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봄농사가 시작되면서 공장 기업소들이 자체 부업지를 개인들에게 임대해주는 사례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21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최근 공장 기업소가 갖고 있는 부업지를 임대하는 바람이 불고 있다”면서 “개인 소토지 농사에서 능력을 보이는 사람들은 최대 5대5까지, 대부분은 3대7 정도로 수확량을 나누는 방식으로 약속이 정해진다”고 말했다.
부업지(副業地)란 노동자들의 부식물이나 가공원료 생산을 목적으로 북한 당국이 허용한 공장 기업소의 농경지다.
북한의 공장 기업소는 국가경제에 차지하는 비중과 노동자 규모에 따라 ‘특급’에서 ‘7급’까지 8개 등급으로 분류되는데 규모가 큰 공장 기업소에서는 별도의 ‘부업반’까지 두고 부업지를 경작해 생산물을 노동자들에 분배한다.
중간 규모 공장기업소는 소속 노동자들을 동원해 부업지를 경작하는 것이 관례다. 노동자 규모가 100명에서 50명 사이인 6급, 7급 공장기업소들은 부업지가 없는 경우도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부업지 임대와 관련한 계약조건의 핵심은 수확량에 대한 분배다.
공장 기업소 측에서 종자와 비료, 비닐 등을 제공해줄 경우 공장 기업소가 생산량의 70%, 임차인이 30%를 가진다. 그러나 임차인이 종자나 비료 등 농사와 관련된 모든 것을 자체 조달하게 되면 생산물에 대한 분배율이 50대 50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소식통은 “돈 있는 사람(임차인)은 5대5를 선호하고, 돈이 없는 사람은 3대7의 조건으로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공장기업소 측에서도 이것저것 신경 안 쓰고(투자하지 않고) 그냥 생산물의 절반을 떼가는 조건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임차인 선정과 관련해서는 여러가지 인맥과 뇌물이 작용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농사를 짓는 ‘실력’이 중요하게 평가된다고 소식통은 강조했다. 그는 “개인 소토지 개간 역사가 20년 가까이 되다 보니, 이제는 누가 농사 경험이 많은지, 누가 성실한지 평판이 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부업지 농사는 원칙적으로 (협동농장) 농장원들은 못 한다”면서 “공장 기업소에 소속된 노동자 중에 농사를 잘 짓는 사람들, 장사를 하다 망해서 남의 소토지 농사를 지어주던 사람 등이 부업지를 임대받는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현상은 ‘생산 단위들에 대한 자율성 확대’를 시도하고 있는 북한 당국의 정책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2000년대 초반부터 일부에서 부업지를 개인들이 경작해주고 생산물을 일부를 공장기업소 바치는 비공식적인 관행이 있었으나, 이렇게 전면화된 것은 올해가 처음인 셈이다.
북한 경공업성 김명오 국장은 지난해 5월 재일조선인총연합(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와 인터뷰를 통해 “올해부터 기업소, 공장 지배인에게 많은 권한을 주어 생산물의 일정한 %를 국내외에 팔고 확대 재생산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했다”고 밝힌 바 있다.
부업지에 대한 실제 책임권한은 해당 공장 기업소의 지배인에게 있다. 부업지에서 무엇을 생산할지, 소속 노동자들을 얼마나 투입할지, 생산물을 어떻게 처분할지 등은 모두 지배인의 권한이다. 여기에 ‘생산성 향상’이라는 목적에 부합된다면 부업지까지 임대할 수 있도록 권한까지 부여된 것으로 풀이된다.
소식통은 “부업지에서 직접 농사를 짓든 아니면 개인에게 임대를 해주든 ‘(공장 기업소)생산과 운영에 도움이 되도록 하라’는 것이 국가의 방침”이라면서 “이것저것 타산해보고 자체 노동력으로 농사를 짓는 것보다 임대를 하는 것이 이윤이 많다고 생각되니 임대를 주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