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국경 지역 거수자 신고 훈련 실시”…감시체계 구축 일환

함경북도 국경지대 살립집들(6월 초 촬영). /사진=데일리NK

이번 달 초 북한이 일부 국경 지역에 거동수상자(거수자)에 대한 신고 실태와 체계를 점검하는 훈련을 진행했다고 내부 소식통이 17일 전해왔다. 이미 첨단장비 마련, 검열 강화를 통해 국경 지역을 단속해 온 북한이 군사훈련 방식까지 민간에 적용하면서 탈북 및 내부소식 유출 차단에 더 신경을 쓰는 모양새다.

양강도 소식통은 이날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지난 4일 신파군(김정숙군) 국경연선지역 주민들에게 ‘경각성 및 신고체계 교방훈련’ 진행에 관한 내용이 전달됐다”면서 “군(郡) 인민위원회는 주민들에게 낯선 사람을 발견하면 신속히 신고할 데 대한 지시가 하달된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에 따라 다른 지역에 주둔하는 군부대 군관, 군인 가족이 간첩 및 불순분자로 위장해 국경연선 지역에 침투하면 주민들이 이를 발견해 신고하는 방식으로 훈련이 진행됐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교방훈련’은 군 지휘관에게 다양한 전시환경에 적응시키기 위해 임무를 번갈아 맡는 훈련 방식으로 알려졌다. 민간에서 교방훈련을 한다는 건 이례적으로, 북한 당국이 군대에서 사용하는 훈련방식을 민간에 적용해 기존 신고 체계를 점검하는 동시에 주민들의 경각심, 상황판단력, 대응력 등을 높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존의 당국 차원에서 진행해온 일방적 국경 감시체계에 주민들의 능동적 참여를 더 하려는 의도도 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즉, 감시카메라, 도·감청 장비 도입, 검열 강화를 통해 겹겹이 국경 지역을 단속해온 북한 당국이 감시의 눈을 한층 더 쌓으려는 것으로, 당국이 탈북 및 내부 정보 유출을 상당히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반증인 셈이다.

소식통은 “인민위원회에서 낯선 사람을 발견하면 가족 중 한 명에게 심부름을 시키는 척 보내 신고하라고 했다”며 “인민위원회는 남자는 술, 여자는 두부를 사 온다는 핑계를 대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민위원회에서 지시한 이 방법을 사용했다 오히려 훈련에 참여한 다른 지역 간부에게 ‘신고방식이 너무 낡았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고 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훈련 날에 박 모 씨 집에 낯선 남성이 물을 좀 마시자며 들어왔고, 박 씨의 안해(아내)는 사전에 지시받은 데로 두부를 사러 간다는 핑계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이를 본 이 남성은 ‘지금이 어느 때인데 옛날 방법을 아직 우려먹냐’라고 화를 냈다고 한다. 그러면서 ‘다른 집에 가도 같은 방법일 테니 더 할 필요 없다’는 투로 말하곤 혼연히 사라졌다고 한다.

이 남성은 훈련을 위해 해당 지역에 침투한 타 지역 간부였으며 그는 박 씨의 집을 나서자마자 군당위원회에 주민들 신고 체계 검열 결과를 낙제로 보고했다는 것이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로 인해 지역 군당위원회부터 시작해 말단의 인민반까지 거수자 신고체계 문제에 대한 비판이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군당위원회는 국경연선지역 초급당 위원장들을 불러모아 혁명적 경각성을 높이기 위해 각자 역할에 더욱 충실하라고 비판했다”며 “이후 초급당 위원회는 같은 내용으로 인민반장들에게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고 전했다.

이어, 인민반장들은 인민반원들에게 “초급당위원회 불려가 예술적으로 (신고)하지 못하고 우둔하게 한다는 추궁을 받았다”며 “신고체계를 바로 가지고 거리와 마을에 낯선 사람을 발견하면 제때 신고하는 체계를 세우고 생활하자”고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당의 최말단조직인 초급당부터 행정 최말단조직인 인민반까지 이번 훈련에 대한 비판이 전달된 만큼 해당 지역 주민 전체에게 내용이 알려졌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북한 당국은 최근 소식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지난 5월 북한 당국이 시장 물가 수집 움직임을 단속하는 모습도 포착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