼저 빼고, 군대가 도둑질하고 과연 주민들에게 제대로 배급이 돌아갈지 걱정스럽다.

한영진 기자 (평양출신 2002년 입국)
중국 창바이(長白)= 김영진 특파원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