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 : 북한 당국이 석 달 전부터 탈북하려는 주민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죽어도 살아도 내나라 내 민족을 위하여’라는 구호판을 북중 국경지역 곳곳에 설치한 모습이 데일리NK에 의해 포착됐습니다. 김채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4월부터 양강도 삼수군과 보천군 등 국경지역에서 구호판이 조용히 설치됐습니다. 북한 주민들만 볼 수 있는 산기슭에 설치됐는데, 탈북을 사전에 방지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양강도 소식통은 17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당국이) ‘애국애족(愛國愛族)’이라는 이념으로 탈북을 기획하는 주민들의 마음을 돌려세우려는 의도”라면서 이같이 전했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손전화(핸드폰)를 통한 외부정보 유입과 한국드라마 등 콘텐츠들의 영향으로 탈북하려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되면서 민심 이반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김정은은 북중 국경지역 주민들에 대한 정치사상교양 사업을 더욱 강화할 데 대한 내적 지시(널리 알리지 않고 권력 기관에만 은밀히 지시)를 하달하는 등 사상 강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소식통은 “김정은의 의도와 입맛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방침 집행의 일환으로 이런 구호가 만들어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 새로운 구호판에 주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여기(북한)를 떠나려(탈북)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으면 저런 말도 안 되는 구호를 만들어 냈겠나” “여기서 굶어 죽더라도 제발 도망은 가지 말아 달라는 소리와 무엇이 다른가”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겁니다.
소식통은 또 주민들이 “혁명동지들이 당(黨)을 떠나 버리니 위(당국)에서 많이 바쁘신 것 같다” “저 구호는 목구멍이 포도청인 사람들에게 가당하기나 한 말이냐”는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고 덧붙여 소개했습니다.
심지어 주민들 사이에서 이번 구호판이 웃음거리로 전락한 정황도 포착됩니다. 국제사회의 눈을 의식한 북한 당국의 ‘소심함’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소식통은 “눈길이 잘 미치지 않는, 누구도 살지 않는 산 중턱에 세워 놓은 경우가 많아 주민들은 ‘(당국도) 새 구호에 자신감이 없냐’고 비판한다”면서 “(당국이) 이런 모습을 이어간다면 자유를 갈망하는 주민들의 마음을 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구호판은 양강도 삼수군과 보천군 등 국경지역을 중심으로 설치됐다. /사진=데일리N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