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구세대 ‘꽝포정치’ ‘빈곤대국’ 비판

북한 주민들이 경제난과 체제 모순에 대한 비판이 노골화되면서 ‘세대갈등’도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2일 북한의 내부소식통은 ‘데일리엔케이’와의 통화에서 “최근 50대 이상의 고령자들 사이에서 ‘선군정치’를 ‘꽝포정치’, ‘강성대국’을 ‘빈곤대국’으로 조롱하며 당국에 대한 비난을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유행”이라며 “5월초 함경북도 어랑군에 거주하던 노인 9명이 사회 불만을 표시했다는 이유로 보위부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지난 5월 초 함경북도 어랑군에서 지금 사회 세태에 대해 불만을 표현하던 노인들이 젊은이의 고발로 인해 보위부에 끌려가 취조를 받는 일이 있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노인들이 보위부에 연행된 이유는 북한을 대표하는 이른바 ‘혁명가요’인 ‘동지애의 노래’를 합창했다는 점과 김일성 생전 시대를 노골적으로 그리워하며 사회에 대한 불만을 표현했다는 것이다.

함경북도 어랑군에는 60세 이상 연령보장 대상자(정년퇴직자) 노인들이 서로 모여 함께 낚시도 하고 농사일도 서로 거들어 주는 이른바 ‘동호회’ 같은 노인들의 계모임이 있었다. 기자가 북한에 있을 당시에도 함경북도 어랑군이라고 하면 크지 않은 마을 규모에 바다를 끼고 있어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상대적으로 살기 좋은 곳으로 평가되는 지역이었다.

이 노인들은 낚시를 통해 잡은 물고기를 생계에 보태기도 하고 술로 바꾸어 마시면서 그나마 여유로운 생활을 유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소식통은 “동네에서 함께 늙어가는 사람들끼리 모여 서로 낚시질이나 하면서 즐겼는데, 주변의 젊은 낚시꾼들이 이들에 합세하여 모임이 커지고 동네에도 크게 소문이 났었다”며 “하지만 워낙 점잖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보안서나 보위부에서도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건은 4월 말 낚시꾼들 끼리 모인 술자리에서 비롯됐다. 술에 취해 김일성의 항일운동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혁명가요 ‘동지애의 노래’를 합창하던 노인들이 ‘수령님 살아계실 때가 좋았다’며 현재 북한 간부 집단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현했던 것이다.

이 노인들은 “지금은 ‘꽝포정치’ 시대, 우리 조국은 ‘빈곤대국’ ‘꽃제비 대국’, 간부들만 살기 좋은 ‘간부대국’”이라는 말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술자리가 끝나자 함께 있던 젊은 낚시꾼 중 한 사람이 노인들의 발언을 어랑군 보위부에 고발해 보위부는 평소 함께 낚시를 즐기던 노인들을 모두 불러 취조를 시작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노인들과 가족들이 “수령님을 그리워하는 ‘동지애의 노래’를 부른 것이 무슨 죄가 되냐?” “그럼 수령님 살아계실 때 우리가 못살았다는 것이냐?”고 따지자, 보위부 요원들은 “같은 노래도 어떤 장소에서 어떤 목적으로 부르는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고 답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당시 조사받던 노인들 중에 당 간부 출신이 많았고 자식들 중 보안서나 군대에서 일하는 사람이 있어 다행히 처벌은 면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북한의 보위부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다. 어랑군 보위부에서는 “지난 날 나라를 위해 일한 경력도 있고, 자식들이 국가에 복무하고 있으니 조용히 넘어가는 것”이라며 향후 낚시 모임을 해산할 것에 대한 ‘각서’ 작성을 요구하고 나섰다고 한다.

소식통은 “지금 늙은이들은 대부분 ‘수령님(김일성) 시대’를 그리워 한다”며 “우리가 다시 그때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그러나 소식통은 “요즘 젊은이들 중에는 김일성 사망 이전부터 이미 나라가 썩기 시작했다면서 ‘중국을 따라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젊은 세대들은 김일성 사망 후부터 북한사회가 경제난을 비롯한 사회적 모순이 심화됐고, 간부들의 횡포가 심해진 것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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