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 구제역 발생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북한 당국이 2007년 경우처럼 우리 정부에 방역물자 지원을 요청할지 관심사다.
최근 남북대화 제의 등 평화공세를 이어오고 있는 북한으로선 ‘진정성이 없다’며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우리 정부를 흔들어 댈 수 있는 호기로 삼을 수 있다.
인도적 사안과 정치적 사안을 분리한다는 대북정책의 원칙을 밝혀왔던 만큼 북한이 지원을 요청할 경우 마냥 무시하기는 힘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반면 최근 북한의 연평도 도발에 따른 수해지원 물자의 지원 중단 조치를 감안할 때 정부의 즉각적인 지원 결정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 당국에 따르면 북한 평양시 인근에서 구제역이 발생, 병력을 투입해 주요 도로에 임시 검문소를 설치해 주민들의 이동을 최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첩보 수준의 관측이라고 정부 당국은 설명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18일 “현재 평양시를 중심으로 구제역이 발생했다는 첩보를 입수했으나 정확한 피해상황 등은 아직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도 “방역하는 수준인 것으로 알고 있다. 예방조치인건지, 실제 발생해 확산방지차원인지를 확인하긴 어렵다”며 “현재까지 북한이 구제역 발병과 관련해 국제기구에 통보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일단 북한이 병력을 투입해 주민들의 이동을 차단하는 모습은 구제역 발병과 연관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구제역 방제 석회나 검역약품, 예방접종약품, 장비, 전문 인력 등이 부족한 북한 실정을 고려할 때 북한의 구제역 확산은 시간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소·돼지 등 가축 등이 중요 재산인 북한에서 구제역 피해가 전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일 경우, 당국차원에서 손 놓고만 있을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북한은 2007년 경우와 같이 국제기구인 식량농업기구(FAO)와 국제수역사무국(OIE)에 발병 사실을 통보할 가능성이 있다. 당시 우리 정부는 먼저 지원의사를 표명했고 이에 대해 북한은 피해상황을 알려와 남북협력기금을 통해 북한에 방역물자 등을 지원하는 절차를 거쳤다.
당시 우리 정부는 소독약, 소혈청, 알부민 등 의약품 22종과 멸균기, 분무기 등 장비 19 종이 포함된 26억4,100만원 상당의 구제역방역물자를 지원했다.
최근까지 대화공세를 이어오고 있는 북한 당국의 입장에서는 구제역 발병을 남북 대화 재개에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과거 ‘국제기구 통보→남한 정부 지원의사→피해상황 확인→지원결정’이라는 절차를 간소화해 국제기구 통보·지원요청과 우리 정부 지원 요청을 동시에 해 올 수 있다.
긴급구호성 인도지원의 당위성에 대한 국제사회와 남한사회의 여론에 편승, 그동안 북한의 대화제의의 ‘진정성’에 의문을 표시했던 정부를 압박해 남남갈등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통일부는 아직 북한의 구제역 발생 가능성이 첩보수준이기 때문에 북한의 도움요청을 상정해 지원 여부를 판단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재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대한 진정성 있는 태도와 남북간 북핵문제 협의라는 역제안를 해 놓은 상황에서 구제역 문제가 정부의 원칙적인 태도를 흔들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정부는 2009년 신종플루 발생시 178억 상당의 치료제인 타미플루 40만 명 분, 리렌자 10만 명분과 손소독제 등을 지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