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구류장, 양반다리로 머리 숙인채 하루종일 꼼짝 못해”

5개월간의 구류장 생활은 놀라움과 함께 모멸감으로 얼룩졌다. 구류장에 도착해서 처음 3호 감방 안에 들어갔을 때 총 8명의 죄인들이 모두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하, 어디서 요런 삐에로가 들어왔나?”

반갑다는 것인지 아니면 어처구니가 없다는 것인지 감방장이 나에게 던진 첫 말이다.

“야, 감방장!”
“예.”
“그 새끼, 살인자 새끼야. 교양 좀 해라.”
“알았습니다.”

말이 끝나는가 싶더니 감방장이 내 배를 걷어찼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그의 발길질이 생각보다 약했다. 맞은 둥, 마는 둥 그냥 서서 그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감방장은 조금 당황해 하더니 이번에는 주먹으로 내 얼굴을 치려고 했다. 나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본능적으로 그에게 선제공격을 가했다. 그리고 양 옆으로 달려드는 다른 사람들도 엎어뜨렸다.

감방장이 얼굴을 싸맨 채 비명을 지르고, 두 사람이 땅에 머리를 부딪치고 나뒹굴자 나머지 사람들은 소리만 꽥꽥 지를 뿐 덤비지는 못했다.

철창 밖에서 상황을 이해한 말단 계호원이 난로 옆에 있던 쇠갈퀴를 들고 감방 문을 열며 밖으로 나오라고 소리쳤다.

철창 문 밖으로 나가자 간수들 둘이 쇠갈퀴와 몽둥이로 사정없이 나를 내리쳤다. 나는 얼굴을 땅바닥에 묻고 두 팔이 늘어질 때까지 죽도록 맞아야 했다.

계호원들은 반죽음이 된 나를 4호 감방으로 끌고 갔다. 감방 안에 있던 죄인들이 시체처럼 늘어진 나를 차디찬 돌바닥에 눕혀 놓았다.

온몸이 쿡쿡 쑤시고 뒤통수가 땅기면서 몸에 한기가 스며들어 왔다. 이가 ‘탁탁’ 부딪칠 만큼 온몸이 떨려왔다. 제일 뒤편에 앉아 있던 창호라는 사람이 아무 말 없이 자기가 깔고 앉아 있던 담요를 내게 덮어주었다.

잠시 후 구류장 복도로부터 불고기 냄새가 풍기면서 죄인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감방 앞쪽 난로 옆에서 근무를 서는 계호원까지 합쳐 6명의 계호원들이 자기네 침실에서 술을 마시는 것이었다. 그 덕분에 모든 감방 죄인들은 다리를 펴거나 벽에 기대어 옆 사람과 잡담을 나눌 수 있었다.

“나이가 어떻게 됐소?”

나에게 담요를 덮어줬던 창호라는 사람이 물었다.

“올해 19살입니다.”

창호 형은 31살로 나와 같은 이 씨였다. 창호 형과 통성명을 끝내자 옆 감방에서 창호 형을 찾는 목소리가 들렸다.

“창호야, 새로 온 그 새끼 집이 어디야? 니가 콱 죽여버려라!”
“강철아, 이제 그만해라. 네가 좀 참아라. 아직 아무것도 모르니까 그럴 수 있지!”

그들이 주고받는 말을 듣고 있자니 지금 내 앞에 펼쳐진 상황이 너무나 낯설었다.

지금 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진짜 현실인가? 내가 정말 15평도 안 되는 이 좁은 감방에서 죄인들과 함께 있는 것인가? 영화로만 보던 철창들, 반미터도 안 되는 콘크리트 칸막이 변소, 기름때에 절은 나무 바닥, 3m는 더 되어 보이는 천장.

철창 앞에서 통방하던 창호 형이 내 옆으로 오더니 말을 건넸다.

“저쪽 아이들이 너 욕하는 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내보내라.”

하지만 나는 창호 형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 대신 나무 바닥과 벽에 씌여진 희미한 글귀들이 눈에 들어왔다.

‘드디어 나는 내일 나간다! 324일!’
‘나가서 보자! 개새끼들아!’
‘저주받을 이곳에 날벼락이나 떨어져라!’

자유를 구속당하고 여기서 고생하던 사람들의 절규가 여기저기 지저분하게 써 있었다. 나무 바닥에 바늘로 긁어서 글자를 새겨 놓은 것도 보였다.

12시가 다 돼서야 “이제 몽땅 뻗어 자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 감방 안의 인원이 12명이었으니 당연히 방금 들어온 내 자리는 나무판자가 없는 콘크리트 바닥이었다.

나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는 다른 사람들이 너무 원망스러워서 웅크리고 앉아 있었더니 창호 형이 나에게 한마디 던졌다.

