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관계자 “정상합의 백짓장되면 무슨 합의 가능?”

“인도주의 사업은 10.4(남북정상)선언에 명시된대로 하면 된다.”

중소기업인 참관단과 함께 방북해 평양에서 만난 북측의 대남 관계자들은 이산가족 상봉 등 향후 남북간 인도적 사업에 관해 묻자 구체적인 언급을 피한 채 작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간 합의된 ‘10.4선언’의 이행을 강조했다.

림용철 민족화해협의회 참사는 이산가족 상봉이 시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이미 10.4선언에 다 나와 있는 것 아니냐”며 “선언에 나와있는 대로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남한의 새 정부가 아직 ‘10.4선언’ 이행에 대한 검토를 끝내지 못한 것 아니냐면서 “당분간 시간을 가질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이는 노무현 정부 때 이뤄진 남북정상선언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입장이 확고히 정해질 때까지 북한이 지금과 같은 관망 자세를 이어갈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실제로 림 참사는 “‘10.4선언’을 어떻게 하는지 보겠다”며 “남북 양측 정상간 합의가 정권이 바뀌었다고 백짓장이 된다면 앞으로 남측의 누구와 무엇을 합의할 수 있겠느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북측과 직접 협상을 하기도 한 육재희 아천글로벌코포레이션 대표이사는 “북측이 남쪽의 대북 정책기조가 어떻게 갈지에 대해 관망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북측과 대화 속에서 그동안의 합의가 잘 이행되기를 희망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북한의 또 다른 대남 관계자는 지금까지 나타난 이명박 정부의 대북 기조에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는 “새 정부가 자원외교를 한다는데, 우리는 마그네사이트, 텅스텐, 티타늄 등이 많다. 이것을 외면하고 자원외교를 언급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최근 들어 중국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고 광산 등에 대한 합의도 많이 하는 것으로 안다”고 중국의 대북 지하자원 사업 진출을 대비시켰다.

이 관계자는 경의선 철도.도로 연결 문제에 대해서도 “연결되면 결국 우리(북)보다 물동량이 많은 남측에 유리하다는 것은 경제를 모르는 사람도 알 것”이라고 말했고, 해주공단에 대해서는 “항구와 연계돼 있어 공단이 만들어지면 개성과는 다른 차원의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남북경협이 남측에 더 큰 이득을 가져준다는 점을 강조하려 했다.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남측 기업들이 중국의 임금 상승 등으로 사업을 접고 있다는데 대북 정책기조가 달라진 새 정부 아래서 개성공단이나 북쪽에 투자를 하겠는지를 묻기도 했다.

그는 또 “남쪽에서 규제개혁을 이야기하는데, 남북간 경제협력에서도 이중용도물자 반출금지 같은 규제를 푼다면 경제협력이 활성화돼 남북 모두에 큰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북측 관계자들은 새 정부의 대북정책과 새로운 정책 결정권자 등에 대해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김하중 통일부 장관은 중국 대사를 오래 지냈는데 어떻게 통일장관에 임명된 것이냐”고 배경에 궁금증을 표시했고, 다른 관계자는 청와대 김병국 외교안보수석에 대해 생소한 인물이라는 반응을 보이면서 김 수석의 성향 등을 묻기도 했다.

북측 대남 관계자들에게 김 수석이 워싱턴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미국이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으나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정도의 반응만 보였다.

한편 남북한 사회문화교류를 담당하는 북한의 민족화해협의회 관계자들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남한 언론에서 북한에 대한 부정적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며, 새 정부가 북측을 폄하하기 위한 정보를 흘리는 것 아니냐고 묻는 등 남한의 북한관련 언론보도에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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