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북중 국경지역에서 타 지역에서 온 숙박자들에 대한 신고체제를 철저히 세우자는 취지의 강연회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탈북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중국산 핸드폰 사용자 처벌을 강화하면서도 유동 인구까지 철저히 감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0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지난 8월부터 무단 숙박자들에 대한 신고를 철저하라고 강연회를 통해 연일 강조하고 있다”면서 “강연회는 주민들의 시장 활동을 고려해 저녁시간에 진행됐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강연자는 “무단 숙박자들은 국경지역에 몰래 스며들어와 기회를 엿보다가 신성한 우리 조국(북한)을 배반하고 비법월경(탈북)을 하려는 불순목적을 가진 자들”이라고 규정했다. 이런 논리를 바탕으로 “혁명적 경각성을 갖고 신고체계를 철저히 세우자”고 반복적으로 강조했다고 한다.
또한 “특히 장사꾼으로 위장하거나 중국과 남조선(한국)에 있는 가족과 연계해 돈을 받으러 왔다고 둘러대고 있다”면서 “이들을 방조하다 처벌을 받는 사건들이 줄줄이 발생해 사회적 무리를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이처럼 북한 당국은 최근 들어 북중 국경지역에서 머무르다가 탈출을 시도하려는 주민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당국이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국경지역에 대한 통제·감시를 강화하면서도 강연을 통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이번 강연에서는 외부에서 온 주민들을 무단으로 숙박시키거나 숨겨준 사실이 드러나면 엄격한 처벌을 받게 된다는 엄포까지 놓았다고 한다.
김정일 시대부터 숙박자를 신고하지 않은 주민들을 처벌해 왔지만, 순수 생계형 활동이라는 점이 드러나면 단순히 훈방이나 뇌물을 받고 눈감아주곤 했었다. 하지만 최근엔 당국의 대응이 보다 치밀해지고, 또한 냉혹해졌다.
즉, “국경지역에 여행증 없이 무단으로 숙박하는 자들은 조국을 배신하려는 자들” 혹은 “남조선(한국) 안기부(국정원)와 접선하기 위해 국경지역에 몰래 잠입하는 불순분자들”이라면서 사건을 엄중하게 취급하겠다고 예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경연선지역 주민들은 당국의 강연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국가에서 허가한 일이 뭐냐”는 비난과 더불어 “우리도 숙박을 시켜야 먹고 살 것 아니냐”는 현실을 반영한 목소리도 나온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는 이어 “돈 있는 사람들은 피해가고 돈 없는 사람들만 재수 없게 피해를 입는 것이 단속과 처벌”이라는 불신의 분위기도 팽배하다면서 “주민들은 대체로 이웃들의 행동을 모른 체하거나 눈감아 주고 있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