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광명성 2호’ 발사 정당화 수순 돌입”

북한이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는 ‘광명성 2호’를 발사하기 위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국제해사기구(IMO) 등 국제기구들에 통보했다고 밝히는 등 전례 없는 행동을 보여 주목받고 있다.

국제사회가 장거리 미사일 기술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요격 가능성’과 더불어 유엔 안보리 제재 가능성까지 경고하고 나서자 북한은 준비 중인 우주 발사체가 ‘평화적 우주이용권’에 따른 ‘인공위성’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해 국제사회의 경고를 피해가고자 하는 셈이다.

조선중앙통신은 12일 “북한이 ICAO와 IMO 등 국제기구들에 비행기와 선박들의 ‘항해안전에 필요한 자료’들을 통보했다”고 전했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우주천체조약과 우주물체등록협약 등 국제우주조약들에도 가입했다.

또 북한은 ‘광명성 2호’를 내달 4~8일 사이에 동해 한 좌표와 태평양상 한 좌표 위로 발사할 것임을 국제해사기구(IMO)에 통보했다고 국토해양부가 12일 확인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24일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가 담화를 통해 ‘인공위성’ 발사 준비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北, 유엔 제재 회피하고 중국 등 지지 노리나=한국 정부를 비롯해 미국과 일본 등은 북한이 인공위성을 쏘더라도 유엔 대북결의 1718호를 위반하는 것이라며 제재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 등은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최근 미국과의 연쇄접촉을 통해 의견 절충을 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특히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11일 “중국과 러시아와의 양자접촉에서 미사일 발사에 대한 일치된 입장을 확인했다”면서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강행할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을 포함해 동원가능한 다양한 옵션(a range of options)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때문에 북한이 이 같은 발사 ‘투명성’ 조치들을 차근차근 밟는 것은 전통적 우방국인 중국과 러시아 등의 입장을 고려하고 제3국가들의 동조를 얻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평화적 이용권’을 강조, 중국과 러시아의 동정을 구하고 약소국가의 지지를 노리는 것”이라고 말했고, 김영수 서강대 교수도 “발사 자체는 결의안 위반이지만 남을 위해하지 않을 경우 중국이나 러시아, 제3국가들이 제재에 동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이란이 2월 초 자체 개발한 로켓 사피르-2호에 ‘오미드’ 인공위성을 실어 발사에 성공한 데 대해 미국 등은 “탄도미사일 개발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실제 ‘제재’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北, 미사일 능력 과시해 美 압박 노려=북한은 이렇게 인공위성임을 강조해 국제사회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도, 발사에 성공한다면 장거리미사일 능력도 과시함으로써 미국을 대화의 장으로 이끄는 대미 압박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불법·무례국가라는 이미지로는 현 국제 정세를 뚫고 나갈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우주 평화적 이용의 조건을 충족하겠다는 행보”라며 “우주 발사체를 쏘더라도 ‘정당성’에 문제 삼지 말라는 사전 조치인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은 북핵 등 북한문제보다는 경제회복에 중점을 두면서 북한의 ‘벼랑끝 전술’에 말려들지 않고 직접 대화에도 소극적이었다”며 “이에 북한은 ‘정당성’을 확보하면서 미국을 겨냥해 ‘한 수’ 더 둔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북한이 ‘광명성 2호’ 발사를 앞두고 ICAO와 IMO 등 국제기구들에 통보한 것은 1998년 ‘광명성 1호’ 발사 때와 2006년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 때 모두 사전 통보 없이 발사체를 쏘아 올렸던 것과는 전혀 다른 태도이다.

2006년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 후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결의문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에 앞서 적절한 사전 통보를 하지 않아 민간항공 및 해상업무를 위협한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명시했다.

더불어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된 모든 활동들을 중지하고 기존의 미사일 발사 유예 공약을 북한이 재확인할 것을 요구했다.

때문에 북한은 이 같은 전철을 차례로 밟아 유엔 제재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를 노리면서 발사 후에도 제재의 부당함을 강조하기 위한 수순을 밟는 것으로 해석된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를 사전 발표하고 국제기구에 사전 통보하는 등 국제규범을 지키고 있다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국제적 비난을 빠져나갈 통로를 마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 선임연구위원도 “이미 미사일 발사 준비가 공개된 상황에서 ‘비밀’을 유지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라며 “때문에 북한은 ‘평화적 우주이용’ 목적을 강조하며 유엔 결의안 위반이 아니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시급한 것은 2·13합의에 따라 유명무실화 돼 있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복원, 재가동해야 한다”면서 “북한의 이번 발사에 대해서는 반드시 제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발사시점 4월 4~8일 주목, “강성대국 강조할 듯”=북한이 발사시점을 내달 4∼8일로 통보한 것도 주목된다.

지난 8일 실시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 제12기 대의원이 새로 선출됨에 따라 빠르면 내달 초 김정일이 참석한 가운데 첫 회의가 열려 국방위원장 재추대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북한이 1998년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광명성 1호 발사→제10기 최고인민회의 첫 회의→국방위원장 추대’로 이어지는 과정을 거쳐 김정일 체제를 공식 출범시키고 ‘강성대국 건설’을 내부적으로 선전했던 것과 유사한 일정을 이번에도 밟을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은 ‘광명성 2호’ 발사를 김정일 국방위원장 재추대 ‘축포’로 사용하는 것은 물론 김정일이 올해 강조하고 있는 “새로운 혁명적 대고조”에 따라 강성대국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대주민 선전용으로도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일은 이를 통해 경제재건을 위한 내부 결속과 동원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물론, 후계체제를 안정적으로 구축해나가는 효과도 바라고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마친 북한은 김정일 3기 체제 출범을 앞두고 발사체를 발사해 위력을 과시, 내부의 사기를 북돋고 군사적 이용 가능성도 강조해 ‘강성대국’의 성과를 부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이어 “북한은 자신들이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한 만큼 국제적 합당한 조치들을 통해 선전효과를 노리는 것”이라면서 “북한으로서는 만족할 만한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도 “북한의 발사체가 일본 열도를 넘거나 미국 본토를 향하면 적대적 행위로 간주해 제재를 시도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위협이 없을 경우 북한은 발사의 자유권을 비롯해 운반수단을 확보하게 돼 탄두, 운반수단, 플루토늄을 가진 명실상부 ‘핵보유국’이라는 최종목적을 달성하게 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