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해 11월 ‘국가정보원 첩자’라며 체포해 억류 중인 한국인 선교사 김정욱(51) 씨를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했다.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 직후 김 씨의 신원을 공개한 것은 향후 진행될 남북대화에서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읽힌다.
또한 김 씨가 이날 회견에서 “국정원에서 돈을 받고 그들의 지시를 따랐다”고 말한 것과 관련 최근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 조작 사건’으로 국정원이 여론의 뭇매를 맞자, 국정원을 보다 고립시켜 남남(南南)갈등을 유발시키려는 북한의 의도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정원 관계자는 김 씨의 기자회견 내용에 관련 “국정원의 도움을 받았다고 밝힌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 “국정원과 김 씨는 아무런 관계가 없고 (국정원은) 그런 일을 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실제로 중국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 선교사들은 김 씨의 기자회견에 대해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북한에서 기독교는 ‘미국=제국주의=국정원 앞잡이’라고 교육하고 있는 만큼 기자회견을 통해 주민들에게 선교사는 만나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주기 위한 선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선교사들이 국정원의 도움이나 지시를 받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그동안 김 씨가 북한에 체포된 것으로 확인된 이후 우리 정부가 억류자의 신원 확인을 요청하는 통지문을 보내려 했으나 수령 자체를 거부했다. 특히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작년 11월 초 밀입북한 ‘남조선 정보원 첩자’가 체포됐다고 밝혔으나 신원은 공개하지 않았다.
때문에 4개월 넘게 신원을 공개하지 않았던 김 씨의 신원을 공개한 것은 앞으로 전개될 남북대화나 협상에서 김 씨를 협상카드로 활용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 씨 석방문제를 놓고 대미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중국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데일리NK에 “북한 선교활동을 하는 사역자들이 정보기관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면서 “북한 주민들에게 선교사는 안기부(현 국정원)의 사주를 받아 활동하는 앞잡이라는 것을 선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북전문가는 “향후 남북관계에서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그동안 신원을 공개하지 않다가 이산상봉 행사가 끝난 다음 바로 공개한 것”이라면서 “또한 국정원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조작 의혹으로 공격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해 남남갈등을 일으키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