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국방위 대체할 국가기구 설립 가능성 크다

지난 3월 22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최고인민회의 제12기 제5차 회의를 오는 4월 13일 소집하기로 결정하고 24일자 노동신문에 보도했다. 이로써 김정은을 국가기구의 최고직책, 즉 국가수반 직에 공식적으로 추대하기 위한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의 최고인민회의 제12기 제5차 회의 소집 결정.
자료: 『로동신문』, 2012년 3월 24일자 1면


김정은의 국가수반 직 추대 전망 


김정일 사망 직후 북한은 외국에서 보낸 조문을 인용하는 형태로 노동신문에서 김정은을 ‘공화국의 최고영도자’ 또는 ‘각하’로 호칭함으로써 그가 사실상 국가수반에 해당하는 지위를 가지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밝혔다. 2009년 개정헌법 제100조는 국방위원회 위원장에 대해 ‘공화국의 최고령도자’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으므로, 김정은에 대한 이 같은 호칭 사용은 그가 공식적으로 추대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국방위원장직을 수행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런데 김정은이 현재 사실상 국방위원장직을 수행하고 있다고 해서 그가 앞으로 국방위원장 직에 공식적으로 추대될 것이라고 속단하기는 어렵다. 물론 김정은이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일이 맡았던 국가기구의 최고직책인 국방위원장직에 추대될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하기는 어렵다.


과거 김일성 사망 후 김정일은 헌법을 개정하여 주석직과 주석의 국가관리기구인 중앙인민위원회를 폐지하고 김일성에 대한 충성심 과시 차원에서 김일성을 ‘공화국의 영원한 주석’으로 내세웠다. 이 같은 전례를 고려하면 김정은도 헌법을 개정하여 국방위원장직과 국방위원회를 폐지하고, 김정일에 대한 충성심 과시 차원에서 김정일을 ‘공화국의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에게 ‘공화국의 최고영도자’와 ‘각하’ 표현을 사용한 조문.
자료: 『로동신문』, 2011년 12월 21일자


1998년 9월에 개최된 최고인민회의 제10기 제1차 회의에서 김정일은 국가주석직을 폐지하는 대신 ‘공화국 국방위원회’를 국가기구의 수위(首位)에 놓으면서 국방위원장직에 취임했다.


이처럼 김정은도 ‘공화국 국방위원회’를 폐지하는 대신 중국 모델을 모방하여 ‘공화국 중앙군사위원회’를 설립하거나 ‘공화국 혁명군사위원회’와 같은 새로운 국가기구를 창설하고 그 기구의 최고직책에 취임하는 방식으로 국가기구 차원에서의 공식적 권력승계를 완료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정일에 대한 100일의 애도기간이 끝나는 3월 25일 북한은 노동신문을 통해 ‘위대한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라고 새겨진 영생탑을 공개했다. 이처럼 김정일이 ‘영생’하고 있다고 간주한다면, 김정일이 맡았던 국방위원장직을 김정은이 승계하는 것이 아니라 김정일에게 ‘공화국의 영원한 국방위원장’이라는 명예직을 부여하고 김정은이 국가기구의 최고직책을 새로 신설하여 그 자리에 취임하는 것이 북한의 통치논리에 부합할 것이다.


북한은 이처럼 오는 4월 13일의 최고인민회의 회의에서 공식적으로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권위를 절대화하는 ‘김일성-김정일헌법’을 제정하면서 실질적으로는 김정은의 국가권력 장악을 뒷받침하는 ‘김정은 헌법’을 채택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의 국가관리 능력 부족과 외교적 미숙성


이처럼 국가기구 차원에서의 3대 권력세습은 순조롭게 진전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김정은이 국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갈 능력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동안 다수의 전문가들은 ‘정치적 역량’과 ‘국가관리 능력’을 혼동하여 김정은의 ‘정치적 역량’을 과소평가해 왔다. 그러나 당내 대안세력의 부재와 봉건적 정치문화, 공포정치, 김정은의 강한 권위주의적 리더십으로 김정은의 정치적 장악력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작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김정은의 국가관리 능력 부족과 외교적 미숙성이다. 이는 북한이 2.29 베이징 미북 고위급회담에서 장거리미사일 발사 중지에 합의하고서 얼마 되지 않아 ‘광명성 3호’ 발사 결정을 발표한 데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만약 북한이 올해 4월에 ‘광명성 3호’를 발사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면, 장거리미사일 발사 중지는 ‘광명성 3호’ 발사 이전이 아니라 이후에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완화시키기 위한 북미 협상과정에서 미국과 합의하는 것이 바람직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중지에 합의해놓고서 채 한 달이 되지 않아 ‘광명성 3호’ 발사 계획을 발표함으로써 김정은은 공식적으로 국가수반 직에 오르기 전에 외교적으로 신뢰하기 어려운 인물이라는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주게 되었다.