“준하야! 취침시간에 다 같이 잠들지 않으면 모두가 기상해서 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더니 창호 형은 자기가 깔고 있던 모포 한 장을 내게 건넸다. 모포를 둘둘 말고 눕긴 했지만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로 이가 딱딱 부딪쳤다.

한참을 떨다가 얼핏 잠이 들었는데 웬일인지 온몸이 점점 더워지더니 이내 간지럽기 시작했다. 일어나 모포를 걷어 부치고 웃옷을 벗어보니 시커먼 이들이 온몸에 달라붙어 있었다.

“넌 왜 안 자고 일어나?”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보니 소위 계급을 단 보안원이 뒷짐을 진 채 나를 추궁했다.

“너, 오늘 들어왔던가? 그냥 참고 얼른 자라!”

보안원이 사라지자 나는 손톱으로 이를 잡았다. 도대체 몇 마리가 내 몸에 붙어 있는지 숫자를 헤아리다 보니 100마리가 넘었다. 이잡이를 할 만큼 하고 나서 다시 모포를 둘러쓰고 자리에 누웠더니 이번에는 계호원이 들어와서 “기상!”을 외쳤다.

옆 사람들이 하는 대로 나도 무릎을 꿇고 뒷짐을 진 채 머리를 숙이고 있으니 1호 감방부터 점검이 시작됐다.

“선생님, 1호 감방 청소 및 정돈 끝났습니다. 앉을 준비 할 수 있습니까?”

감방마다 보고 방식은 똑같았다. 그렇게 1호 감방부터 10호 감방까지 보고가 끝나자 자리에 앉으라는 계호원의 지시가 떨어졌다. 구류장의 죄인들은 울방자(양반다리)를 틀고 앉아 양손은 무릎 위에 올리고 머리는 90도 각도로 숙인 채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

아침 6시에 기상하여 8시까지 앉아 있으니 아침식사가 시작됐다. 계호원이 밥이 담긴 그릇을 쌓아올린 작은 수레를 끌고 감방 앞을 지나가며 “밥 먹을 준비를 하라!”고 소리쳤다. 그러면 두 줄로 앉아 있던 죄인들은 그 자리에서 양쪽 벽을 등지고 마주 앉았다.

“선생님, 1호 감방 밥 먹을 준비 끝났습니다!”는 보고가 10호 감방까지 끝나고 나면 계호원이 밥을 퍼주기 시작했다. 창살 앞에 앉은 사람이 우리 방 인원이 12명이라고 보고하자 국그릇 하나 드나들 수 있는 조그만 배식구로 그릇들이 들어왔다.

1차로 먼저 밥을 주고 2차로 국을 퍼주는데, 이때 밥을 받던 사람이 재빠르게 배식구로 국그릇을 내밀어서 국을 받아야 한다. 계호원은 담배를 꼬나물고 뒷짐을 진 채 한 손으로 국을 퍼주는데 어떤 그릇은 국을 적게 담고 어떤 그릇은 국이 넘치도록 담아 국을 받는 사람이 손을 데는 경우가 많았다.

내 앞에 차려진 국그릇을 처음 봤을 때는 구역질이 날 뻔했다. 때가 잔뜩 낀 플라스틱 그릇에 새까만 시래기 건더기 한 줄기만 동동 떠 있었다. 내 옆 사람은 그 시래기 건더기조차 없었다.

“먹으라!”

계호원의 구령이 떨어지자 죄인들은 국에 밥을 말아서 훌훌 떠 넣기 시작했다. 나는 그때까지 이틀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상태였다. 어쩔 수 없이 그 밥과 국을 입으로 밀어 넣었다.

구류장에서는 앉아 있는 그 자체가 고문이고 형벌이다. 규정대로 손을 무릎 위에 올리고 머리를 숙인 채 앉아 있다 보면 목과 엉덩이가 아프고 허리가 끊어지는 것 같았다.

조금이라도 뒤척거리면 창살 앞에 서 있는 계호원에게 들통이 났는데, 그러면 계호원들은 움직인 사람을 철창 앞으로 불러내 철창 밖으로 손을 내밀게 했다. 그러고는 권총으로 손등을 내리찍었다.

구류장에 오래 갇혀 있던 사람들은 이 찰나에 눈치껏 목도 돌리고, 허리도 구부렸다 폈다.

나는 구류장에 들어간 첫 주 동안은 하루에 2~3번씩 철창 앞에 불려나가 권총으로 손등을 맞았다. 나에게 제일 악하게 굴었던 계호원들은 리종수, 철민, 성혁, 이 세 사람이었는데 아무리 긴장을 하고 앉아 있어도 그들의 트집잡기를 피할 수 없었다.

그들이 감방 근무를 설 때마다 나는 권총으로 머리와 손등을 맞거나 머리를 땅에 박고 뒷짐을 진 채 1시간 동안 버텨야 하는 벌을 받아야 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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