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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대표적인 북한 경제전문가 마커스 놀랜드 미국 국제경제연구소(IIE) 선임연구원은 13일 ‘탈북자 위기: 인권과 국제사회 대응’ 보고서 발표회에서 식량경제 부분에서 북한에 상당한 시장경제화가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중국 내 탈북자 1천3백46명을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작성한 보고서에는 북한에 있을 당시 배급에 의존해 생계를 유지했다는 비율은 3%에 머물렀고,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시장을 통해 식량을 구입했다고 답변했다.
이날 발표회 직후 놀랜드 연구원을 만나 북한 시장경제의 확대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1990년대 이후 북한 사람들은 굶어죽지 않기 위해 자생적으로 시장을 형성해 지하경제를 활성화 시켰다”며 “2002년 북한 당국이 취한 7.1경제관리개선조치는 이러한 흐름을 관리하고 통제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놀랜드 연구원은 “지금 발표한 보고서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2002 7.1 조치를 전후로 북한 내부의 경제 상황을 비교하는 보고서를 준비 중에 있다”면서 “2002년 이전과 이후에 북한을 떠났던 사람들이 북한 경제를 보는 인식을 비교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놀랜드 연구원은 또 내년 봄을 기점으로 북한에 대규모 식량난이 재발할 것이라는 국제구호단체의 전망에 대해 “어려운 상황이 되긴 하겠지만 1990년대와 같은 대기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놀랜드 연구원은 18일 베이징에서 재개되는 6자회담에 대해 “북한 정권은 국제적 합의를 준수하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면서 “사실 이번 회담에 대한 기대도 굉장히 낮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 북한의 식량경제가 시장경제화 됐다는 분석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보통 어떤 나라든지 정치적 목적과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위해 새로운 경제정책을 제시한다. 그러나 북한의 시장경제화는 국가가 제 역할을 못하는 상황에서, 이미 인민들 사이에서 진행된 시장경제화에 정부가 대응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북한에 1990년대 이후로 시장이 나타나고 시장경제요소가 나타난 것은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부분이 크다. 원칙대로만(배급에 의존만) 하면 굶어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시장이 발생했다.
2002년 경제개혁이라는 것도 식량난을 극복하기 위해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시장을 인정해준 것에 불과하다. 이미 나타난 시장 경제를 관리하고 통제하며, 또한 다시 되돌리기 위한 방안이었다.
– 이것을 북한경제의 전반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있나?
지금 이 보고서엔 포함되어 있지 않은데, 현재 2002년 이전과 이후에 떠났던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경제문제를 보는 인식과 경험의 차이에 대해서 조사를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시장이 생겨나고 자유시장경제요소가 발생한 이후 북한의 변화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출신성분과 교육, 출신지역에 따라 시장경제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수 있다.
또한 이번 설문조사에 응한 탈북자의 67%가 함경북도 지역 출신이기 때문에, 식량 보급 수단으로서 시장의 역할이 압도적으로 증가한 것이 전국적인 현상은 아닐 가능성도 있다.
–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원조가 줄어들고, 여름에 수해피해까지 겹쳐 내년 대기근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데.
알려졌다시피 북한 정부는 지난해 식량 유통을 범죄행위로 취급했고, 시골 지역의 식량을 빼앗아 갔다. 이런 무책임한 행위 말고도 인도주의적 단체들이 지방에서 활동하지 못하도록 했다.
인도주의적 구호 단체가 북한에서 추방되면서 북한의 식량 위기를 조기에 알려 줄 수 있는 신호가 없어져버렸다. 또한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이후 6개월 동안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개인적인 예측으로는 1990년대 있었던 정도의 대기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전반적으로 상황은 나빠질 것이다. 청진 등 북한 북동지역의 도시들에서는 훨씬 더 심각할 것이다.
– 오는 18일 베이징에서 6자회담이 재개된다. 현재까지도 미국과 북한간의 입장차이가 매우 심한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사실 이번 회담에 대한 기대는 굉장히 낮다. 북한 정권은 국제적 합의를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최상의 상황이 된다고 할지라도 핵이나 군사적 문제 등 안보현안에 있어서 포괄적인 합의를 이끌어낸다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기대가 없긴 하지만 중요한 것은 북한 정부를 계속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고, 외교적으로 포커스를 맞춰서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