김정은이 오는 4월 국가수반 직에 취임하더라도 이 같은 북미 합의의 일방적 파기는 향후 그의 정상외교에 매우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이 아직 외교적으로 미숙하고 일방주의적 태도를 가지고 있으므로 한국과 국제사회는 그런 김정은을 어떻게 상대해야할지 고민과 새로운 전략의 모색이 불가피해졌다.


북한 국방위원회의 존폐와 군부 원로의 퇴진 문제 


최고인민회의 회의가 소집되어 국가기구체계가 개편 여부에 따라 군 원로 퇴진 문제도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2010년 제3차 당대표자회에서 당중앙군사위원회의 위상이 더욱 높아지고 영향력이 현저하게 확대되면서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쇠퇴해 온 ‘공화국 국방위원회’를 폐지하고 중국 모델처럼 ‘공화국 중앙군사위원회’를 신설하여 당중앙군사위원회 구성원으로 새 기구를 채우는 결정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 경우 국방위원회의 리용무와 오극렬 부위원장 같은 80대 군부 원로들의 퇴진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이름(출생연도)


직책


군 계급


겸직 현황과 주요 경력


김영춘(1936)


부위원장


차수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 인민무력부장, 당중앙군사위원, 최고인민회의 제12기 대의원 (前 군 총참모장)


리용무(1925)


부위원장


차수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 최고인민회의 제12기 대의원 (前 군 총정치국장, 교통위원회 위원장)


오극렬(1931)


부위원장


대장


최고인민회의 제12기 대의원 (前 군 총참모장, 공군사령관)


장성택(1946)


부위원장


대장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후보위원, 당중앙위원회 행정부장, 당중앙군사위원, 최고인민회의 제12기 대의원


박도춘(1944)


위원


대장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후보위원, 당중앙위원회 군수 담당 비서, 최고인민회의 제12기 대의원, 김일성고급당학교 졸, 전 광산당비서, 전 자강도당 책임비서


백세봉(1946?)


위원


상장


제2경제위원장, 최고인민회의 제12기 대의원


우동측(1942)


위원


상장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후보위원,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2009.9~ ), 당중앙군사위원, 최고인민회의 제12기 대의원


주규창(1928)


위원


상장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후보위원, 당중앙위원회 기계공업부장(2009.9~ ), 당중앙군사위원, 최고인민회의 제12기 대의원


김정각(1941)


위원


차수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후보위원, 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 당중앙군사위원, 최고인민회의 제12기 대의원


<표> 국방위원회 구성원(2012년 3월 현재)


그러나 만약 북한이 국방위원회를 존치시킨다면, 최고인민회의 회의에서 ‘연령상의 이유’를 명분으로 리용무와 오극렬 부위원장 같은 원로들을 퇴진시키고 국방위원회의 세대교체를 단행해야 하는 부담이 생길 수 있다. 국방위원회를 유지한다면 조명록 군 총정치국장 사망 이후 공석 중인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직에 누구를 임명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제기될 것이다.


김정각 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은 2009년 2월 중순 차수로 승진함에 따라 그는 현재 국방위원회 위원에 불과하지만 부위원장들인 오극렬과 장성택 대장보다 군 계급이 높다. 그러므로 국방위원회를 존치시킨다면 김정각 차수를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나 제1부위원장에 임명하는 식의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다.


당중앙군사위원회에는 리용무와 오극렬이 포함되어 있지 않고, 김정각의 서열이 장성택보다 높기 때문에 당중앙군사위원회를 카피하여 ‘공화국 중앙군사위원회’를 설립하면 엘리트들의 기구 내 서열과 군사 계급 간에 모순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국방위원회를 현재와 같이 존치시킨다면 엘리트들 간의 직위와 군사계급 간의 불일치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국방위원회의 존폐 문제는 북한의 군사국방지도체계 개편 및 엘리트 세대교체와 관련되는 문제이다. 그러므로 북한이 최고인민회의 회의에서 과연 어떠한 선택을 할지 주목하고 그에 따라 적실성 있는 대북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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