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국제금융기구, 국제상업은행들과 거래하며 국가정책에 따르는 중요대상들에 대한 투자업무를 수행할 ‘국가개발은행’ 설립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중앙통신은 20일 이날 평양 양각도 국제호텔에서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 이사회 1차회의가 열렸으며 이자리에서 국방위원회 결정 ‘국가개발은행을 설립함에 대하여’와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 조정위원회를 설림함에 대하여’가 전달됐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 명령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의 활동을 보장할 데 대하여’가 전달됐다면서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 본부는 평양에 두기로 했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은 대외경제협력기관으로서 국가개발은행에 대한 투자유치 및 자금원천을 보장하는 경제연합체로 활동하게 된다.
국가개발은행은 “국제금융기구, 국제상업은행들과 거래할 수 있는 현대적 금융규범과 체계를 갖추고 국가정책에 따르는 중요 대상들에 대한 투자업무를 수행하게 된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 이사장으로는 김양건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국방위원회 참사 겸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상임부이사장 겸 총재로는 재중동포 박철수가 선출됐다.
이사회는 국방위, 내각, 재정성, 유관부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 대표 등 7명으로 구성되며 이사회 서기실도 설치된다.
통신은 이날 회의에서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 규약초안,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 2010년도 사업계획 및 재정예산안, 국가개발은행설립준비위원회 가동에 관한 결정서를 비롯해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사업과 관련한 안건들을 심의하고 의결했다”고 전했다.
이날 북한의 결정은 국가개발은행의 설립주체로 다국적투자기업인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으로 내세우면서 그간 노동당내 대남사업을 주도해왔던 김양건을 이사장으로 선출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대풍국제투자그룹은 2006년 9월 북한이 국방경제를 담당하는 제2경제위원회와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회를 내세워 대풍국제투자대표단과 함께 설립한 다국적 투자회사다. 2007년 10월 중국탕산철강그룹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으며, 2008년 2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평양 공연 성사 등을 주도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결정은 또 북한 최고권력기구 국방위원회와 국방위원장 김정일 명의로 국가개발은행 설립을 결정하는 절차를 대외에 과시함으로써 해외자본 유치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직접적으로 강조했다는 점에서도 특이하다.
그러나 이 같은 북한의 결정을 두고 벌써부터 ‘상당한 무리수’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현재 북핵문제를 둘러싼 미북관계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환경에서 국가개발은행의 효용성 자체가 근본적으로 의심되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은 지난해 10월 북한의 압록강개발은행이 이미 유엔 금융제재 대상인 단천상업은행의 소유라며 금융제재 대상에 추가하는 등 대북제재에 고삐를 아직까지 늦추지 않고 있다.
결국 북한이 국가개발은행을 설립해도 당장 국제 금융거래에 나설 수 있는 것은 상황이 아니며 국제사회의 공적개발원조(ODA)나 해외직접투자(FDI) 투자를 기대하기도 요원해 보인다.
한 국책연구기관 전문가는 “북한의 국가개발은행 설립은 미북관계의 정상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해제,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 등의 사전 조치가 이뤄지고 나야 실제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일각에서 제시하고 있는 ‘북핵문제 해결과 관련 미국과 사전교감 가능성’이나 ‘대미협상을 위한 사전 분위기 조성용’ 등의 분석과 관련, “아직까지 미국이 북핵문제 해결의 원칙을 바꿨다는 징표는 찾아 볼 수 없다”면서 “만약 미국이 북핵문제 해결 원칙을 수정했다 하더라도 북한의 이번 조치는 절차상 납득하기 힘든 조치”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